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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제로히어로](2-2)재생가죽실 글로벌 표준 아코플레닝, 세계가 주목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3-02-07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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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제로히어로](2-2)재생가죽실 글로벌 표준 아코플레닝, 세계가 주목
▲ 아코플레닝은 2019년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섬유전시회인 프리미에르 비죵 (Première Vision) 어워드에서 한국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심사위원 최고상을 받았다. 프리미에르 비죵에서 한국 기업이 최고상은 물론 본상을 수상한 것 자체가 아코플레닝이 최초다. 사진은 김지언 대표(왼쪽 두 번째), 홍경희 경영관리 상무이사(왼쪽 세 번째)가 프리미에르 비죵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아코플레닝>
[비즈니스포스트] 친환경소재기업 아코플레닝(ATKO planning)은 김지언 대표가 폐가죽에서 친환경적이고 탄소중립적 방법으로 실을 뽑아내는 기술 혁신에 3년 동안 매진한 끝에 2016년 드디어 개발에 성공했다.

고생 끝에 탄생한 이 기술은 세계 최고 권위의 섬유전시회인 프리미에르 비죵(Première Vision) 어워드에서 만장일치로 심사위원 최고상(Grand Jury Prize)을 받으며 세계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아코플레닝은 프리미에르 비죵 수상 이후 국내에서도 섬유수출입협회 파이오니아상, 대한민국 섬유소재품질 대상 등을 받으며 성과를 인정받았다.

BMW, 구찌, 아디다스, 현대차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도 아코플레닝에 재생 가죽 공급을 요청해 오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의 러브콜도 잇따랐다. 2022년 말 기준 아코플레닝은 시리즈 A, B 투자를 통해 약 1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하지만 아코플레닝에는 여전히 수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넷제로히어로](2-2)재생가죽실 글로벌 표준 아코플레닝, 세계가 주목
▲ 홍경희 아코플레닝 상무가 아코플레닝의 재생가죽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복잡한 절차와 높은 비용의 친환경 인증, 중소기업 혼자 넘기 어려운 허들

아코플레닝과 거래하려는 기업들은 모두 비슷한 요구를 해 왔다. 아코플레닝의 재생가죽이 친환경, 탄소중립적 제품이라는 객관적 '인증'이 바로 그것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공급망 내 탄소배출 관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어찌보면 당연한 요구였다.

중소기업인 아코플레인에게 환경정보를 마련하고 인증을 받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홍경희 경영관리 상무이사는 “재생가죽 사업을 하다 보니 아코플레닝과 거래를 하려는 해외 기업들은 하나 같이 전과정평가(LCA, Life-Cycle Assessment) 등 제품의 환경 관련 정보를 요구했다”며 “처음에는 LCA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몰랐다”고 말했다.

LCA는 원료 채취부터 가공, 조립, 수송 등 제품 제조의 모든 과정에 걸쳐 에너지, 광물자원 등 사용량과 공정이 유발하는 환경 부하량을 정량화한 데이터다. 

홍 상무는 “전력 사용량과 그에 따른 탄소 배출량 같은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한국전력공사가 제공하는 정보를 통해 대략적인 수치는 제공할 수 있었으나 원재료의 영향 등을 고려한 정확한 데이터는 측정이 어려웠다”며 “어차피 환경정보를 요구하는 흐름이 강해지면서 앞으로 계속 같은 요구를 받을 텐데 이참에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인증도 받자고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복잡한 인증 절차를 진행해 본 경험이 없었던 만큼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인증절차 진행을 위해 작업을 하다 보면 각종 규정이나 서류가 매우 많은데 하나하나 점검하며 절차를 진행해야 했어요. 게다가 대부분이 영어로 된 자료라 더욱 힘들었죠. 직원들이 영어를 잘하는 편이었음에도 각종 전문용어가 많아 애 먹었어요."

그는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이 결과적으로 직원들에게 훈련이 되면서 조금씩 익숙해지기는 했다”며 "막연하게 해오던 업무가 환경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를 놓고 객관적 데이터를 구축하다 보니 직원들의 인식 변화도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정책적 지원도 큰 힘이 됐다. 홍 상무는 “2021년에 ‘그린뉴딜 유망기업 100’으로 선정되면서 컨설팅기업을 소개받는 등 환경기술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종 인증에 따르는 비용 문제는 만만치 않았다.

