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중소형 폴더블(접는) 올레드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를 통해 구축한 폴더블 올레드 디스플레이 시장 아성에 기술력을 앞세워 도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 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 폴더블 올레드 사업에 공을 들이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채비를 하고 있다. 사진은 LG디스플레이의 8인치 360도 폴더블 올레드 디스플레이 모습. < LG디스플레이 >
정 사장은 성장성이 높은 폴더블 올레드 디스플레이 사업을 실적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LG디스플레이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정 사장은 중소형 올레드 분야에서 폴더블 기술을 강화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G디스플레이가 올해 초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2023에서 양방향으로 접을 수 있는 8인치 폴더블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선보이며 기술력을 뽐냈다.
LG전자의 8인치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한쪽 방향으로 접는 방식이 아니라 양방향으로 접을 수 있는 특징을 지녀 IT기기에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단방향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경우 접은 상태에서는 사용할 수 없어 큰 화면의 휴대 편의성만 높이지만 양방향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바깥쪽으로 접은 상태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8인치 디스플레이는 휴대하기 편리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넘어서는 크기이기 때문에 잠재적 수요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이나 애플이 태블릿PC 아이패드 미니 시리즈를 내놓은 것도 8인치 안팎 크기의 디스플레이 기기를 향한 소비자의 니즈(요구사항)가 존재하는 점에 착안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아이패드 미니(2021년 형)의 판매량은 아이패드 프로(2021년 형)을 앞지를 정도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LG디스플레이는 17인치 폴더블 올레드 디스플레이 생산기술도 확보해 노트북이나 휴대용 모니터, 태블릿PC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
정 사장은 태블릿PC와 휴대용 모니터 등 IT세트 분야에서 기존보다 큰 디스플레이를 필요로 하는 점에 주목하고 폴더블 올레드 사업 저변을 넓힐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그동안 HP나 레노버 등 노트북 제조사들과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제품을 내놓은 바 있어 앞으로 단기간에 사업 영역을 확장시킬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17인치의 폴더블 올레드 디스플레이는 접게 될 경우 11인치 크기로 줄어들기 때문에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분야로 꼽힌다.
정 사장은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압도적으로 앞서 나가고 있는 점을 감안해 태블릿PC와 휴대용 모니터, 노트북 등의 IT세트 시장을 공략하는 경영전략을 우선적으로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자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애플과 협력관계를 통해 폴더블 디스플레이 사업을 크게 키울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본다. 애플이 내년 폴더블 아이패드 출시계획을 세웠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 내부 사정에 정통한 궈밍치 TF인터내셔널 연구원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애플이 폴더블 아이패드를 2024년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애초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폭넓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애플의 협력을 점치는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애플의 그동안 행보를 보면 특정 디스플레이 업체에 의존도를 낮추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어 삼성디스플레이와 비슷한 기술력을 확보한 LG디스플레이와 손잡을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탈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LG디스플레이로서는 삼성디스플레이를 추격하는 의미를 넘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 서플라이체인 컨설턴트(DSCC)는 올해 폴더블 디스플레이 출하량이 1670만 개로 지난해보다 2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바라봤다.
또한 내년 출하량은 3400만 개까지 늘 것으로 예상돼 2021년과 비교하면 4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아울러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은 고객과 협의를 통해 물량을 조절하는 고부가 수주형 사업이기 때문에 수익성 확보에도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아 정 사장에게 매력적 사업분야로 보일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거뒀다. 정 사장이 폴더블 올레드 디스플레이 사업을 키운다면 재도약하는데 힘을 보탤 수 있다.
김성현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 전무는 지난해 4분기 콘퍼런스콜에서 “IT용 올레드와 같이 고객과 협의된 프로젝트를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수주형 사업 비중은 2022년 30%, 2023년 40%, 2024년 50% 수준으로 점차 높여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