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3-03-14 16: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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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이동 제한이 해소되면서 미국 렌터카 업계의 신차 구입이 증가하고 있다.
렌터카 등 상업용 판매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세액공제)를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 현지 생산까지 미국 전기차 점유율을 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이동 제한이 해소되면서 미국 렌터카 업계 신차 구입이 증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세액공제)를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렌터카 등 상업용 판매 확대를 통해 현지 전기차 생산체제 구축되기 전 미국 전기차 점유율을 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자동차 전문 매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플릿판매(자동차를 법인, 렌터카, 중고차업체 등 대상으로 대량 판매하는 것)가 최근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월 미국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소매판매는 93만5654대로 지난해 2월보다 4.3%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플릿판매는 같은 기간 48% 증가한 18만3954대를 기록했다.
특히 플릿판매 가운데 렌터카 등 임대용 차량 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77% 증가한 9만1974대로 집계됐다.
올해 1월에도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0.3%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플릿판매는 58%, 임대용 차량 판매는 96% 급증했다.
미국에서 플릿판매가 급증한 것은 코로나19 렌터카 업계의 신차 수요 증가와 완성차업계의 판매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출장·여행 등 이동이 제한되면서 영업용 차량 구매를 꺼렸던 미국 렌터카 업계가 여행수요 회복에 발맞춰 신차 구매를 늘리고 있다.
또 자동차 대출 금리 상승과 물가 상승이 미국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심리를 위축시키면서 완성차업체들은 판매채널을 플릿판매로 전환하고 있다.
찰리 체스브로 콕스오토모티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고가 늘어남에 따라 일부 완성차업체들은 소매 수요 둔화를 상쇄하기 위해 플랫 채널에 더 많은 차량을 판매하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자동차 플릿판매는 2019년 320만 대에 달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168만 대, 2021년 161만 대, 2022년 170만대에 그쳤다. 2019년 전체 자동차 시장의 19%를 차지했던 미국 플릿판매 비중도 10%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증권업계에서는 얼어붙었던 미국 렌터카 업계의 신차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플릿판매는 2024년이면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의 판매량을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미국의 올해와 내년 개인 고객 대상 소매 판매는 전년보다 3% 늘어나는데 머물 것으로 바라봤다. 반면 미국에서 2023년 플릿 판매는 지난해보다 48% 증가한 251만 대, 2024년은 올해보다 31% 증가한 329만 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8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세액공제)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시행되면서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대차의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이 완공되는 시점은 2025년이다.
다만 지난해 말 미국 재무부는 IRA의 '북미 최종 조립 요건'과 관계없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업용 전기차' 범위에 리스회사가 사업용으로 구매한 전기차도 포함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추가지침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렌터카 업체 등에 사업용으로 판매하는 플릿판매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요건과 관계없이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된다.
현대차그룹이 만든 전기차가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올해부터 플릿 채널을 활용한 판매 비중을 크게 늘릴 계획을 세워 둔 현대차그룹은 플릿판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미국에서 2025년 이전에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올해 리스용 차량 판매 비중을 현재 5%에서 30% 이상 수준까지 늘릴 계획을 세웠다. 기아도 해당 판매 비중을 30% 이상으로 늘리는 전략을 펼친다.
시장수요가 충분하다면 완성차업체는 시장수요가 충분한 때는 개인 고객 대상 소매판매와 플릿판매 비중을 시장점유율 관리를 위해 의도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 완성차업체들은 판매량을 유지하기 위해 재고 물량을 플릿 판매를 통해 밀어내는 전략을 활용하기도 한다.
현대차그룹은 렌터카 업계의 신차 구매 수요 회복에 올라타 미국 전기차 생산체제가 본격화할 때까지 보조급 지급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대수를 최대한 늘리며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 방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미국 전기차 판매 대수는 각각 3만 대 수준임을 고려하면 올해는 소량의 소매 판매를 제외하고 대부분 물량을 리스 판매에 집중해 과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렌터카 업체들의 신차 수요가 전기차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현대차그룹이 IRA 대응을 위해 플릿 판매를 늘리는 전략을 펼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주요 시장의 내연기관차 판매금지 정책 부상과 전기차 판매촉진 보조금 지급 흐름을 고려하면 현재 플릿 수요의 중심은 전기차"라고 분석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플릿판매 이외 소매 전기차 판매에서는 인센티브(판매 보조금)를 확대해 IRA 혜택을 받는 경쟁업체의 전기차와 가격 경쟁을 벌일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와 관련해 "탄력적 인센티브 정책을 펼쳐 북미시장 전기차 점유율을 지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