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기업 삼양식품을 수출기업으로 변모
삼양식품은 김정수의 공격적 글로벌경영 전략을 통해 매년 해외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정수는 대표이사 부회장직 외에 해외영업본부장을 겸직하며 영업과 마케팅,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삼양식품이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는 명운이 달린 때 해외 사업에 힘을 쏟기 위해서다.
김정수는 삼양식품의 기존 라면시장 사업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포화상태인 국내 라면시장의 출혈경쟁에서 벗어나 해외 마니아층을 공략하는 데 경영 역량을 집중했다.
삼양식품은 2017년 수출 1억 달러, 2018년 수출 2억 달러, 2020년 수출 3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2022년 식품업계 최초로 4억 달러 수출 대기록을 세웠다.
특히 2019년을 기점으로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이 돼 주목된다. 통상 내수 비중이 압도적인 식품기업들 사이에서 ‘K-푸드’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다.
김정수는 2019년 삼양식품 일본 판매법인, 2021년 미국법인과 중국법인을 설립했으며 아랍에미리트 ‘사르야 제너럴 트레이딩’과 업무협약(MOU)을 추진하는 등 해외시장 대응을 강화했다.
이전까지 현지 대형 유통 업체와 파트너십을 통해 제품을 공급했던 데서 머물지 않고 현지 판매법인을 통해 영업망 강화와 유통과정 일원화 등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4년 한국이슬람협회(KMF) 할랄 인증을 받았고 2017년 인도네시아 정부공인 울라마위원회(MUI) 할랄 인증을 획득해 동남아 지역 공략 여건을 마련했다.
할랄이란 이슬람 경전 코란에 따르면 ‘받아들일 수 있는·합법적’이라는 뜻으로 ‘이슬람 신도들이 소비하도록 허용됐다’는 말로 쓰인다. 비이슬람권 국가에서 이슬람권 국가로 식품 등을 수출할 때 반드시 받아야하는 인증이다.
현지법인 설립 외에 국내에서는 부산항 인근 경남 밀양에 수출전진기지를 만들었다. 삼양식품 공장 신설은 원주공장 설립 이후 30여 년 만이다.
밀양 신공장은 약 2천억 원이 투입돼 2022년 5월 준공했으며 연면적 6만9801제곱미터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로 자동화 및 수출 전용 생산라인이 구축됐다. 삼양식품의 연간 최대 라면 생산량은 기존 12억 개에서 18억 개로 늘어나게 됐다.
△창사 최초 중간배당으로 주주환원 강화
김정수는 2022년 주주친화경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삼양식품 창사 이래 최초로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중간배당은 결산 전에도 사업연도 기간 중에 배당을 실시하는 것을 말한다. 삼양식품은 2022년 8월12일 보통주 1주당 800원의 현금 중간배당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시가배당율은 0.8%, 배당금 총액은 59억8100만 원 규모다.
김정수는 이번 중간배당을 시작으로 매년 반기 실적 기준으로 연 2회 배당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주주들에게 회사의 이익을 더 자주 배분함으로써 안정적, 장기적 투자환경을 제공하고 주주가치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삼양식품은 안정적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배당 규모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주당 배당금은 △2016년 150원 △2017년 250원 △2018년 400원 △2019, 2020년 800원 △2021년 1000원으로 늘었고 전체 배당금은 2016년 11억 원에서 2021년 75억 원 수준으로 7배 증가했다.
삼양식품은 홈페이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주당 배당금과 배당성향을 높여 주주가치를 제고하려 한다”며 “앞으로도 주주친화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가겠다”고 했다.
이 밖에 김정수는 2022년 들어 최초로 70억 원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주식가치를 제고하고 매입한 자사주를 향후 임직원 성과 보상 방안으로 활용할 계획도 세웠다.
△지주사 역할 강화해 그룹사 시너지 강화
김정수는 삼양식품 모기업이자 그룹 지주회사인 삼양내츄럴스를 투자형 지주사로 전환하고 있다.
삼양내츄럴스는 2022년 5월 농산물 공급 및 식품가공업 제조 사업을 삼양식품에 양도했다. 앞서 2022년 4월 삼양내츄럴스 사업 목적에 자금조달·투자사업, 지적재산권 관리·라이센스업, 식품·제약산업 기술 연구사업 등을 새롭게 추가했다. 신사업을 위한 산하 중앙연구소도 설립됐다.
김정수가 계열사의 사업들을 관리하는 지주사의 역할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그룹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삼양내츄럴스는 2022년 5월 기존 2대 주주이면서 김정수의 아들 전병우 이사가 소유하던 아이스엑스를 흡수합병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전병우 이사가 아이스엑스를 통해 삼양내츄럴스, 다시 삼양식품을 지배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됐다.
| ▲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이 2022년 12월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9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4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삼양식품> |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라
김정수는 2021년 12월 2022년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삼양식품 총괄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대표이사 자리도 맡아 앞서 진종기·정태운 대표이사 체제에서 김정수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이를 두고 삼양식품이 해외 사업 확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강한 오너 리더십이 필요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장재성 삼양식품 전략운영본부장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해 경영 관리부문을 맡게 됐다. 김정수가 영업·마케팅, 해외사업, 제품개발 등에 전념하고 장 부사장은 기획과 지원, 재무 등 관리 부문을 도맡는 투톱 체제가 갖춰졌다.
△외식사업 철수해 본업 경쟁력 약화 해소
김정수는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시점에 경영효율화를 위한 선택과 집중을 결단했다.
