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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LG전자 로봇으로 기업가치 높아져, '1등의 길' 로봇에 찾는다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3-03-28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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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LG전자가 로봇 사업으로 기업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3월24일 종가 기준 LG전자의 주가는 11만3천 원으로, 2022년 마지막 날인 12월29일과 비교해 약 30% 정도 올랐다. 그리고 이 배경에 LG전자의 로봇 사업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구광모 회장이 로봇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 회장은 취임 첫해인 2018년에 바로 로보스타 인수를 진행했으며 LG전자가 최근 4년 동안 투자한 로봇 관련 회사는 로보스타, 엔젤로보틱스, 로보티즈, 아크릴, 보사노바로보틱스 등 굉장히 많다. 로봇산업센터도 만들었고 작년에는 세계에서 로봇 전문가로 이름 높은 데니스 홍 UCLA 교수를 초빙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구 회장은 왜 이렇게 로봇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걸까?

물론 로봇 시장의 성장성, 주력 사업인 가전 사업과 시너지 등 LG전자가 로봇 사업에 힘을 쏟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 LG전자의 ‘이미지’와 관련된 목표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콩라인’은 주요 대회에서 항상 2등을 지켰던 프로게이머 홍진호 선수의 별명인 ‘콩’에서 나온 인터넷 신조어다. 1등에 뒤지지 않는 명성과 실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만년 2위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나 사물을 뜻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이런 ‘콩라인’의 이미지에 들어맞는 기업으로 많은 사람들이 LG전자를 꼽는다. 

LG전자는 '백색가전은 LG'라는 명성을 갖고 있을 만큼 가전 사업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고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존재 때문에 언제나 대중들의 마음 속에 LG전자는 ‘2등’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돼 있다.

사실 LG전자로서는 억울한 일이다. 삼성전자에 앞서는 분야도 적지 않은데, 몇몇 사업 부문의 열세가 그룹 이미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LG전자가 1등으로 치고나가기가 어려워진 스마트폰 사업을 구광모 회장의 취임 이후 미련 없이 그만둬버린 것에서도 이런 점을 엿볼 수 있다.

구광모 회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고 있는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이 ‘1등 DNA’라는 모토로 유명한 사람이라는 것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미지다.

미국의 유명한 정치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는 책은 프레임과 관련해 “만약에 사실이 프레임에 부합하지 않으면, 프레임은 유지되고 사실은 무시된다”라고 설명한다.

프레임은 주로 정치적으로 사용되는 단어지만, 결국 사람들의 인식이라는 측면에서는 오늘 이야기에도 충분히 시사점이 있다.

‘가전 사업에서 월풀을 제치고 1등을 했다’는 등의 뉴스로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바꾸기 어렵다. LG전자에게는 ‘LG는 2등’이라는 사람들의 프레임을 한 번에 뒤집어버릴 수 있을만한 아주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구광모 회장은, LG전자는 그 ‘강력한 한방’으로 로봇 사업을 점찍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한방이 되기 위해서는, LG전자가 반드시 퍼스트무버가 될 필요가 있다. 아무리 뛰어난 패스트 팔로워가 돼봤자, 그리고 패스트 팔로워로 시작한 시장에서 엄청난 경쟁력을 키워서 퍼스트무버의 1위 자리를 빼앗는다고 해봤자 사람들의 인식은 개선되기 어렵다. LG전자가 개척해 낸 시장이 필요하다.

LG전자는 로봇 사업만큼은 국내 그 어떤 기업보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3년을 로봇 사업 본격 확대의 원년으로 삼았고 현대차가 2021년에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하지만 LG전자는 이미 클로이 가이드봇, 클로이 서브봇, 클로이 살균봇 등을 세상에 실제로 내놓고 있다.

LG전자가 수많은 로봇 분야 가운데 '서비스 로봇'에 집중하고 있는 것에서도 퍼스트 무버와 관련된 LG전자의 열망을 읽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로봇 시장은 서비스 로봇 시장과 산업용 로봇 시장으로 구분된다.

로봇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산업용로봇 같은 경우는 이미 상당히 커다란 시장이 형성돼있지만, 서비스 로봇은 이제 막 시장이 개화하는 단계에 있다. LG전자가 서비스 로봇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은, LG전자에게는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2021년에 이미 47조 원을 넘어섰고, 2027년에는 183조 원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LG전자, 삼성전자, 현대차 등이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고, 외국에서도 테슬라 등 쟁쟁한 기업들이 모두 이 시장을 눈독들이고 있다.

과연 LG전자는, 구광모 회장은 이 로봇시장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을까? 그래서 ‘백색 가전은 LG’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1등은 LG’라는 이미지를 세상 모두에게 각인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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