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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 역대급 실적에도 업황 경고등, 조기석 파운드리 다변화 박차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3-02-15 16: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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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DB하이텍이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냈지만 사업 전망과 관련해서는 위기감을 느낄 처지에 놓이게 됐다.

주력인 8인치 웨이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황 악화의 영향이 가시화되고 DB하이텍의 시장 내 입지도 약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DB하이텍 역대급 실적에도 업황 경고등, 조기석 파운드리 다변화 박차
▲ 조기석 DB하이텍 대표이사 내정자 사장(사진)이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한 다변화 전략을 추진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조기석 DB하이텍 대표이사 내정자 사장으로서는 올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한 파운드리 제품 다변화 전략이 더 절실해졌다.

15일 반도체업계와 증권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8인치 웨이퍼를 활용하는 레거시(구형) 파운드리 가동률 하락이 본격화하며 DB하이텍을 비롯한 8인치 파운드리업체의 실적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산업 매출에 대한 시장조사업체들의 전망치를 보면 미국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5~7%, 대만 트렌드포스는 4% 지난해보다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파운드리 공장들을 조사한 결과 모든 유형의 반도체 공정 수요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2분기에는 수요가 더 가파르게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8인치 파운드리 가동률 하락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5나노 이하의 첨단 공정을 수행하는 파운드리 수요는 여전히 비교적 탄탄한 데 반해 8인치 파운드리 쪽의 수요는 위축된 상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8인치 파운드리업체들의 전반적 가동률은 지난해 90% 수준이었지만 최근 70%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8인치 파운드리의 수급 상황 역시 DB하이텍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8인치 파운드리의 가격 매력이 축소돼 고객 수요가 빠르게 12인치 파운드리로 이전되고 있다”고 파악했다.

아울러 도 연구원은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8인치 장비 제조를 재개하고 있어 8인치 공급 부족도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장비 부족은 8인치 파운드리 제품 공급을 제한하는 요인이 돼 DB하이텍 등 8인치 파운드리 업체가 반사이익을 누려왔다. 장비 생산이 재개되면 반대로 8인치 파운드리 업체들의 시장 지위가 약화될 수 있다.

이런 외부 환경을 고려하면 DB하이텍이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고 안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셈이다.

DB하이텍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6753억 원, 영업이익 7687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21년보다 매출은 38%, 영업이익은 93%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46%로 거의 매출 절반을 이익으로 남겼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이어졌던 7개 분기 연속 성장세는 4분기에 꺾였다. DB하이텍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3971억 원, 영업이익 1536억 원을 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1%, 영업이익은 30% 감소한 것이다.

파운드리 업황 악화의 영향이 이어지면서 올해는 연간기준으로도 실적이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조기석 사장으로서는 제품 다변화와 중장기 성장동력을 마련하며 사업 체질을 개선하는 과제를 안고 올해부터 DB하이텍 주력 파운드리사업의 사령탑을 맡게 됐다.

조 사장은 기존에 진행되던 고부가 제품 중심의 다변화 전략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고부가 특화 이미지센서 관련 공정기술 확보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런 제품 다변화 전략의 일환인 것으로 분석된다.

DB하이텍은 글로벌셔터와 단일광자포토다이오드(SPAD) 등에 특화된 파운드리 공정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산업용 머신비전, 자율주행차, 증강현실(AR) 등 신규 고성장 분야의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셔터는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의 이미지를 왜곡 없이 포착하는 센서다. 최근 ‘스마트팩토리의 눈’으로 주목받는 ‘머신비전(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이미지/영상 분석 시스템)에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단일광자 포토다이오드는 광자(빛의 입자) 수준의 미약한 빛 신호를 감지하는 초고감도의 3차원(3D) 이미지센서로 높은 정밀도와 장거리 측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니며 자율주행차의 라이다 등에 탑재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DB하이텍은 이런 공정기술을 활용해 미국, 일본, 중국의 기존·잠재 고객사들과 제품 개발을 진행하며 연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화합물반도체를 적용하는 차세대 전력반도체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가장 일반적 형태인 실리콘반도체가 단일원소인 규소(Si)고 구성된 반면 화합물반도체는 두 종류 이상의 원소로 구성된다.

DB하이텍이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질화갈륨(GaN)과 탄화규소(SiC) 반도체는 비교적 상용화 가능성이 높게 여겨지는 화합물반도체다. 이런 화합물반도체는 기존 실리콘반도체보다 고열, 고전압에 잘 견딜 수 있어 전기차 등에 탑재되는 전력반도체로서 쓰임새가 클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조사업체 욜디벨롭먼트에 따르면 질화갈륨(GaN) 전력반도체 소자 시장은 2021~2027년 연평균 59%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 시장은 2022년 1조1천억 원대에서 2030년 12조2800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DB하이텍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질화갈륨과 탄화규소 전력반도체는 성장성이 높은 만큼 미래 먹거리로서 연구개발과 양산체제 구축을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DB하이텍은 지난해 발표된 2023년 인사를 통해 조 사장과 황규철 대표이사 내정자 사장의 각자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기존 대표이사였던 최창식 부회장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자리를 옮겼다. 이런 인사 변경안은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새로운 각자대표체제에서 조 사장은 파운드리사업부를 맡고 황 사장은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을 설계하는 브랜드사업부를 맡는다. 

조 사장은 1964년생으로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4년 동부종합기술원에 입사해 DB하이텍 설립 초기부터 참여한 반도체 사업 전문가로 지난해 영업·생산 총괄을 거쳐 대표이사에 올랐다.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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