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3-04-04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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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윤진오 동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토목 분야에서의 강점을 내세워 해외 수주 확대에 나선다.
동부건설은 올 들어 해외에서 5천억 원 넘는 사업을 따내고 있다. 앞으로 중남미·동남아 지역 건설시장에 진출해 해외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할 것으로 보인다.
▲ 윤진오 동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토목 분야의 강점을 앞세워 해외 공략에 나서고 있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동부건설은 엘살바도르 로스초로스 도로 확장 및 교량 건설 프로젝트 본 계약을 4월에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건설은 지난 3월31일 엘살바도르에서 도로 확장 및 교량 건설 공사의 낙찰통지서(LOI)를 수령했다. 이변이 없다면 수주가 유력하다.
엘살바도르 로스초로스 교량건설 및 도로 확장사업은 3억7262만 달러(4858억 원) 규모로 2021년 동부건설 연결기준 매출의 42.43%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채무불이행 선언을 고민할 정도로 심각한 엘살바도르의 재정 위기를 두고 엘살바도르 공사의 위험성이 너무 큰 것이 아니냐며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엘살바도르는 지난 2021년 9월7일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했다. 이후 정부가 직접 나서서 비트코인을 구매하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57%의 손해율을 보며 6136만 달러(약 800억 원)를 잃었다.
국제신용평가기관 피치는 지난해 9월 엘살바도르 신용등급을 기존 CCC에서 두 등급 낮은 CC로 강등한다고 발표했다. CC 등급은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서 사실상 국가 부도가 발생했거나 매우 가까운 상태를 나타낸다. 비트코인 손실보다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은 것이 더 큰 손해라는 말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 또한 엘살바도르의 13억 달러 대출 요청을 “1억5천만 달러의 비트코인 신탁을 없애고 국고에 반환해야만 한다"는 조건을 내세우며 지속적으로 거절하고 있다.
다만 엘살바도르의 재정 상태에도 불구하고 동부건설이 공사대금을 떼일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는 건설업계의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동부건설이 이번에 수주한 공사는 엘살바도르 정부에서 공사대금을 직접 받는 방식이 아니라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의 협조융자 소진 한도방식으로 공사비를 이미 책정하고 시작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대외경제협력기금은 개발도상국의 산업화 및 경제발전을 지원하고 한국과 이들 국가 사이 경제교류를 증진하기 위해 설치한 한국수출입은행의 정책기금이다.
협조융자 소진 한도방식은 대외경제협력기금과 중미경제통합은행에서 공사대금 지급을 보증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사업 안정성이 매우 높다.
윤진오 사장은 5천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확보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앞으로 중남미·동남아 지역에 수주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동부건설이 지닌 토목공사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건설시장 침체라는 위기를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동부건설은 토목분야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공공공사 6970억 원을 확보해 대우건설(1조3650억 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동부건설은 2021년 9월 라오스 비엔티안공공사업교통국에서 라오스 메콩강변(511억 원) 종합관리사업을 수주했다. 1982년 사우디 외무성 공사(1억5천만 달러)를 수주한 뒤 40년 만에 해외사업을 주간사로 따냈다.
동부건설은 해외 건설 공사의 수익성 악화로 1980년대 중반 해외 사업을 접고 국내 토목과 주택 사업에만 전념해 왔다. 라오스 메콩강변 종합관리사업 수주를 계기로 점차 해외수주를 늘려가는 모습이다.
올해 3월28일에는 베트남에서 600억 원 규모의 ‘떤반(Tan Van)~년짝(Nhon Trach)’ 도로건설 2공구 공사도 확보하기도 했다.
윤 사장은 해외수주에 대외경제협력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수주한 라오스 메콩반변 종합관리사업도 대외협력기금이 투입되는 인프라 조성공사 가운데 하나다.
대외경제협력기금과 중미경제통합은행은 지난해 7월 중미·카리브지역 공공인프라 구축을 위한 협조융자 소진 한도방식 협정을 체결하고 한도를 2억 달러 증액했다. 이를 통해 2025년 1월까지 3억4000만 달러 규모의 추가 사업을 발굴하기로 했다.
윤 사장은 특히 엘살바도르에서 발주가 예정된 태평양철도와 아카후틀라항 현대화사업을 수주해 중남미 성과를 이어가려는 의지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엘살바도르 수주 실적을 바탕으로 다른 중남미 국가에서 수주를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중남미 지역 수주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페루와 파나마 등 중남미 국가에 해외 인프라 수주 지원단을 파견하고 우리 기업의 참여 방안과 재원조달 방안 등 사업실행방안에 관해 논의를 나누기도 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중남미에 해외 지사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며 “특히 국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도로 및 교량, 철도·항만 등 토목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앞세워 해외사업 비중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