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의원은 “론스타 사태는 ‘먹튀’도 아니고 ‘속튀(속이고 달아난 것)’다”며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금융경제관료들과 투기자본이 결탁한 거대한 비리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그 경제관료들이 정권을 넘어서 대한민국 경제를 좌지우지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에 이 상징적 탈선의 면모를 가려내야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 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론스타 문제 전문가로 꼽히는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발제를 하며 포문을 열었다.
전 교수는 “많은 분들이 론스타 문제가 어렵기 때문에 ‘론스타가 가해자, 모피아(재무부처의 고위관료 출신 인사들을 마피아에 빗대어 부르는 말)가 피해자’ 혹은 ‘론스타는 하던대로 했을 뿐이니 모피아가 잘못했다’와 같은 이분법적 관점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론스타도 ‘나쁜 놈’, 모피아도 ‘나쁜 놈’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공개된 판정문에 따르면 ICSID 재판부는 금융위원회의 잘못도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그게 진실의 모습이며 때로는 배척했다 할지라도 둘은 공생관계였고 아웅다웅 다투는 데에는 자격(Qualification)의 Q와 가격(Price)의 P가 있었다”며 “무자격자인 론스타는 불법적으로 취득한 주식을 팔 때 모피아와 싸우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론스타가 은행법상 외환은행을 살 수 없었지만 자격 논란은 피해갔다고 봤다.
실제로 론스타 논란에서 비금융자격자 논란은 핵심으로 꼽힌다.
국내 은행법에는 산업자본은 은행을 소유할 수 없다는 이른바 ‘금산분리’의 원칙이 명시돼 있다.
제 2조에 따르면 비금융회사의 자본총액이 2조 원 이상이 비금융주력자는 은행을 소유할 수 없다. 제 16조의 2를 보더라도 비금융주력자는 금융기관의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총수의 100분의 4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 측은 ISDS 소송에서 비금융자격자 관련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대회 주최측은 론스타가 비금융자격자로 확인된다면 은행법 위반으로 외환은행 인수자격 자체가 없고 오늘날의 분쟁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바라본다.
송기호 변호사는 정부의 정보공개 미흡을 지적하며 앞으로의 대처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론스타 사태는 (2003년부터) 세 차례의 10년으로 생각해보고 있는데 지금까지 두 차례의 10년이 있었다”며 “앞으로의 10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10년을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론스타 판정문이 나왔지만 여전히 많은 게 감춰져 있는데 특히 검은색으로 1440여개가 지워졌다”며 “주로 무엇이 지워졌느냐 하면 주어가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판정문은 영문으로만 공개됐다. 심상정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는 개인정보를 이유로 1천 여 건의 사람이름을 삭제했다. 외교기밀을 이유로 몇 개의 각주를 통째로 지우기도 했다.
송 변호사는 이를 두고 “누가 했는지를 모르게 하는 것이다”며 “짐작은 할 수 있으나 막연히 짐작한 누군가가 이렇게 했다는 것과 판결문에 특정한 사람이 구체적으로 나와서 그 자가 이런 일을, 이런 짓을 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고 바라봤다.
권영국 변호사(전 론스타공동대책위원회 법률단장)는 법적 조치 가능성을 언급하며 론스타에서 외환은행을 사들였던 하나금융지주의 책임론도 제기했다.
권 변호사는 “중재판정문을 보면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은 비금융주력자이거나 금융범죄로 처벌받은 론스타에 대해 은행법상 법적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업무상 임무와 다르게 승인 권한을 남용해 론스타에 주식 매각가격 인하를 압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금융위원회 승인 여부를 핑계삼아 금융위원회와 매각가격 인하 압박을 공모하고 함께 실행했다고 볼 수 있다”며 “김 회장을 업무상 배임죄의 공범으로 조사해야 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 하나금융지주도 사용자 책임으로 연대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전 론스타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는 한 장관이 국민들을 상대로 정보를 부풀렸다며 정치적 책임론에 힘을 실었다.
김 대표는 “한동훈 장관이 95.4% 승소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대부분 언론들은 대단한 승소를 한 것처럼 보도했다”며 “하지만 우리는 승소한 게 아니며 잘 봐줘야 반반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역에 있는 사람들이 물러나야 하는 정치적 책임에서 시간벌기용이 아닌가 싶다”고 바라봤다.
론스타 관련 논란이 한창일 때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현 정권의 관료들도 당시 사건과 관련한 결정권을 갖고 있었거나 실무를 맡았기 때문이다.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은 감시체계의 문제가 크다며 간단히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짚었다.
윤 원장은 “당연히 감독기구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이다”며 “제도적 문제로 최소한 한동안 금융감독 책임 문제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정립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 보고대회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영국 변호사, 전성인 교수, 윤석헌 전 금감원장, 송기호 변호사,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비즈니스포스트>
이날 보고대회에는 당시 외환은행과 외환카드에 근무하며 외풍을 겪어야만 했던 사원들도 참석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도 한 목소리로 진상규명을 언급했다. 특히나 국정조사나 특검까지도 가야할 사안이라는 말도 나왔다.
행사는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과 배진교 정의당 의원,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금융정의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와 참여연대가 이날 행사를 개최했다.
ICSID의 판정문은 누구나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개인 블로그에서 받아볼 수 있다. 국회도서관의 국문 번역을 영어 원문과 대조해 가며 읽을 수 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