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3-03-01 14: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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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박원철 SKC 대표이사 사장이 계열사 SK넥실리스를 통한 동박사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수성에 고삐를 죄고 있다.
박 사장의 무기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SK넥실리스 해외 동박 공장의 원가 경쟁력이다. 동박사업 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은 편인데 말레이시아와 폴란드 공장에서는 국내보다 저렴한 전기료로 동박을 생산할 수 있다.
▲ 박원철 SKC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해외 공장의 원가 경쟁력과 기술력을 앞세워 세계 동박 시장 1위 수성에 나선다.
또 생산성과 고객 대응력을 함께 높일 수 있는 ‘광폭’ 제품 생산 역량도 큰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상반기까지는 SKC가 처한 현실이 녹록치 않다. 석유화학 업황 악화가 계속되는 탓에 화학사업 부문 반등이 어려운 상황에서 주력 사업으로 거듭난 동박사업에서도 반등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동박은 구리를 고도의 공정기술을 통해 얇게 만든 막으로 배터리 음극재에 쓰이는 핵심소재다.
1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SKC는 올해 상반기까지 다소 부진한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SKC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140억 원, 2분기 영업이익 350억 원가량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1년 전보다 각각 86%, 67% 줄어드는 것이다.
특히 현재 국내에서만 생산기지를 가동하고 있는 동박사업이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동박 생산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5%로 원가의 절반인 원재료 비용에 이어 2번째로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4분기 산업용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최대 11.7원 높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산업용 전기요금을 kWh당 13.1원 올렸다. 한국전력은 전력구매 비용이 판매가격보다 높은 역마진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탓에 2분기에도 전기요금을 더 올릴 가능성이 높다.
SK넥실리스 역시 상반기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영업이익 150억 안팎을 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모두 1년 전보다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률로 보면 지난해 상반기 13.3%에서 6%대로 축소될 것을 보인다. 이미 지난해 4분기에도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영향을 받아 영업이익률 6.6%를 나타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하반기부터 SKC가 실적 반등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3분기부터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의 가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의 동박 공장은 박 사장이 세계 동박 1위 수성에 자신감을 보일 수 있는 가장 큰 무기 가운데 하나다. 배터리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기준 SKC는 세계 동박 시장 점유율 22%로 1위를 기록했다.
동박업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전기요금은 국내보다 50% 가량 낮다. 국내 전기요금이 더 오르면 차이는 최대 60%까지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SKC가 원가를 크게 낮춰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기는 셈이다
말레이시아 공장은 SKC 동박사업의 첫 해외 생산기지로 연간 동박 생산능력이 국내 정읍 공장의 5만2천 톤보다 더 많은 5만7천 톤 규모로 조성되고 있다.
박 사장은 2번째 해외 생산거점인 폴란드에서도 우수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넥실리스는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시에 내년 가동할 연산 5만 톤 규모의 동박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 공장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신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을 확보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 10년 이상의 장기계약 방식으로 전력을 확보해 전기요금 변동과 관련한 리스크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KC 동박사업은 하반기 원가 경쟁력이 높은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에 따라 수익성을 회복할 것”이라며 “향후 폴란드 공장 역시 신재생에너지 전력 조달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폭이 1m 이상인 ‘광폭’ 동박 생산역량도 기술적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광폭 동박은 폭이 더 좁은 동박을 생산할 때보다 생산성 자체를 높일 수 있다. 광폭 동박 생산시 수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SKC는 이미 이 문제를 기술적으로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또 글로벌 주요 배터리기업들이 최근 신규 설비를 구축할 때 배터리 생산력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는 광폭 동박을 적용한 공정을 대부분 적용하고 있다. SKC가 고객 대응력을 한층 높일 수 있는 부분이다.
SKC에 따르면 SKC 동박사업에서는 전체의 90% 이상을 광폭 제품으로 생산한다. 반면 다른 대부분의 동박기업의 광폭 생산 비중은 전체의 30~50%에 불과하다.
유럽 최대 배터리기업인 스웨덴 노스볼트가 자체적으로 필요한 동박의 상당 부분을 SKC로부터 조달하기로 한 데에도 압도적 광폭 생산 비중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SK넥실리스는 2월17일(현지시각) 노스볼트와 2024년부터 5년 동안 최대 1조4천억 원 규모의 동박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 물량은 노스볼트가 계약 기간 필요한 동박 수요의 80%에 이른다.
박 사장은 지난해 경쟁사인 일진머티리얼즈(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롯데케미칼로 인수된다는 소식을 놓고 동박 시장이 커지는 효과가 크다며 오히려 환영한다는 뜻을 내놨다. 롯데그룹으로 인수됨에 따라 일진머티리얼즈의 자본력이 크게 좋아지더라도 여전히 자사의 입지는 견고하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셈이다.
박 사장은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동박 수요와 비교해) 더 공격적으로 증설을 하지 못해 아쉽기도 했는데 일진머티리얼즈가 인수돼 증설 대열에 합류해주면 오히려 시장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쉽게 따라잡기 힘든 큰 기술 격차를 보유하고 있고 업계 선도업체로서 그 격차를 유지하면서 배터리산업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한국, 말레이시아, 폴란드를 합쳐 2024년 글로벌 연간 동박 생산능력 15만 톤 이상을 구축한 뒤 추가로 북미 등에 거점을 마련해 2025년 연간 25만 톤 이상의 동박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해에도 SKC 전체 설비투자(CAPEX) 1조4천억 원가량 가운데 70%를 동박 증설을 포함한 배터리소재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KC는 동박사업에서 3분기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을 계기로 올해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58% 증가할 것”이라며 “고객사 다변화 및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