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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자율주행 상용화 예상보다 더뎌, 전기차 전환에도 부담

장은파 기자 jep@businesspost.co.kr 2023-03-27 15: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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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율주행 상용화가 예상보다 더뎌지면서 정의선 회장이 추진하는 전기차 전환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저가 전기차 경쟁이 치열해지면 투자재원 마련에 필수적인 이익체력이 줄어들 수 있는데 현대차그룹에서 자율주행을 담당하고 있는 계열사 모셔널이 상용화 지연으로 적자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런 점은 정 회장이 전기차 전환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상용화 예상보다 더뎌, 전기차 전환에도 부담
▲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관련 손실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용화 일정도 지연되면서 정의선 회장(사진)의 전기차 전환 전략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2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2022년 한 해에만 모셔널의 순손실(총포괄손실) 규모가 7518억 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모셔널은 현대차그룹이 2020년 글로벌기술회사 앱티브와 합작해 설립한 회사로 무인 자율주행 차량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당시 정 회장은 “모셔널은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친환경 이동수단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차세대 혁신 영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최첨단 자동차 기술의 역사를 새로 써왔으며 이러한 유산을 모셔널과 함께 이어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셔널은 2020년 2315억 원에 이어 2021년 5126억 원으로 해마다 순손실이 불어나고 있다. 모셔널의 누적 총 순손실만 해도 1조5천억 원가량으로 아무리 현대차그룹이라고 해도 부담이 만만치 않은 수준까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도입이 일정보다 늦어지면서 손해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정 회장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애초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뗄 수 있는 '레벨3' 수준의 고속도로 자율주행 기능(HDP)을 제네시스 G90에 탑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 G90이 24일 출시됐을 때 이 기능은 빠졌다. 

모셔널은 미국에서 레벨4(비상시에도 시스템이 스스로 해결하는 수준)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레벨3 상용화도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레벨4 상용화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 개발과 상용화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모셔널의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인 포드와 폭스바겐그룹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최근 포기했다. 포드와 폭스바겐은 2022년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회사인 아르고에 40억 달러(약5조2078억 원) 가까운 돈을 투자했지만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이 다소 더뎌지는 상황 속에서 전기차 전환에 주력하겠다는 이유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중단했다.

물론 자율주행은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기술인만큼 손실을 감수하고 선도적으로 기술을 확보한다면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

현재 레벨2.5 수준의 자율주행기술을 가장 많이 보유한 테슬라는 그 경쟁력을 인정 받아 전기차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전환을 위한 막대한 투자를 앞두고 있는 정 회장으로서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상용화가 더뎌질수록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전동화 전환을 위해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를 통해 국내에만 6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뿐 아니라 지난해 5월 정 회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전기차 등과 관련해 미국에 106억 달러(약 13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테슬라를 중심으로 저가형 전기차를 통해 전기차 시장에서 ‘치킨게임’이 벌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전기차 투자금 확보를 위한 이익체력을 유지하기가 만만치 않아지는 쪽으로 업계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

테슬라는 이미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전기차 가격을 인하했고 포드도 미국에서 이런 추세에 동참한 바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는 이른 시점에 반값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기도 했다.

주요 완성차업체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전동화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포드는 2023년 전기차 사업에서 30억 달러(약 3조8500억 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정 회장으로서는 미래차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지연되고 이와 관련한 부담이 커지면서 전기차 투자에도 고민이 깊어지게 된 셈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레벨3 자율주행 기술 적용과 관련해 작동속도 상향과 연계하여 추가적인 반복 주행 검증과 개발 일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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