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규 기자 mklim@businesspost.co.kr2023-02-02 16:4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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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네이버가 웹소설 지식재산(IP)으로 미국 헐리우드에 진출한다.
한국 웹툰으로 할리우드에 도전하겠다는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이사의 목표도 가시권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이사의 '웹툰으로 할리우드 진출'이라는 꿈이 가시권에 놓여졌다.
2일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의 지식재산(IP)을 활용해 만든 영화 '부트캠프'의 제작을 끝내고 현지 개봉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부트캠프는 왓패드 조회수 2600만 회를 넘기며 북미지역에서 큰 인기를 얻은 동명의 로맨틱 코미디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캐나다에 있는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는 네이버가 2021년 6848억 원을 들여 인수했다. 네이버는 인수 직후 왓패드 산하의 왓패드스튜디오와 네이버의 웹툰스튜디오를 통합해 '왓패드웹툰스튜디오'를 설립했다. 네이버는 설립 당시 1천억 원을 투자해 웹툰과 웹소설의 영상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왓패드웹툰스튜디오는 왓패드의 웹소설과 네이버웹툰의 웹툰을 영상으로 제작해 북미지역에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미디어 콘텐츠 전문가인 제이슨 골드버그와 대니 신을 영입해 제작능력을 강화했다. 제이슨 골드버그는 HBO, MTV를 거쳐 미디어 제작사 건파우더&스카이에서 대본 영화 및 TV 부사장을 역임했고 대니 신은 미국 영화제작사 토픽스튜디오에서 영상 전문가로 재직했다.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네이버의 웹소설이 영화로 제작돼 미국에서 개봉하는 것을 두고 김준구 대표의 목표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해석한다.
네이버의 웹툰 서비스를 성장시켜 '글로벌 1위 사업자'로 발돋움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김 대표는 평소 지인들에게 네이버 웹툰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해왔다.
김 대표는 소문난 '만화광'이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만화책을 수집해 현재 9천여 권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서울대학교 응용화학부를 졸업한 뒤 2004년 네이버에 입사했는데 당시 네이버에서 작은 부서에 불과했던 웹툰 서비스를 맡아 키워냈고 결국 입사 11년 만인 2015년 네이버웹툰 대표이사에 올랐다.
김 대표가 네이버에 입사한 2000년 대 중반의 웹툰사업은 오프라인으로 출판된 만화책을 스캔해 디지털 파일로 제공하는 서비스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양한 아마추어 작가를 발굴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인도네시아의 외딴 섬까지 찾아가 작가를 설득하기도 할 정도로 인재 발굴에 열정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를 만난 자리에서 머리를 노란색으로 염색한 것도 작가들과 더 스스럼없이 가깝게 지내고 싶어서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현재 웹툰 연재의 기본으로 자리 잡은 요일제 시스템을 처음 도입한 것도 김 대표다.
네이버웹툰은 2014년 '라인웹툰'이라는 영어 서비스를 시작하며 글로벌 웹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6년에는 미국에 법인 웹툰엔터테인먼트를 세우고 북미시장의 전초기지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2020년 아예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했다. 현재 네이버의 웹툰사업은 웹툰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미국에서 프리미엄 웹소설 플랫폼 '욘더'를 선보이고 왓패드와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웹소설 창작자가 모이는 왓패드에서 선별한 작품을 욘더를 통해서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네이버웹툰이 발굴한 아마추어 작가의 작품 '로어 올림푸스'는 지난해 미국 만화계 주요 시상식 3곳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김 대표의 최종 목표는 웹툰을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하는 것이다.
네이버웹툰은 2018년 웹툰과 웹소설을 영화로 제작하기 위해 '스튜디오N'을 설립했다. 네이버웹툰이 보유한 방대한 양의 웹툰 지식재산(IP)을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해 국내에 서비스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스튜디오N에 유상증자를 통해 지난해까지 모두 338억 원의 자금을 투입했고 웹툰 '스위트홈'과 '그해 우리는' 등을 드라마로 제작해 흥행에 성공했다.
네이버웹툰의 '로어 올림푸스'도 왓패드웹툰스튜디오를 통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북미시장에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현재 왓패드와 네이버웹툰에 있는 300개 정도 작품의 영상화 작업이 준비되고 있다"며 "OTT, 영화관 등 다양한 채널을 검토해 관객들에 선보일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북미시장 정복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
김 대표는 지난달 12일 미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은 엔터테인먼트사업을 하는 기업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전략지역이다"며 "아시아에서 시작한 글로벌 스케일의 '포스트 디즈니'가 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