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의 장기휴직으로 부총재 자리를 사실상 잃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홍 부총재의 선임을 지원했던 정부와 청와대를 향한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홍 부총재의 장기휴직으로 사실상 공석이 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부총재 자리를 놓칠 가능성이 커지면서 발언력도 상당부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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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오른쪽)이 2015년 9월9일 서울 청와대에서 진리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총재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진리췬 총재와 부총재 5명을 주요 의사결정권자로 두고 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최근 홍 부총재의 직위인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를 국장급으로 내리고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부총재급으로 올렸는데 이 자리를 프랑스에서 차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한국은 참여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많은 4조3천억 원 규모의 분담금을 지고 있는데도 의사결정 참여에 제약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기업들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서 매년 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한 건설과 통신 등 인프라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데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을 기반으로 한국 기업을 위한 ‘해외인프라수주지원센터’를 개설했고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도 관련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수주를 추진하고 있었지만 홍 부총재의 장기휴직으로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국회 기획재정위 결산회의에서 “홍 부총재의 무책임한 행동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서 향후 투자할 건설, 플랜트, 통신 등의 사업에 참여하려는 한국 기업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현재 공개모집 중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의 국장급 인사로 한국인을 앉히는 대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앞날이 밝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국장급 인사도 공개모집을 통해 성과 위주로 선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실무 경력자를 추천한다고 해도 다른 국가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한국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사람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의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 부총재로 보냈다”며 “이는 국가적 망신”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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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왼쪽)가 KDB산업은행 회장 시절인 2015년 9월9일 진리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총재와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오찬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홍 부총재는 실무경력없이 교수로만 30년 가까이 일해 산업은행 회장 시절부터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는데도 정부와 청와대에서 검증없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부총재로 영전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홍 부총재의 선임 확정 직후인 지난 2월3일 보도자료에서 “홍 부총재의 선임은 박근혜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과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라고 밝혔다.
진리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총재는 2015년 9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부총재 자리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총재는 당시 산업은행 회장이었던 홍 부총재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진 총재는 한국인 부총재 후보를 여러 명 추천해 달라고 했지만 정부의 의사에 따라 홍 부총재가 선임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잘못된 인사 탓에 국제기구 부총재 자리를 날리게 된 만큼 책임론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