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04-02 14:4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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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지침 발표결과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일외교 실패라는 비판을 받으며 지지율 하락세를 겪고 있다. 이번 미국의 IRA 세부지침을 '국익외교' 성과로 내세워 지지율 반등의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 정부와 국민의힘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지침을 외교적 성과로 강조하며 지지율 반등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 앞서 사진전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IRA 세부지침에 우리 기업들이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앞서 북미 지역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을 40% 이상 사용한 경우에만 전기차 보조금 7500만 달러(약 1천만 원)를 지급하는 IRA 규정을 마련했다.
이와 관련해 이번에 발표된 세부지침에서 양극·음극재 판은 배터리 부품으로 분류됐지만 양극 활물질은 배터리 부품이 아닌 구성재료에 포함됐다.
국내 배터리업계는 구성 재료인 양극 활물질은 국내에서 가공하고 양극판·음극판을 만드는 단계는 미국에서 진행한다. 즉 우리 기업들이 현재 공정을 바꾸지 않고도 미국의 IRA 보조금 지급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됐다는 뜻이다.
핵심 광물을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수입했더라도 미국과 FTA를 맺은 한국에서 가공하면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한 점도 우리 기업들의 우려를 줄어들게 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우리 배터리 기업들의 광물 핵심 공급기지로 떠오른 아르헨티나에서 수입한 수산화리튬을 한국으로 운송해 양극재를 가공하더라도 IRA 보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국의 발표 이후 환영한다는 태도를 나타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미국의 IRA 세부지침에 관해 “우리 정부와 업계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며 “미국의 이번 발표로 국내 배터리·소재 업계는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고 한미 간 배터리 공급망 협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여당은 이번 IRA 세부지침 발표를 윤석열정부의 ‘외교적 성과’로 내세워 지지율 반등의 계기로 삼으려는 것으로 여겨진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한일 정상회담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대일 외교 실패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갤럽이 3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4%포인트 떨어진 30%를 기록했다. 국정수행 부정평가의 원인으로는 '외교'가 1위를 차지했다.
정부여당으로서는 윤석열정부의 외교 성공사례가 절실한 시점에 한국에게 우호적인 IRA 세부지침이 나온 셈이다.
윤석열정부는 IRA 시행에 따를 국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이번 IRA 세부지침 발표를 외교활동의 결과물로 내세울 수 있는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3월30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IRA 세부지침에 한국기업들을 배려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요청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등도 캐서린 타이 대표를 만나 IRA 관련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의견을 전달했다.
이를 반영하듯 정부와 국민의힘은 미국의 발표가 있은 뒤 외교 ‘성과’라는 점을 적극 강조하고 나섰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윤 대통령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만나 IRA 등으로 우리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배려해 달라고 요청했고 산업부 등 관계부처도 공식 의견서 제출과 방미 협의를 통해 우리 의견이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해 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도 같은날 "이번 미국 정부의 발표는 윤석열 정부의 선제적 외교가 이끌어낸 가시적 결과물"이라며 "윤 대통령은 한미 동맹 강화, 유럽 및 동남아 교역확대,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 등 수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가 수면 위로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지지율 약세를 만회하기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전날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는데 보수 지지층 결집을 의도한 행보라는 시각이 많다. 대구 서문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등 보수 정치 지도자들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찾는 곳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지지율이 30%대 초반을 기록했을 때도 서문시장을 방문하는 등 취임 후 세 번째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대선 후보 시절까지 포함하면 서문시장 방문횟수는 다섯 번으로 늘어난다.
윤 대통령은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서 “(대통령) 선거일 바로 전날 마지막 유세에서 서문시장에서 보내주신 뜨거운 지지와 함성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그 생각을 하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지금 힘이 난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