홍 상무는 “인증 하나에 천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며 “대부분 중소기업에게는 쉽지 않을 비용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코플레닝은 현재까지 국제 재생표준인증(GRS), 환경성적표지인증(EPD), 국제 친환경 섬유 인증(OEKO-TEX)을 획득했다. 모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대표적 인증들이다. 

아코플레닝뿐 아니라 친환경 사업을 하는 모든 기업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 가운데 하나는 소비자의 인식이다.

“원재료를 그대로 가져다 가공하는 것은 비용이 크게 들지 않지만 재활용은 수집하고 손질하는 과정이 추가되고 공정 자체도 더 어려워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들도 재활용 제품을 보고 싸야 할 물건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환경과 우리 모두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소비했으면 해요."
 
[넷제로히어로](2-2)재생가죽실 글로벌 표준 아코플레닝, 세계가 주목
▲ 아코플레닝이 만드는 재생가죽 스웨이드의 표면. <아코플레닝>
◆ 신발부터 가방, 시트, 내장재까지 다양한 가공이 가능한 재생가죽 제품

김 대표는 ‘가죽 폐기물의 지속적 자원순환 실현’이라는 아코플레닝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네 가지 기술원칙을 정해 놓고 있다.

△가죽 폐기물을 주원료로 삼아야 하고 △물을 쓰지 않아야 하고 △화학처리도 하지 않아야 하며 △ 반드시 반복 재생이 가능해야 한다.

아코플레닝이 선보인 모든 제품은 네 가지 흔들리지 않는 기술 원칙에 따라 개발됐다.

아코플레닝이 현재 내놓은 제품은 재생가죽 웹시트 ‘ATKO 3000’, 재생가죽 방적사 ‘ATKO 4000’, 재생가죽 원단 ‘ATKO 5000’, 재생가죽 스웨이드 등이다.

재생가죽 웹시트인 ATKO 3000은 건축보강재, 바닥보강재, 건설자재 등에 적용하기 위해 개발된 제품으로 보온성, 일반난연성, 흡음성 , 습도조절 등 천연가죽과 같은 성질을 지니고 있다.

재생가죽 방적사 ‘ATKO 4000’, 재생가죽 원단 ‘ATKO 5000’은 가방, 신발, 의류 등에 사용된다.

재생가죽 스웨이드는 가방, 의류 등에는 물론 자동차 시트, 가구용 직물, 내장재 등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이들 제품 대부분은 색상, 표면처리 등에서 다양한 가공이 가능하다.
 
[넷제로히어로](2-2)재생가죽실 글로벌 표준 아코플레닝, 세계가 주목
▲ 아코플레닝이 만든 재생가죽 실의 모습. <아코플레닝>
◆ 가죽 재생실의 글로벌 표준이 된 아코플레닝, "가죽제품 재생 통해 지속사용되는 그날 오길" 

ATKO 9000 개발이 끝날 때까지, 가죽 때문에 동물들이 더는 죽지 않을 때까지 아코플레닝의 도전은 계속된다.

아코플레닝은 현재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지원을 받으며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는 재생가죽 100%인 ATKO7000, 새로운 재생가죽 복합사 ATKO8000를 시장에 선보인다.

신제품 개발 외에서도 아코플레닝의 성과는 이제 본격적으로 꽃피우고 있다.

올해는 환경부의 지원을 통해 가죽재생 실의 글로벌 표준이 아코플레닝 제품으로 만들어져 공개된다. 폐가죽에서 실을 뽑아내는 기술은 아코플레닝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만큼 아코플레닝의 재생가죽 실은 그대로 한국의 표준이자 세계의 표준으로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동물의 가죽이 더이상 새로이 사용되지 않고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죽폐기물이나 가죽제품의 자원화, 재생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올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파주=이상호 기자
 
[편집자주] 유사 이래 처음으로 인류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2050넷제로’. 2050년까지 전 인류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 ’0’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더 큰 기후재앙을 불러오지 않기 위해 인류는 달성해야 하는 최소한의 목표다.
하지만 유엔환경계획은 각 국가가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는 2030년에 1%도 줄이지 못할 것이며 이대로면 세기말 지구 평균 기온이 2.6도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기술로 뛰어넘는 기업들이 있다. 30년 전 IT기업들이 전 세계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냈듯, 이들은 기후위기 시대에 ‘넷제로 전환’을 이끌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이들을 탄소중립을 이끄는 영웅들, 즉 ‘넷제로 히어로’라 이름 붙이고 2023년 연중 기획으로 발굴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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