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윤제 HLB 헬스케어사업부 사장이 나노 소재, 화장품 등 신사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우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코로나19 종식 이후를 대비한 '포스트 코로나'와 관련된 제품 개발 및 상용화가 목표다."
남윤제 HLB(에이치엘비) 헬스케어사업부 사장이 지난해 2월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약 1년이 지난 현재 HLB 헬스케어사업부는 남 사장의 말대로 나노 소재 개발, 화장품사업 등 다양한 신사업을 모색하며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육성하고 있다. HLB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헬스케어사업부가 앞으로도 순조로운 실적 개선세를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HLB 헬스케어사업부의 개발 로드맵을 살펴보면 산화 그래핀, 금, 은, 티타늄 등의 나노 소재에 대한 제형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나노 소재는 크기가 1~100나노미터(㎚) 수준인 미세한 입자를 말한다. 자기적 성질, 색깔, 녹는 점과 같은 물리화학적 성질을 조절하기 쉽다는 특성을 지녀 다양한 기술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진단기술 쪽에서 나노 소재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미세한 크기로 인해 생체물질과 결합하기 용이한 만큼 기존보다 정밀하면서 신속한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월 한양대와 고려대 연구팀이 나노 입자 표면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물질을 포집하는 방식으로 유전자증폭(PCR) 검사 시간을 수 시간에서 10분으로 단축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HLB 헬스케어사업부는 이같은 나노 소재를 활용해 면역진단용 키트를 자체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구강질환과 임신, 배란 등을 진단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이 추진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물론 아직 개발 초기인 만큼 장기적으로 더욱 다양한 질환을 공략하게 될 공산이 크다.
남 사장은 본격적인 제품 개발을 위한 전용 연구소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헬스케어사업부는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이미 연구소 설립을 위한 부지를 확보해놨다. 연구소는 올해 6월 착공할 것으로 예정됐다.
HLB 헬스케어사업부가 모색하는 또 다른 신사업은 바로 화장품이다. 기존에도 '라이프닷'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바디로션과 바디워시 등을 판매해왔지만 보다 본격적인 미용 제품을 선보이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현재 '아테미시아(ATEMISIA)'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기반으로 스칼프 스크럽, 스칼프 샴푸, 헤어 트리트먼트, 헤어 에센스 등 모발 관리 제품들이 패키지 개발 및 인허가 단계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바디 스크럽, 핸드 스크럽을 비롯한 여러 제품이 추가로 개발되고 있다.
향후 HLB 헬스케어사업부가 자체 화장품을 출시하게 되면 화장품 및 유통업을 하는 다른 관계사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HLB글로벌의 경우 자회사를 통해 화장품 브랜드 '엘리샤코이'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유통기업 티아이코퍼레이션을 인수하기도 했다.
남 사장이 추진하는 이런 신사업들은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인한 헬스케어사업부의 매출 감소를 상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헬스케어사업부의 전신은 남 사장이 창업한 체외진단의료기기업체 에프에이다. 남 사장은 코로나19 시기 의료용 알콜솜(스왑), 면봉 등을 생산해 글로벌 진단기업에 공급함으로써 2019년 90억 원에 불과한 회사 매출을 2021년 1300억 원으로 키웠다.
급성장한 에프에이는 HLB그룹 눈에 들었다. HLB는 2021년 10월 에프에이를 인수한 뒤 지난해 초 흡수합병해 헬스케어사업부로 출범시켰다.
이후에도 헬스케어사업부는 탄탄한 실적을 창출하며 HLB의 현금 확보에 톡톡히 기여했다. 지난해 1~3분기 HLB 매출 1473억 원 가운데 80.66%가 헬스케어사업부의 체외진단의료기기에서 나왔을 정도다.
다만 이제 코로나19 수혜가 끝나가는 만큼 앞으로 헬스케어사업부도 일정 규모의 매출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남 사장이 신사업을 통해 헬스케어사업부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줘야 하는 까닭이다.
남 사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기업의 가치는 이익창출과 같은 재무적 부문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경영을 통한 가치창출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HLB그룹 각 계열사와 원천기술 개발, 라인 및 양산체제 구축, 판매 마케팅을 위한 협업을 이뤄 전체적인 그룹 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