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02-22 13: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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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와 국민의힘이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전에도 필수의료인력 확보와 지역 간 의료불균형 격차해소를 이유로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간극이 커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 정부와 국민의힘이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의료계와 정부 사이에 갈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2월13일 간호법 강행처리 규탄 선포식에서에서 투쟁선포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이 의료계의 가장 민감한 사안 가운데 하나인 의대 정원 확대를 본격적으로 들고 나오면서 윤석열정부 출범 뒤 첫 의정(의료계·정부)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22일 정치권과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정부·여당과 의료계 사이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의사들을 향해 ‘집단이기주의’라는 말까지 거론하며 의대 정원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의사들은 그동안 수술 수가를 높여 달라 하고 의대 정원 확대는 막아왔다”며 “의사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게 된 것은 근본적으로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의 결과”라고 의료계를 비판했다.
의대정원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복지부)도 올해 1월 대통령실에 2023년 업무계획을 보고하면서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에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의대정원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의대 정원 확대 카드를 들고 나온 데에는 필수 의료 분야 인력 충원 문제가 배경에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23년도 상반기 과목별 전공의 모집정원 및 확보 현황’에 따르면 필수 의료과목 전공의 확보율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 확보율이 20.1%에 그친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해 흉부외과(49.1%), 외과(65.2%), 산부인과(74.8%) 등이 필요한 인력을 채우지 못했다.
이를 반영하듯 윤석열 대통령과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을 찾아 소아병원 의료진 부족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조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중증 소아의료체계 확충, 야간 휴일 소아진료 사각지대 해소, 적정 보상을 통한 소아 의료 인력 확보 등을 핵심대책으로 보고했으며 윤 대통령은 "보고한 3대 대책을 조속히 이행하라"고 지시했다.
문제는 필수의료 인력 부족 원인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의 견해차가 커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의대 정원 확대로 의정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현재 우리나라의 전문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의사인력 수급 추계 연구 보고서'에서 의대정원이 현행대로 유지될 경우 2035년에는 2만7232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0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전공의들의 필수의료 기피현상을 두고 “필수의료 회복을 위한 장기대책은 의대정원 확대”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의료계는 현재도 우리나라 전체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으며 필수의료 부족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견해를 보인다.
김이현 대한의사협회(의협) 홍보이사는 지난 1월18일 성명을 통해 “우리나라의 의사 수는 매년 3천2백여 명이 배출돼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며 “필수 및 공공의료 분야 인력부족 문제는 의사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부의 제대로 된 의사인력 수급 정책 부재와 지역 및 의료취약지의 열악한 의료 환경 등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수호 전 의협회장도 21일 의협신문과 인터뷰에서 “의료접근성 등을 고려하면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며 “잘못된 통계를 근거로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검토를 지시한 카이스트(KAIST) 의사과학자 육성 대학원 설립도 경계할 만큼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반감이 강하다. 의사과학자에서 임상의로 이탈하는 인원이 발생해 ‘밥그릇 싸움’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의료계는 문재인정부가 2020년 공공의대 설립을 통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자 전공의 집단 진료거부로 맞섰다. 일부 의대생들도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하지 않으며 힘을 보탰다. 결국 정부는 2020년 9월 의대 정원 확대 ‘원점 재검토’를 선언하며 정책을 철회했다.
여기에 정부와 의료계 협의기구인 ‘의료현안협의체’가 잠정 중단된 것도 의정갈등을 좁히기 어려운 요인으로 파악된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가 2022년 8월 이필수 의협회장을 만났다. 또 이기일 복지부 1차관, 박민주 2차관도 각각 의협을 방문하며 의료계와 관계개선을 꾀했다.
그 결과 정부와 의협은 지난 1월26일 의료현안협의체를 열었다. 협의체에서 정부와 의료계의 논의가 재개된 것은 2020년 9월 공공의대 설립 추진 여파로 의정협의체가 중단된 지 약 2년4개월 만이었다.
그러나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되자 의협은 16일 회의에 불참하며 의정협의체 참여를 잠정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문제를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협상 통로가 막힌 셈이다.
의협은 18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했다. 비대위를 가동시켜 각종 의료정책 대응에 의료계 역량을 모으는 동시에 투쟁강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대의원총회에서 비대위 구성이 통과된 뒤 "모든 역량을 동원해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 등의) 국회 통과를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현재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 반대 투쟁을 펼치고 있는데 의대정원 문제까지 더해진다면 의료계 총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료계 13개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오는 26일 간호법 및 의사면허취소법 저지를 위한 총궐기대회를 개최한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간호법 강행처리 규탄 총력투쟁 선포식’에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투쟁 로드맵을 만들고 있으며 강력한 행동까지 고려 중인 상황으로 연대 파업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