▲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YMTC가 이르면 2024년 하반기부터 제2공장을 가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YMTC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격하기 위해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의 제재로 중국 내에서 반도체 생산량을 연간 5% 이상 확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에 놓여있는데 여기에 중국의 반도체자립 움직임까지 더해져 ‘샌드위치’ 신세가 될 상황에 몰리게 됐다.
4일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YMTC가 미국의 반도체장비 수출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르면 2024년 하반기부터 제2공장을 가동해 낸드플래시를 대량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YMTC는 당초 2022년부터 제2공장을 가동하려고 했지만 지난해 10월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제재로 이 계획을 중단했다.
첨단 메모리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국 기업의 반도체장비가 필수적인데 미국 상무부가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YMTC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오랫동안 자국(중국) 장비를 통해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방법을 테스트해왔고 최근 중요 반도체장비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 아래 이뤄진 일이다. YMTC는 올해 초 중국 국가투자펀드인 국가직접회로산업투자펀드로부터 19억 달러(약 2조5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중국 국가직접회로산업투자펀드의 한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YMTC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중국 최고의 카드”라며 “중국 정부는 YMTC가 포기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YMTC가 제2공장까지 가동하다면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약 10%에 이르는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기준 YMTC의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5%에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최악인 상황에서 YMTC의 신공장 가동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대규모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되는 등 이미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저렴한 중국산 낸드플래시가 시중에 대량으로 풀린다면 오랫동안 실적반등이 요원해질 공산이 크다.
2022년에는 애플이 중국 내수용 제품 일부에 중국 YMTC 낸드플래시를 사용할 것이란 말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 정치권의 반발로 아이폰에 YMTC 낸드플래시를 탑재하려는 애플의 계획은 결국 무산됐지만 이는 YMTC 제품의 성능이 일정수준 이상에 올라왔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애플은 현재 SK하이닉스와 일본 키오시아로부터 낸드플래시를 공급받고 있다.
YMTC와 국내 반도체기업의 낸드플래시 기술격차는 D램보다는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YMTC는 이미 196단에 이어 232단 낸드플래시 양산까지 앞두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2022년 보고서에서 “D램의 한·중 기술격차는 5년, 낸드플래시는 약 2년으로 추정된다”며 “낸드플래시는 과점화된 D램과 달리 5~6개 기업이 경쟁하고 있어 중국이 빠른 속도로 생산능력 확대했을 때 2~3년 뒤에는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 중국 정부의 반도체 자립 의지가 분명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장기적으로 YMTC에게 중국 내 시장점유율을 빼앗길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
특히 YMTC의 생산 확대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내 반도체 판매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는 최근 마이크론에 대한 사이버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따른 중국의 보복조치로 보이는데 향후 중국에서 마이크론 반도체 판매가 중단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단기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중국의 반도체 자립 의지가 더욱 분명해지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YMTC에게 시장점유율을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반도체 지원금을 받게 된다면 향후 10년 동안 중국 공장에서 반도체 생산량을 5% 이상 확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인 만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조사기관 세미애널리시스는 “중국 국가의 지원을 받는 YMTC는 낸드플래시 산업을 구조적으로 바꿀 수 있다”며 “만약 YMTC가 기존 계획대로 4공장까지 가동하게 된다면 매월 70만 장(웨이퍼 기준)의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 70만 장은 2022년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생산량(웨이퍼 기준 월 65만 장 추정)을 뛰어넘는 것이다.
다만 YMTC의 생산효율성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의 효율성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메모리반도체는 기술력이 좋아질수록 생산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YMTC보다는 삼성전자 등 기술력이 앞선 기업이 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쉽다는 분석이다.
컨설팅 전문기업 트리비엄차이나의 링하오 바오 연구원은 “경쟁사들이 더 발전된 제품으로 기술 한계를 넘어서고 있을 때 YMTC가 후진적인 방법으로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은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