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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반도체산업에 브렉시트 후폭풍, 미국과 유럽 ‘보조금 경쟁’에 밀려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3-02-15 10: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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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반도체산업에 브렉시트 후폭풍, 미국과 유럽 ‘보조금 경쟁’에 밀려
▲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이 반도체산업 경쟁력 약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
[비즈니스포스트]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 결정을 내린 데 따른 후폭풍이 반도체산업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와 유럽연합이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글로벌 주요 반도체기업의 공장 유치를 위해 막대한 보조금과 지원 정책을 앞세우고 있는 반면 영국은 자국 기업의 투자 기회마저 놓칠 위기에 처했다.

15일 미국 CNBC에 따르면 영국에 본사를 둔 여러 반도체기업이 미흡한 정부 지원 정책을 이유로 다른 국가에 투자를 벌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반도체 전문기업 프래그매틱세미컨덕터는 CNBC를 통해 “영국에서 사업을 지속하려면 경제적 측면의 이점이 있어야 한다”며 “다른 국가의 정부 지원 정책이 더 유리하다면 사업장 이전은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시스템반도체 설계 분야의 강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ARM도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영국이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입지가 갈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영국 정부가 아직 반도체기업을 향한 지원 정책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반도체기업의 연구개발 및 생산 투자에 520억 달러(약 66조 원)의 지원금과 별도로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의 반도체 지원법을 실행하기로 확정했다.

유럽연합은 미국에 맞서 430억 유로(약 59조 원) 상당의 반도체 지원법 시행 계획을 구체화하며 반도체공장 투자 유치 기회를 미국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국과 대만, 일본 등 주요 반도체기업을 보유한 다른 국가에서도 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이 활성화되는 추세가 이어진다.

반면 영국은 잇따른 총리 교체로 정부의 반도체산업 육성 정책이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았고 예산 확보 측면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자국 반도체기업들의 지원 요구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IT전문지 더레지스터는 영국이 앞으로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입지는 갈수록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브렉시트가 이러한 결과를 낳는 결정적 패착에 해당한다고 바라봤다.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이 미국 반도체 지원법에 대응해 힘을 합치며 대형 반도체공장 유치에 성과를 내는 반면 영국은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인텔은 지난해 독일에 약 170억 유로를 들여 반도체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포함해 앞으로 10년 동안 유럽에 모두 800억 유로(109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대만 TSMC도 독일에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 독일 정부 및 유럽연합 측과 활발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로 글로벌 반도체기업의 생산공장 유치 기회를 놓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브렉시트 이후에는 유럽연합의 규제로 영국 반도체기업들이 수출에 제약을 받는 사례가 나타나며 다른 국가로 사업장을 이전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영국 반도체산업에 브렉시트 후폭풍, 미국과 유럽 ‘보조금 경쟁’에 밀려
▲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의 인공지능 반도체 관련 이미지.
반도체는 인공지능과 전기차, 사물인터넷 등 차세대 주요 산업은 물론 군사무기 분야에도 가장 핵심으로 자리잡게 될 유망 산업에 해당한다.

영국이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영향력을 유지하지 못하는 일은 결국 국가 경쟁력과 안보 능력이 낮아지고 경제적 측면에서도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브렉시트가 영국 국민투표에서 과반수 지지를 얻어 결정된 배경은 무역정책과 규제 등 측면에서 유럽연합에 주도권을 내줄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데 있었다.

당시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독립한다면 다른 국가와 무역 협상에 이점을 확보하고 경제 성장에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본격화되고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며 영국이 자체적으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워졌다.

여러 국가들이 힘을 합쳐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의 산업 정책에 대응하는 유럽연합의 방식이 세계 경제환경 변화에 맞춰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더욱 유리하기 때문이다.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영향력을 잃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IT플랫폼 등 다른 주요 산업에서도 점차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1월 영국 반도체업계의 정부 지원 정책 요구에 “가능한 이른 시일에 반도체산업 관련 정책을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가 약 1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입장을 내놓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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