삼양식품이 서울 광화문에 운영한 고메 호면당이 2021년 11월 폐점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양식품은 이로써 외식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됐다.
앞서 삼양식품은 전인장 회장 시절 외식사업에 도전했다. 2010년 호면당을 시작으로 제주우유, 크라제버거 등을 인수했다. 호면당은 2014년 라면 전문 브랜드인 ‘라멘에스’를 내놓고 백화점 등에 입점시켜 사업을 확대했다.
호면당은 과거 삼양식품의 흰 국물 라면 히트상품인 ‘나가사키짬뽕’ 개발의 주역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두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지 못했고 본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 밖에 김정수는 ‘삼양우유’, ‘대관령우유’ 등을 생산하던 강원도 문막읍 유가공 공장을 폐쇄해 적자를 보인 유제품 생산을 멈추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선회하는 결단을 내렸다.
△횡령 그림자 벗기 위해 경영투명성 강화 노력
김정수는 해외사업 확대와 사업 구조조정 외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측면에서 투명한 경영체제를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는 현재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직 외에 삼양식품 ESG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2021년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와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했다.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도록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사외이사는 기존 1명에서 4명으로 늘렸다.
삼양식품은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상법에 따른 감사위원회 및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설치 의무 기업이 아니었음에도 외부 감독 장치를 두겠다는 의지에 따라 이런 결정을 내렸다.
김정수의 경영 투명성 강화 노력은 2020년 김정수 부부 등 오너가의 횡령죄로 처벌을 받고 삼양식품 이미지가 실추된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삼양식품은 2020년 말 자산총액 5천억 원 이상 상장기업으로 내부회계관리제도와 준법지원인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준법지원인이란 기업이 관련 법규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여부나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하는지 등을 감시하는 직원을 말한다.
기업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적 위험을 진단하는 법률 전문가로 윤리경영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매출 효자 ‘불닭볶음면’ 개발의 주역
김정수는 국내 최초 라면회사로 시작해 침체기에 빠졌던 삼양식품을 구해낸 불닭볶음면을 탄생시킨 어머니로 통한다.
그가 2011년 당시 고등학생이던 딸과 서울 명동을 지나며 불닭 매장에 사람이 몰려있는 모습을 보고 제품 개발 방향을 결정했다고 한다.
김정수는 2017년 2월15일 보도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사람 많은 데서 먹자'는 딸의 말에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던 매운 찜닭집에 들어갔는데 젊은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맛있게 먹고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듣자 ‘이걸 해 보자’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매움 정도를 나타내는 스코빌 지수를 살펴보면 농심 ‘신라면’이 2700SHU 수준인 것과 비교해 불닭볶음면은 4404SHU에 이른다.
김정수는 직원들과 전국을 돌며 유명 불닭, 불곱창, 닭발 맛집을 찾아다녔고 세계 여러 고추와 페퍼소스, 멕시칸 핫소스 등 온갖 소스를 연구한 뒤 강한 매운 맛을 라면에 적용한 불닭볶음면을 탄생시켰다. 1년 남짓 개발 과정에서 매운 소스 2톤과 닭 1200여 마리가 투입됐다.
삼양식품은 2022년 8월1일 불닭볶음면·까르보불닭볶음면·짜장불닭볶음면 등 불닭브랜드 누적 판매량이 40억 개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불닭볶음면은 삼양식품의 해외시장 진출에도 크게 공헌했다.
삼양식품 전체 라면 수출에서 불닭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웃도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100억 원이 채 안 됐던 불닭볶음면 수출은 2018년 1730억 원, 2021년 3400억 원까지 늘었고 2022년 상반기 기준으로 2300억 원을 기록했다.
김정수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까지 성공할 줄 몰랐다”며 “하늘이 ‘너희 노력했으니까 이것 받아라’고 선물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 ▲ 삼양식품의 불닭브랜드 제품들. <삼양식품> |
△삼양식품이 걸어온 길
삼양식품은 1961년 서울 성북구 월곡동에서 식용유 제조회사로 출발했다. 이후 한국 최초 인스턴트면인 ‘삼양라면’을 내놓으며 대박을 쳤다.
삼양식품 창업주인 고 전중윤 명예회장은 1960년대 국내 식량난 해결 방안을 찾다 ‘라면’을 떠올렸고 직접 일본의 묘조식품을 찾아가 기계와 기술을 도입해 1963년 9월15일 삼양라면을 출시했다.
삼양식품은 제2의 주식으로 자리매김한 라면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60%대에 이르러 1위에 올랐고 1980년대 매출 5천억 원 규모 회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1989년 11월 삼양식품이 공업용 소기름으로 면을 튀겼다는 ‘우지 파동’이 터지면서 급격히 사세가 기울었다. 이 사건은 8년이 지나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이를 틈타 경쟁사들이 빠르게 성장했다. 삼양식품 매출은 2010년대 농심·오뚜기와 비교해 4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삼양식품은 2012년 불닭볶음면을 출시해 침체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불닭볶음면이 나라 안팎으로 흥행하면서 2011년 매출 2900억 원 수준에서 2021년 6400억 원 규모로 늘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2022년 매출 910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돼 창사 이래 첫 매출 1조 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삼양식품은 현재 삼양라면과 불닭볶음면 외에 ‘볶음짜짜로니’, ‘간짬뽕’, ‘나가사끼짬뽕’, ‘쇠고기면’, ‘맛있는라면’, ‘짱구’, ‘사또밥’, ‘별뽀빠이’ 등 면류와 스낵류, 조미소재류 및 유제품 등 다양한 식품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