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이 17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에서 열린 제12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회사 경영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
[비즈니스포스트] 개인 주주가 회사 경영진의 보수한도가 낮다며 걱정하는 흔치 않은 장면이 포착됐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최초로 연매출 3조 원대를 달성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주총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17일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에서 열린 제12기 정기주주총회에는 2023년 이사 보수한도를 기존과 같이 150억 원으로 동결하는 안건이 부쳐졌다. 이는 퇴직금을 비롯한 모든 지급금이 포함된 금액이다.
의장을 맡은
존 림 대표이사 사장이 주주 의견을 묻자 주주 A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150억 원이라는 금액이 과다하다고 성토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A씨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사 보수한도를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150억 원으로 승인받았던데 올해도 동일한 보수한도에서 지급이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회사가 경영진에게 더 많은 보수를 지급하기 위해 보수한도를 늘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통상 주주들이 경영진의 보수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비춰볼 때 이례적인 의견이다.
존 림 사장은 "2022년 실제 보수 집행금액은 129억 원이었고 올해도 비슷한 범위 안에서 지급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지금의 보수한도로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A씨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대폭 상승했는데도 보수한도가 동결됐다는 점에서 큰 이의가 없다"며 "경영성과 극대화를 위해 효율적 (보수한도) 사용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훈훈한 장면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주주는 150여 명에 이르렀으나 회사를 응원하는 목소리만 가득했다.
주주 B씨는 "
존 림 사장 취임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걸 보니 주주로서 매우 기쁘다"며 "기존 공장이 잘 가동되고 있고 4공장도 가동된다고 해 기대가 크다. 올해도 좋은 결과를 내주길 기대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주주 C씨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업계 최초로 매출 3조 원을 달성하고 2단지(제2 바이오캠퍼스) 부지까지 확보하는 등 좋은 소식이 들린다"며 "이는 기존 이사회의 노력 덕분으로 생각된다"고 경영진을 칭찬했다.
이에 따라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의안 4개가 모두 순조롭게 승인됐다. 주주총회 개회 후 약 30분 만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주로 인천글로벌캠퍼스 공연장을 빌려 행사를 진행했다.
첫 본사 주주총회가 잡음 없이 끝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근 실적이 우수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조13억 원을 거둬 창립 11년 만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 최초로 연매출 3조 원대에 진입했다. 영업이익도 대폭 성장했다.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발전이 거듭되고 있다. 송도 사업장에서 세계 최대 규모 바이오의약품 공장인 4공장을 최근 준공했다. 또 조만간 제2 바이오캠퍼스를 구축해 신규 공장을 연이어 건설할 것으로 예정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약 2조 원 규모 5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항체약물접합체(ADC), 유전자치료제 등 신규 플랫폼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체 기술개발로 위탁개발생산(CDMO)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라이프사이언스펀드를 통해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에 투자하는 중이다.
존 림 사장은 이런 경영성과와 비전을 담담하게 설명한 뒤 "올해도 글로벌 톱티어 기업을 목표로 힘있게 달리겠다"며 "경영진은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주주총회를 매듭지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