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스포츠 전문 브랜드인 언더아머 CEO와 만났다. 웨어러블기기 시장에서 애플-나이키 연합에 대응하기 위해 언더아머를 사업파트너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한국을 방문한 케빈 프랭크 언더아머 CEO와 지난 1일 서울에서 만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프랭크 CEO를 만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까지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컴퍼니 콘퍼런스’에 언더아머의 피케셔츠를 입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언더아머는 나이키, 아디다스와 함께 미국 3대 스포츠 브랜드로 꼽힌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의 미식축구 선수였던 케빈 프랭크가 선수시절 경험을 살려 1996년 언더아머를 설립했다. 언더아머의 제품은 땀을 빨리 건조하는 기능을 보유하고 있어 프로스포츠 선수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는 이 부회장이 웨어러블기기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프랭크 CEO를 만났다고 본다. 웨어러블기기는 성장정체에 빠진 스마트폰사업을 대체할 삼성전자의 새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첫 제품인 ‘갤럭시 기어’를 선보인데 이어 올해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4’에서 후속제품인 ‘기어2’와 ‘기어핏’ 등을 출시했다.

현재 세계 웨어러블기기 시장은 삼성전자의 독무대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세계 스마트 손목시계시장에서 71.4%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애플의 안방인 미국에서도 스마트 손목시계 시장점유율 78%를 기록했다.

하지만 애플이 올 가을 스마트 손목시계인 ‘아이워치’를 출시하게 되면 삼성전자가 1위 자리를 애플에 내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은 언더아머와 손잡고 삼성전자 웨어러블기기의 스포츠 및 헬스 관련 기능을 강화해 애플에 대응하려 한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이 부회장이 언더아머를 사업파트너로 고를 경우 이는 애플이 오랫동안 나이키와 협력해 온 것을 다분히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애플과 나이키는 공동개발한 ‘나이키+아이팟 스포츠 키트’를 2006년 시장에 출시했다. 이 제품은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운동하면 애플의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에 운동시간과 거리, 속도 등이 표시되는 기능을 탑재했다.

나이키는 2012년 자체적으로 개발한 팔찌형 웨어러블기기인 ‘퓨얼밴드’를 출시하며 독자행보를 걷기도 했다. 하지만 웨어러블기기 시장에서 애플과 경쟁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자 최근 소트프웨어사업에 집중하며 애플과 협력하는 식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언더아머의 협력이 가시화될 경우 언더아머 출신 인재 영입도 가능할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본다. 애플도 최근 나이키의 전 퓨얼밴드 엔지니어를 영입해 아이워치 개발에 투입했다.

이 부회장과 프랭크 CEO의 이번 만남은 동갑내기 ‘절친’으로 알려진 조현준 효성 사장을 통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그룹은 2011년부터 계열사인 갤럭시아코퍼레이션을 통해 언더아머 제품을 국내에 독점 판매중인데 이 사업을 주도하는 사람이 바로 조 사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