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3-03-03 15: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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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이 친환경 해운 투자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해운업계에서 친환경 해운은 대세를 넘어 필수가 되고 있다. HMM은 현재 공식 매각절차에 들어갔는데 김 사장은 친환경 해운 투자를 통해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친환경 해운과 관련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2일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민영화를 위한 자문사 선정작업에 들어갔다. 해운업계에서는 김 사장의 친환경 해운 투자가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바라본다.
3일 해운업계에서는 HMM이 지난 2년 동안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해운운임 하락 환경에서도 친환경 해운 투자에 필요한 재무적 체력을 탄탄하게 갖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3월 첫째 주 931.08를 기록하며 해운 경기가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 HMM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약 14조 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김 사장은 지난해 7월 발표한 15조 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계획 가운데 친환경 해운 관련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14일 HMM은 메탄올을 원료로 하는 컨테이너선 9척을 발주했다. 전체 발주 규모는 1조4128억 원이다. 이는 중장기 투자계획의 일부인 3조7천억 원 규모의 친환경 선박 확보 및 환경 규제 대응을 위한 투자의 일환이다.
김 사장은 발주 기념식에 참석해 "지속적인 친환경선 확보로 탄소중립을 위한 국제사회 움직임에 동참하면서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HMM은 컨테이너선 확보뿐 아니라 친환경 연료 개발을 위해 프로만, PTTEP, 유로피언에너지, 현대코퍼레이션 등 국내외 기업과 협력해 메탄올 생산·공급에 나서기로 했다.
해운업계에서는 HMM의 친환경 해운 투자가 최근 공식절차를 밟기 시작한 HMM 민영화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요인으로 본다.
HMM의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지분율 20.69%)과 한국해양진흥공사(지분률 19.96%)는 2일 HMM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자문사 선정에 착수했다. 3일 기준 HMM의 시가총액은 약 11조 원에 이르는데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지분가치는 산술적으로 약 4조5천억 원에 이른다.
해운업계에서는 새로운 주인이 나올 때까지 HMM이 투자를 미루기보다는 빠르게 집행하는 것이 발주 비용 증가, 인도 시점 지연 등 예상치 못한 위험 요인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해운사의 친환경 선박 발주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선박 발주 가운데 LNG, 메탄올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 발주 비중은 2019년 29.9%에서 2020년 30.4%, 2021년 32.2%, 2022년 62.0%로 급등했다.
이는 친환경 해운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규제로는 국제해사기구(IMO)가 올해 1월부터 시행한 '선박탄소집약도지수(CII)' 제도가 있다.
선박탄소집약도지수는 화물 1톤을 1해리(1.852km) 운송하는 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운항거리, 연료사용량, 날씨, 항로, 운항속도 등을 반영해 산출한다. 산출된 선박탄소집약도지수에 따라 각 선박은 A부터 E등급으로 분류되는데 D등급은 3년 이내, E등급의 경우 1년 내로 C등급 이상으로 등급을 올려야 한다.
만약 기한 내에 등급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에너지효율 개선 계획의 타당성을 선박검사기관으로부터 승인받기 전까지는 해당 선박 운용이 제한된다.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HMM가 보유 중인 선박 일부는 선박탄소집약도지수 제도시행에 따른 개선 계획 수립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신용평가가 탄소배출 효율 기준에 따른 등급별 비중을 추정한 결과 HMM은 △A등급 38% △B등급 19% △C등급 19% △D등급 13% △E등급 11%의 선박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업계에서는 선박탄소집약도지수의 등급 기준이 탄소배출 감축률 상승에 따라 강화되는 만큼 이에 맞춰 해운사들의 친환경 해운 투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선박탄소집약도지수의 탄소배출 감축률은 2023년 5%, 2024년 7%, 2025년 9%, 2026년 11%이다. 해운사들이 2023년의 감축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면 선박들의 선박탄소집약도지수 등급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 국제해사기구는 모든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2008년도 배출량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40%, 2050년까지 70% 수준으로 감축하는 로드맵을 짜둔 상태다.
HMM의 친환경 해운 투자는 이미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앞서 HMM은 2018년부터 탈황설비를 보유 선박에 전격 도입했으며 선박종합상황실을 통한 운항 효율 향상으로 유해물질 배출을 줄여왔다.
최근 노르웨이의 컨테이너운임 분석업체 제네타(Xeneta)는 2022년 4분기 탄소배출지수(CEI) 조사 결과를 토대로 HMM을 동아시아~미국 서안 구간의 최우수선사로 선정하기도 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갈수록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선제적 투자를 통한 친환경 해운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