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1980년대 민주화운동 인사들의 고문이 이뤄졌던 남영동 대공분실을 소재로 한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9일 ‘연극집단 반’은 오는 17일부터 26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남영동 대공분실이라는 하나의 공간에 엮인 세 명의 인물과 세 개의 시간을 표현한 연극 ‘미궁의 설계자’를 공연한다고 밝혔다.
▲ 연극집단 반이 남영동 대공분실이라는 공간에 엮인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미궁의 설계자'를 2월17일부터 26일까지 대학로 아크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연극집단 반>
작품 속 ‘미궁’은 박종철 열사 등 수많은 민주화 인사들을 대상으로 고문이 자행됐던 남영동 대공분실을 의미한다.
연극 `미궁의 설계자`는 남영동 대공분실을 설계하던 `신호`의 1975년, 이곳에 끌려와 고문당한 `경수`의 1986년, 민주인권기념관이 된 남영동 대공분실에 카메라를 들고 나타난 `나은`의 2020년 이야기가 교차된다.
작품속 ‘미궁’이라는 하나의 공간은 각자에게 다른 ‘고통’을 안긴다.
인간을 위한 건축을 꿈꾸지만 인간을 해하는 건축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 ‘미궁’은 강요된 선택이라는 고통이 된다. 또 고문을 받으면서 진술을 강요받는 사람에게는 그 공간은 생존을 오가는 실질적 고통을 의미한다. 건축물을 탐구하는 사람도 ‘미궁’을 탐구할수록 점점 더 설계자와 피해자의 구체적인 고통을 마주해야 하는 직면의 고통을 겪는다.
김민정 작가는 미궁이라는 상징적 공간을 매개로 예술과 권력, 그리고 예술가의 윤리와 책임이라는 주제에 의문을 던진다.
김 작가는 “시대는 다르지만 남영동 대공분실에 얽힌 사람들의 삶과 선택을 보면서 예술과 폭력, 인권과 과거사에 대한 반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을 쓰고자 했다”고 작품의도를 설명했다.
연극 ‘미궁의 설계자’는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에 선정된 작품이다. 작품을 공연하는 ‘연극집단 반’은 1996년 동인제로 창단한 비영리단체다. ‘바라해라’ 연출을 시작으로 올해 창단 27주년을 맞이했다.
연극집단 반은 “앞으로도 건강한 연극 정신으로 사람다운 사람, 연극다운 연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