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에 본사를 둔 국내 완성차기업인 한국GM과 르노코리아자동차가 내수판매 부진을 헤쳐 나가기 위한 해법으로 정반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7월 부평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하는 GM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부분변경 모델. < CHEVOLET > |
[비즈니스포스트] 해외에 본사를 둔 국내 완성차기업인 한국GM과 르노코리아자동차가 내수판매 부진을 헤쳐 나가기 위한 해법으로 정반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국GM은 올해 주력 소형SUV 신차 2종을 국내에 내놓고 본사 수입모델로 소비자 선택지를 넓힌다는 계획을 세웠다. 반면 르노코리아는 수입모델 없이 국내 수요에 맞춘 중형 이상 차급의 차량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6일 한국GM에 따르면 최근 창원공장에서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북미모델의 양산을 본격 시작했다.
올해 1분기에는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국내에도 출시한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한국GM이 2018년 KDB산업은행과 GM 본사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을 때 경영정상화를 위해 트레일블레이저와 함께 GM 본사에서 배정받은 글로벌 신차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트레일블레이저와 함께 올해 한국GM 내수판매량 회복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국GM과 르노코리아는 극심한 내수판매 부진에 빠져있다.
지난달 한국GM은 국내에서 모두 1021대를 팔았다. 2021년 1월보다 24% 줄어든 규모다. 같은 기간 르노코리아도 내수판매량이 1년 전보다 52.7% 빠진 2116대에 그쳤다.
이는 국내에서 차를 생산하지 않는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 BMW(6089대), 메르세데스-벤츠(2900대), 아우디(2454대)보다도 판매량에서 밀린 것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국산차 가운데 한국GM과 르노코리아의 점유율이 각각 3.2%, 4.5%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내수판매 부진이 더욱 심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한국GM은 올해 국내에서 주력 신차 2종을 새로 내놓고 본사 수입모델로는 다른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을 세웠다.
구형 트랙스는 2013년 등장해 국내 소형SUV 시장의 문을 연 모델이다. 10년 만에 완전변경을 거치고 최근 생산을 시작한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디자인을 확 바꾸고 차체를 크게 키워 넓은 실내 공간을 중요시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GM은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처음 공개했는데 제원을 보면 전장 4537mm,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 2700mm, 전폭 1823mm다. 구형보다 전장은 282mm, 휠베이스는 145mm 길고 전폭은 48mm 넓어 같은 브랜드 상위 차종인 트레일블레이저보다 차체가 커졌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미국 판매가격은 2만1495~2만4995달러(약 2830~3290만 원)다.
한국GM은 올해 국내에 트레일블레이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트레일블레이저는 2020년 1월 국내에 출시됐는데 약 4년 만에 첫 부분변경을 거치는 것이다.
신형 트레일블레이저에는 더 얇아진 시그니처 헤드램프와 새로운 그릴 디자인이 적용됐다. 실내에는 8인치 계기판과 11인치 센터 디스플레이가 탑재된다.
GM 전문 매체 GM오소리티에 따르면 7월부터 부평공장에서 신형 트레일블레이저 미국 모델 생산이 시작되는데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같이 미국 출시 뒤 곧 국내 판매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신형 트레일블레이저의 미국 판매가격은 2만4395~2만8395달러(약 3210~3740만 원)다.
지난해 트레일블레이저는 국내에서 모두 1만4561대가 판매돼 한국GM 전체 내수판매량의 약 40%를 차지했다. 올해는 신차효과에 힘입어 판매량을 더욱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로베르토 렘펠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2분기 안에 부평과 창원 공장에서 연간 생산 능력을 50만 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한국GM 글로벌 판매량의 2배에 가까운 물량이다.
한국GM은 주력 모델인 두 소형SUV를 국내에서 생산해 판매하고 쉐보레, 캐딜락, GMC 브랜드의 본사 모델들을 수입판매해 올해 모두 6종의 신차 및 부분변경 모델을 국내에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2월7일에는 GMC 프리미엄 픽업트럭 시에라의 최상위 모델 드날리를 국내에 출시했다.
르노코리아는 최근 경기 용인시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에서 '뉴 엠비션데이' 행사를 열고 중장기 전략을 밝혔다.
스테판드블레즈 르노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은 행사에서 회사의 중장기적 방향성을 제시하며 "르노그룹 내 D·E세그먼트(중형·준대형) 첨단 차량 수출 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
르노코리아는 올해 신차를 출시하지 않는다. 다만 르노그룹,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회사 길리(지리)그룹과 함께 내년에 선보일 중형SUV 친환경차(하이브리드카)를 개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르노코리아의 친환경 신차에는 볼보의 CMA 플랫폼과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다.
CMA 플랫폼은 볼보의 준대형SUV XC90 등에도 사용되는데 르노코리아가 중형(D세그먼트) 이상으로 친환경차 라인업을 확대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드블레즈 사장은 지난해 6월 기자간담회에서 "유럽에서 큰 성공을 거둔 XM3 하이브리드도 르노에는 큰 플랫폼이 없어 XM3라는 소형차에 적용됐다"며 "한국시장의 55%는 D·E 세그먼트인데 볼보 플랫폼이 한국 시장도 커버하면서 해외 수출 시장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르노코리아는 한국GM과 달리 르노그룹의 차량을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르노그룹에서 생산되는 차량이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차량보다 작은 데다 내수 차량과 수입 차량 라인업을 동시에 갖추고 판매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르노 남미시장 차량개발 총괄 엔지니어, 중국 둥펑-르노 제품·브랜드 기획 및 프로그램 부사장(VP) 등을 지낸 드블레즈 사장은 브라질과 중국 영업 마케팅 조직에서 현지 생산 모델과 수입 모델을 함께 판매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르노코리아는 올해 신차를 출시하지 않는 데다 현재 SM6와 QM6, XM3 등 3차종만을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하고 있어 올해 국내 판매가 더 줄어들 공산이 크다.
이에 르노코리아는 다음 달 QM6 LPG 모델을 기반으로 1열 이외 공간을 모두 적재함으로 구성한 파생모델인 QM6 퀘스트를 내놓고 내수시장 지키기에 나선다.
한국GM 역시 경차 스파크, 중형 세단 말리부, 구형 트렉스가 단종되면서 국내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차량은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 단 2종 만이 남았다.
국내에서 정반대의 판매 전략을 펼치고 있는 한국GM과 르노코리아가 국내 판매 실적에서 반등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