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M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경영권 싸움은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와 하이브가 올해 확보한 주식은 3월 말 열리는 정기주주총회 이후에나 의결권을 갖기 때문이다.
▲ SM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경영권 다툼이 3월 정기주주총회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8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카카오와 하이브의 경영권 분쟁이 3월 말 정기주주총회 이후 본게임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기준 하이브와 카카오가 확보해 놓은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은 각각 19.43%와 4.91%다.
하이브는 2월9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로부터 14.8%의 지분을 매입했고 이 창업자에게 잔여지분 4.6%에 대해서도 매수청구권을 부여했다. 여기에 지난달 28일까지 진행된 공개매수에서 0.98%를 취득했다.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2월28일부터 3월3일까지 4번에 걸쳐 SM엔터테인먼트 주식 4.91%를 장내매입했다.
하지만 하이브와 카카오는 3월31일에 개최되는 SM엔터테인먼트 정기주주총회에서 보유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SM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12월31일 기준으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에게 올해 정기주주총회 의결권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2022년 말 기준 SM엔터테인먼트 주요 주주들의 지분 구조를 살표보면
이수만 창업자 18.46%, 국민연금공단 8.96%, KB자산운용 5.12%, 컴투스 4.2% 등이며 나머지는 일반주주들이 들고 있다.
하이브는 이 창업자의 18.46%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대리 행사할 수 있지만 카카오는 현 경영진과 얼라인파트너스가 보유한 1% 남짓한 의결권만 확보한 상황이다.
카카오가 7일부터 24일까지 계획대로 공개매수를 통해 SM엔터테인먼트 지분율을 39.91%까지 높여도 이번 주주총회에는 아무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이는 하이브가 지난달 진행했던 공개매수로 매입한 0.98%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에 하이브와 카카오는 일반주주들을 대상으로 의결권 위임을 받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이브는 2일 웹사이트 'SM with HYBE'를 오픈했고 카카오와 손을 잡은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은 기존의 'SAVE SM 3.0' 웹사이트를 개편했는데 각각 해당 웹사이트에서 의결권 위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하이브와 카카오가 이번 주주총회 의결권도 없는 주식을 계속 확보하려는 이유는 당장의 표대결에서는 지더라도 이후 임시주주총회에서 반전을 노리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주주총회 소집 권한은 이사회에 있지만 상법 제354조에 의하면 발행주식 총 수의 3% 이상을 가진 주주는 회의의 목적과 소집의 이유를 이사회에 제출해 임시주주총회의 소집을 청구할 수 있다.
만약 이사회가 이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해당 주주는 법원에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신청할 수 있고 법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45일 이내 승인을 하게 된다.
하이브와 카카오는 이미 지분 3%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영권 확보에 실패하더라도 꾸준한 주식 매입과 우호세력 설득을 통해 임시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뺏어올 기회가 있는 셈이다.
당장 보유한 의결권만 놓고 보면 하이브가 유리해 보이지만 결국 카카오의 공개매수 성공 여부에 따라 31일 정기주주총회 이후 싸움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임시주주총회로 경영진이 뒤바뀐 대표적인 사례는 남매 사이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아워홈이 있다.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은 2021년 구본성 당시 아워홈 부회장이 갖고 있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아워홈 이사회가 이를 묵살하자 구지은 부회장은 법원에 요청해 허가를 얻어냈고 결국 임시주주총회에서 반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법원이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항상 허가하는 것은 아니다.
바이오기업 파나진의 소액주주들은 지난해 12월 김성기 대표가 다른 기업에 주요 기술을 유출했다고 주장하며 경영진 교체를 위해 임시주주총회를 법원에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올해 1월19일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허가할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며 소액주주들의 신청을 기각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