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의 당면 과제는 대한항공의 감익 속도를 얼마나 느리게 하느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지난해를 끝으로 올해부터는 영업이익이 감소세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은 1일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매출 13조4127억 원, 영업이익 2조8836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했다고 밝혔다. 이는 대한항공 창사 이래 최고 영업이익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이 기조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덕분에 급등했던 화물 운임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업체 분석기관 에프엔가이드가 증권가 전망을 종합한 자료를 보면 대한항공은 올해 별도기준으로 영업이익 1조4940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48.2% 후퇴하는 것이다.
2024년 영업이익은 1조1천억~1조2천억 원대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 감소폭을 놓고 증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이 하락세를 보인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물론 대한항공의 영업이익 하락이 회사의 기초체력을 흔들 정도로 큰 문제는 아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에 따른 화물운임 급등에 힘입어 2021년에 이어 2022년까지 2년 연속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런 수혜가 끝나면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은 어려운 예상이 아니다.
증권사들이 예상하는 대한항공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도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렇다고 해도 조원태 회장에게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의 영업이익 감소를 최대한 완만하게 만드는 것이 그의 당면 과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조 회장은 이미 코로나19 시기에 좋은 평가를 받았던 운용의 묘를 다시 발휘하고 있다. 항공화물 운임이 하락하자 여객기를 개조해 화물기로 만들었던 항공기 16대를 다시 여객기로 복원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14대를 복원했고 최근 1대를 추가로 여객기로 되돌렸다. 나머지 1대는 조만간 여객기로 복원된다.
앞으로는 화물기로 돈을 버는 것보다 여객기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일본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등 해외여행 빗장이 속속 풀리면서 여객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를 본 것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2022년 4분기에 여객노선에서만 매출 1조6648억 원을 냈다. 2021년 4분기보다 매출이 무려 338.7% 급증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해외 장거리 여행의 수요가 빨리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7~2019년에 미주와 유럽 노선에서 전체 매출의 45~48%가량을 냈다. 여객사업의 실적이 회복되려면 이러한 주력 노선의 매출 회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의미다.
반면 중장거리 노선의 회복 속도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각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돈을 써야 하는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일본이나 동남아시아를 선택하는 수요가 빨리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를 기준으로 대한항공의 노선별 매출 증감율을 보면 유럽과 미주 노선의 매출 증가율(각각 683%, 249%)은 아직 일본과 동남아시아 노선의 매출 증가율(각각 1408%, 903%)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항공업계 안팎에서 여객사업이 정상화하려면 미국 정부의 기준금리 상승 기조가 꺾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단거리 노선의 상황도 녹록하지 않다. 그동안 경영 정상화를 위해 준비해온 여러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일본과 동남아시아 노선 공급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거시경제 변수가 있긴 하지만 자체적으로 3월부터 유럽 노선을 늘리는 등 중장거리 노선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리오프닝에 따른 여객 수요가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탄력적인 기재 운영을 통해 여객 사업의 빠른 정상화를 목표로 대응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 회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은 또 있다.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불확실성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합병 관련 필수 신고 국가 가운데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의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필수 신고 국가들이 서로 눈치보기를 하면서 심사를 연장하고 있는 모양새”라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계속 지연되면 태스크포스 운영 등 관련 부담도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