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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건주 때아닌 폭설로 정전사태, 한국기업 미국 투자에 '기후위기 변수'

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 2023-03-27 15: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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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건주 때아닌 폭설로 정전사태, 한국기업 미국 투자에 '기후위기 변수'
▲ 극단적 기후현상이 미국 전 지역에 빈번하게 나타나며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제조기업들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3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타호호수 인근에 폭설이 내려 오두막을 덮은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극단적 기후변화 현상이 미국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며 미국에 생산 투자를 진행하는 한국 기업들의 반도체와 배터리 등 제조공장 운영에 기후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 등 정책에 대응해 미국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전력과 수자원 등 핵심 인프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날씨 요인까지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미국 지역언론 디트로이트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시건주 옷세고(Otsego) 카운티에 현지시각으로 26일 밤에만 13인치(약 33cm)가 넘는 눈이 내렸다.

기상청이 지난 10년 동안 집계한 기상통계에 따르면 옷세고 지역 3월 강수량(강우량과 강설량의 합)은 평균 1.1인치다. 평균 강수량의 12배가 넘는 양의 눈이 하룻밤 새에 쏟아진 것이다. 

디트로이트뉴스는 옷세고 카운티를 포함해 미시건주 전역에 내린 폭설로 1만여 명의 지역주민들이 전력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폭설이 내린 지역 주변에는 한국 기업의 생산공장 또한 자리했지만 아직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옷세고에서 북서쪽으로 45km 정도 떨어진 미시간주 홀랜드에 LG에너지솔루션이 5GWh 규모 독자 배터리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폭설에 따른 정전 등 피해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기후위기 문제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게 장기적 도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극단적 기후현상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빈번히 발생하며 규모도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는 보험사가 자연재해로 지불하는 보험금 규모를 통해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포브스는 최근 글로벌 보험사 알리안츠가 펴낸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에서 기업 보험금 지출의 가장 큰 부분을 기상이변과 관련한 보험금이 차지한다고 보도했다. 

포브스의 분석에 따르면 기후변화 문제로 보험업계가 보장해야 하는 손실액 규모가 전 세계적으로 연간 1230억 달러(약 160조 원)에 달하며 이는 10년 전 740억 달러와 비교해 66.2% 증가한 수치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기후변화 현상의 파괴력이 커져 피해액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에서 발생하는 기상이변은 지역을 가리지 않는 추세를 보인다고 포브스는 지적했다. 

국제문제 연구단체 리빌드바이디자인은 포브스를 통해 미국 카운티의 90%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동안 폭염과 가뭄 그리고 홍수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을 한 번 이상 겪었다고 전했다.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은 기후재난이 해마다 반복되며 중장기적으로 기업에게 손실을 입힐 수 있다. 

포브스는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은 기후 리스크를 보다 폭넓게 바라봐야 한다”며 “기후 위험에 언제나 노출될 수 있음을 고려해 사업 결정을 해야 한다”고 미국 보험업계 관계자 말을 인용해 경고했다. 

전력과 수자원 등 생산설비 가동에 필수적인 인프라가 기후 재난에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작업이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에 필수 요소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극단적 기후현상으로 피해를 입은 사례가 존재한다. 

2021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은 한파로 전력공급이 중단돼 가동을 멈춘 적이 있다. 

당시 오스틴스테이츠먼 등 현지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텍사스 현지당국과 협의를 거쳐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1개월 가까운 기간 동안 생산에 차질을 겪었다. 

정전으로 7만 장 이상의 웨이퍼(반도체 칩을 만드는 토대가 되는 얇은 원판) 생산을 하지 못해 피해 규모는 최대 3억5700만 달러(약 464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후 리스크를 확실히 대비하지 않으면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국 기업들은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법을 제정하고 반도체와 배터리 등 주요 첨단산업 생산시설을 미국 영토 안으로 적극적으로 유입하려는 미국 경제정책에 대응해 미국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뿐만 아니라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는 LG화학, 켄터키주에 포드와 함께 배터리공장을 건설하는 SK온 등 미국 전역에 한국 기업들이 첨단산업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모두 제품 생산에 수자원과 전력 등 안정적 인프라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기후 리스크 관리가 투자 계획에도 핵심 요소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들이 기후변화 리스크를 고려하고 자원 수급에 관련한 대비책을 미리 마련한 뒤 미국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극단적 기후현상과 같은 천재지변은 예측이 쉽지 않지만 기업 투자의 주요 고려 요소로 사전에 리스크 대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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