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금융지주 주주총회 풍경도 최근 몇 년 사이 많이 바뀌었다.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이제는 당연하듯 주총 장면을 생중계하는 것도 과거와 달라진 것 가운데 하나다.
주주들에게서 늘 좋은 말만 나오는 것은 아닌 만큼 주총을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생중계하는 것은 금융지주로서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고 기업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에는 보탬이 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금융권에서 나온다.
▲ 3월23일 열린 신한금융지주 제22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의장이었던 조용병 전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2일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주주 소통 강화 차원에서 2012년부터 주총 장면을 생중계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2020년부터는 주주총회소집공고 등을 통해 생중계 사실을 적극 알리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주총을 본사에서 진행하다 보니 장소가 협소한 점도 있고 지주사 설립 이후에 해외 투자자들도 많이 늘면서 일찍부터 주총을 생중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는 2020년부터 주총 장면을 방송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주주들의 직접 참여가 어려워졌던 2020년 이후로 주총 장면을 생중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곳 금융지주는 올해도 주총을 생중계했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주주가 아닌 사람들도 주총을 볼 수 있었다.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주총은 전반적으로 물 흐르듯 진행됐다. 미리 예행연습을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의장의 발언과 주주 발언, 안건 승인 과정이 순조롭게 이어졌다.
물론 TV 시상식에서처럼 작은 해프닝도 있긴 했다. 신한금융지주에서 의장인 조용병 전 회장의 안건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 주주가 일어나 발언하면서 조 전 회장이 잠시 당황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고성이 오가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주주들에게서 불만과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한금융지주에서는 한 주주가 배당과 관련해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이 주주는 “배당이 흡족한 것은 아니나 여러 여건을 감안할 때 적정하다고 생각한다”며 “새로 취임하는 회장님을 중심으로 임직원 모두가 하나로 뭉쳐서 잘 극복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는 신한금융지주보다 주총장이 좀 더 활기를 띠었다. 주주들은 경영진에 처우 개선 등을 요구했고 윤종규 회장은 주주들의 발언을 듣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KB금융지주 주총에 참석한 콜센터 직원은 윤 회장에게 “KB금융지주 계열사들에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콜센터 노동자들이 있으며 이런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이에 대해 “콜센터는 KB금융그룹의 협력업체로 이미지에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근로 환경에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으니 다시 한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KB금융그룹 노조가 제안한 안건을 부의할 때는 더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KB금융그룹 노조는 관치 금융이나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기 위한 대표이사 선임 관련 정관 변경의 건과 임경종 전 한국수출입은행 수은인니금융 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건 등을 주주제안 안건으로 제시했다.
한 주주는 정관 변경의 건과 관련해 “심적으로는 무척 공감하지만 오히려 이 규정이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반대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된 뒤 “이번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의 건 관련한 주주제안이 여섯 번째인데 찬성률은 한 자리 숫자에 머물고 있다”며 “제안이 개인이나 조직논리에 너무 매몰된 게 아닌지 고려해 봐야 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