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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표대결서 행동주의펀드 연패, '개미의 힘'만으로는 모자랐다

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 2023-03-29 16: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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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큰 관심을 받았던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연이어 패배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배당 규모 확대, 자사주 소각 등을 안건으로 내세우면서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국민연금과 자문기관, 최대주주 반대에 부딪히면서 안건이 대부분 부결됐다. 
 
주총 표대결서 행동주의펀드 연패, '개미의 힘'만으로는 모자랐다
▲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관심을 모았던 행동주의 펀드와 기업과의 표 대결에서 행동주의 펀드들이 패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KT&G 주주총회 현장 모습. <연합뉴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8일 KT&G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펀드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 안다자산운용 등이 낸 안건이 대부분 부결됐다.

현금 배당에 대해서는 KT&G사 제안한 배당금 5천 원 안이 가결되면서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와 안다자산운용이 각각 제안한 1만 원, 7857원 안이 부결됐다.

기업 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사외이사 선임 건과 사외이사 수를 늘리는 건도 부결됐다. 

주주총회 결과에 투자자들이 실망하면서 KT&G 주가가 이날에만 2.4%(2100원) 하락하기도 했다. KT&G 주가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표 대결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지 않단 관측이 나오면서 20일부터 28일까지 7.0% 하락했다. 

같은 날 KISCO홀딩스 계열사 정기주주총회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500억 원 규모 자기주식 매입 및 소각 주주제안이 부결됐으며 사외이사 선임을 둔 표 대결에서는 주식 수 기준 0.1% 차이로 아깝게 패배했다.

앞서 BYC, 하이록코리아 등에서도 행동주의 펀드가 낸 제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행동주의 펀드들이 연이어 고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주주행동주의 열풍이 불면서 주주제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린 기업이 크게 늘었다. 

주주환원에 대한 관심과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여왔던 기업들 중심으로 주주들 사이에서 행동주의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당장 결과로 이어지진 못했다. 사실상 주주제안 안건 대부분이 부결되면서 주주행동주의가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다수의 기업에 주요주주로 있는 국민연금의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점이 패배의 요인으로 꼽힌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은 보수적인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기업의 현 경영진에 표를 던지는 경향이 있다. 당장 KT&G의 최대주주(지분 8.03%)인 국민연금이 KT&G가 상정한 대부분의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승기를 기울게 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예고하며 2월 열린 의결권 행사 설명회에서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 기본원칙은 '전체주주가치 감소에 영향을 주거나 기금 이익에 반하는 건'이다“고 설명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현금 배당의 안건에 대해 기업 안정을 이유로 상대적으로 적은 배당규모를 제시한 KT&G 이사회에 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에 이어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기업에 힘을 실어주면서 주주행동주의가 힘을 쓰지 못하게 됐다. 의결권 자문기관은 기관투자자들에게 의결권 행사 방향에 대해 조언 혹은 권고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KT&G의 사례에서 한국ESG연구소, 한국ESG기준원 등이 KT&G 이사회의 손을 들어줬다. 국제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BYC, KISCO홀딩스에 제출된 주주제안에 대해 반대의견을 낸 바 있다. 

소액주주들의 결집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보인다. 

앞서 소액주주의 결집으로 승리를 이끌어냈던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에는 전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등이 지적되며 소액주주들이 단합한 바 있다. 

안다자산운용도 KGC 인삼공사 인적분할 안건을 KT&G 주주총회에 상정해 달라고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가처분 신청을 대전지방법원이 기각하면서 이번 주주총회 안건에서 빠지게 됐다. 

이에 주주총회에 배당확대, 사외이사 선임 건 등만이 주주제안으로 올라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남은 주주총회에서도 행동주의 펀드의 승산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JB금융지주, 31일 태광산업, 남양유업 등 표 대결이 예정된 가운데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JB금융지주에 제안한 안건에 대해 국제 의결권 자문기관 ISS, 글래스루이스가 반대의견을 냈다. 국내에서는 한국ESG연구소와 한국ESG기준원이 일부 안건에 대해 찬성의견을 냈다. 

태광산업과 남양유업에서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과반을 넘어가면서 최대주주와 우호지분에 대항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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