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다양한 모델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압도적 수준으로 높여가고 있다. 이에 대응해 쌍용자동차 등 중견 완성차업체 3사가 각 회사의 상황에 맞춘 판매 전략으로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다양한 모델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쌍용자동차, 르노코리아자동차 등 중견 완성차업체 3사가 국내 판매에서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중견 3사는 모두 실적 부진에 빠져 있는데 각 회사의 상황에 맞춘 판매 전략으로 경영 정상화와 내수판매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통계를 종합하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2022년 국내에서 모두 99만7846대의 승용차를 판매해 같은 기간 국내에서 판매된 115만5723대의 국산 승용차 가운데 86.3%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쌍용차와 르노코리아, 한국GM 등 중견 완성차 3사의 합산 점유율은 13.5%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쌍용차와 한국GM, 르노코리아는 모두 벤츠, BMW 등 선두권 수입브랜드보다도 판매량이 밀렸다.
국내에 생산 기지를 둔 완성차 제조업체로서 내수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상품성 높은 신차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 쌍용차, 전기차 신차로 새로운 도약 노려
쌍용차는 경쟁력 있는 전기차 신차 출시를 통해 내수 판매 확대와 연간 흑자 달성을 동시에 노릴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올해 토레스와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중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전기차 신차 U100(프로젝트명)을 출시한다.
정용원 쌍용차 대표이사는 지난해 7월 포레스 출시행사에서 U100에 대해 "가격, 성능, 품질, 디자인 모든 면에서 다른 어떤 동급 모델을 능가하는 혁신적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내년에도 코란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KR10(프로젝트명)을 전기차로 먼저 내놓고 하반기에는 국내 최초로 전기 픽업 O100(프로젝트명)을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쌍용차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35년 만에 사명을 KG모빌리로 바꾸기로 했다. 자동차 모델명과 엠블럼에도 KG 넣어 모두 변경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새 주인 KG그룹과 브랜드 이미지를 통합하는 것이다.
수십년 동안 사용한 이름을 바꾸는 것은 그 동안 쌓아올린 브랜드 가치를 내려놓는 큰 결정이다.
곽재선 쌍용차 회장은 "쌍용차라는 이름에 팬덤도 있지만 쌍용차에 씌워져 있던 아픈 이미지도 있다"며 쇄신 의지를 내비쳤다.
쌍용차 경영정상화에는 일단 파란불이 들어왔다. 쌍용차는 신차 토레스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에 2016년 4분기 이후 24분기 만에 분기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올해 1월에도 쌍용차는 브랜드 사상 단일 차종 최대 월간 판매실적을 새로 쓴 토레스 덕분에 국내에서 7130대의 차를 팔아 3사 가운데 유일하게 1월 판매 1위 수입 브랜드 BMW의 월간 판매량을 넘어섰다.
◆ 한국GM, 트랙스 크로스오버로 경영 정상화 박차
한국GM은 올해 1분기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는 트랙스 크로스오버(풀체인지 트랙스)가 내수 판매 확대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한국GM이 2018년 KDB산업은행과 GM 본사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을 때 경영정상화를 위해 트레일블레이저와 함께 GM 본사에서 배정받은 글로벌 신차다.
로베르토 렘펠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2분기부터 부평과 창원 공장에서 트레일블래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중심으로 생산을 집중해 연간 50만 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한국GM 글로벌 판매량의 2배에 가까운 물량이다.
트랙스는 2013년 국내 최초 소형SUV 시장의 문을 연 모델이다. 10년 만에 완전변경을 거친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차체를 크게 키워 넓은 실내 공간을 중요시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제원은 전장 4537mm,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 2700mm, 전폭 1823mm다. 구형보다 전장은 282mm, 휠베이스는 145mm 길고 전폭은 48mm 넓어 트레일블레이저보다 차체가 커졌다.
그럼에도 미국 기준 2만1495~2만4995달러로 트레일블레이저(2만2100달러~2만6200달러)보다 저렴한 가격표가 붙었다.
한국GM은 2021년까지 8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며 누적 5조 원이 넘는 손실을 봤는데 아직 발표되지 않은 2022년 실적에서는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으로 보고있다.
한국GM은 최근 법인명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외적으로 사용하는 회사 이름을 'GM 한국 사업장'으로 바꿔 쓰기로 했다. 올해는 새이름으로 트랙스 크로스오버 신차 출시의 기세를 몰아 완전한 경영 정상화를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 사진은 1분기 출시되는 한국GM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 GM > |
◆ 올해 신차 없는 르노코리아, 친환경차로 내년 도약 노려
르노코리아는 올해 신차를 내놓을 계획이 없다. 다만 르노그룹,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회사 길리(지리)그룹과 함께 볼보의 CMA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하기로 한 친환경차(하이브리드카)로 내년 판매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하고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2024년 출시하는 하이브리드 신차는 르노코리아의 국내 판매 실적을 한 단계 성장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CMA 플랫폼은 볼보의 XC90 등에도 사용되는 플랫폼으로 만큼 르노코리아가 중형(D세그먼트) 이상으로 차량 라인업을 확대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유럽에서 인기를 끈 XM3 하이브리드를 놓고 "르노그룹엔 큰 플랫폼이 없어 소형차 플랫폼을 적용했다"며 새로 개발할 친환경차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2021년 르노코리아는 2020년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영업손실은 2020년 796억 원에서 2021년 80억 원으로 크게 줄였다. 아직 2022년 실적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증가한 판매실적을 고려하면 흑자달성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르노코리아가 2년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본 데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던 닛산 로그 위탁생산 수출 계약이 2020년 3월 종료된 영향이 컸다.
그런 만큼 국내 사업장을 안정적으로 경영하기 위해선 국내 수요에 기반한 생산 물량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기존 '르노삼성'에서 '삼성'을 뗐지만 한국시장에 뿌리를 둔 국내 완성차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공고히 하겠다는 뜻을 담아 사명을 변경한 바 있다.
다만 현재 르노코리아는 SM6와 QM6, XM3 등 3차종 만을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하고 있는 데다 올해는 신차 출시를 계획하고 있지 않아 국내 판매가 축소될 공산이 크다.
르노코리아는 1월 국내에서 2116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지난해 1월보다 판매량이 52.7% 꺾인 것이다.
이에 르노코리아는 최근 1열 이외 공간을 모두 적재함으로 구성한 QM6 퀘스트 등 파생모델을 내놓고 내수시장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QM6 퀘스트를 놓고 "기존 트럭형 업무용 차량의 크기가 부담스러웠던 소상공인 고객에게도 맞춤형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