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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Who] SK하이닉스 길어지는 반도체 혹한기, 박정호 위기관리 시험대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3-02-01 16: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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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10년 만의 분기 영업적자를 시작으로 한동안 반도체 혹한기를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재무안정성에 초점을 둔 긴축경영과 차세대 기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오늘Who] SK하이닉스 길어지는 반도체 혹한기,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1943'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박정호</a> 위기관리 시험대
▲ SK하이닉스가 10년 만의 분기 적자를 시작으로 한동안 반도체 혹한기를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은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재무안정성에 초점을 둔 긴축경영과 차세대 기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1일 반도체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는 연간기준으로 2012년 이후 11년 만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실적발표를 통해 2022년 4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7조6986억 원, 영업손실 1조7012억 원을 냈다고 밝혔다. 2021년 4분기보다 매출은 38% 줄고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분기 영업 적자는 2012년 3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박 부회장으로서는 반도체 시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이 올해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추산한 올해 SK하이닉스 영업손실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4조9732억 원이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이 당초 증권사 추산치 평균(-1조2105억 원)을 크게 웃돌았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SK하이닉스의 영업손실이 6조~7조 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요 회복에 따라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들이 걷히지 않고 있어 업황 개선 시점은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거시경제에서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가 튀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사이 지정학적 힘겨루기가 반도체 산업에서 불확실성을 더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감산 없이 기존 설비투자 계획을 고수한다는 기조를 내놓은 점도 SK하이닉스의 실적 조기 회복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물론 삼성전자에서도 첨단 공정 설비 재배치 등을 통해 자연적 감산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과 함께 삼성전자가 전면적 감산정책에 동참해 재고조정을 촉진해 메모리 가격이 반등하는 시나리오는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투자금액 격차는 자연스럽게 생산능력과 기술력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당장 박 부회장에게 시급한 과제로는 영업손실이 확대되며 현금흐름이 나빠지는 상황을 대비해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일이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현금성자산은 6조4090억 원으로 올해 영업손실이 일부 증권사 전망처럼 7조 원대로 확대되면 재무적으로 빠듯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50% 이상 줄이고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도 감축한다는 계획을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선제적으로 수립한 바 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중국 우시 등 주요 생산라인의 웨이퍼 투입량을 줄였고 올해도 이 같은 기조가 유지·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부 회장으로서는 업황 혹한기를 견디기 위해 쥐고 있는 키오시아 지분을 현금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낸드 사업을 하는 키오시아(당시 도시바메모리) 지분을 사 들이는 데 약 4조 원을 투입해 전환사채와 펀드 형태로 키오시아 지분 15% 정도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현금화한다면 혹한기를 버티는 데는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다만 낸드 업황이 안 좋은 데다 금융시장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키오시아 지분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 SK하이닉스가 섣불리 키옥시아 지분을 현금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만만치 않다. 

박 부회장은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기술 주도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차세대 기술 도입에 힘써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콘퍼런스콜에서 “인텔이 차세대 D램 DDR5가 적용되는 신형 CPU를 출시하는 데다 인공지능에 기반한 신규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다”며 “SK하이닉스가 데이터센터용 DDR5와 176단 낸드 기반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에서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시장 반등 시 빠르게 실적이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SK하이닉스는 이미 1a나노미터와 176단 낸드 등 주력 제품의 수율에 궤도에 올랐고 신제품의 수율 안정화를 달성했다"며 "차세대 1b나노미터와 238단 낸드 설비투자(CAPEX)는 차질 없이 집행해 2024년 시장에 대비하겠다”고 차세대 기술 도입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다만 반도체업계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투자전략 기조의 차이가 생산능력에서뿐 아니라 기술력에서도 격차를 벌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투자금액과 기술력의 상관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황이 어려울수록 반도체 선두주자와 2등 사이의 체급 차이가 도드라질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겸직하고 있던 ICT중간지주사 SK스퀘어 대표이사 자리를 내려놓고 올해 SK하이닉스 대표이사직에만 전념한다.

반도체 업황 하락의 엄중한 현실을 반영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위기관리에 전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박 부회장과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의 각자대표 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곽 사장이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박 부회장에게 위기관리의 책임이 더 무겁게 주어졌다고 볼 수 있다.

박 부회장은 SK그룹에서 최태원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핵심 경영진으로 꼽힌다.

SK그룹이 2004년부터 소버린자산운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일 때 박 부회장은 최 회장의 비서실장으로서 지근거리에서 최 회장을 보좌하며 위기를 타개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2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인수에도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업황이 혹한기로 접어들며 SK하이닉스가 쉽지 않은 상황을 맞은 만큼 다시금 박 부회장이 문제 해결사로서 면모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 된 셈이다.

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는 지정학적 변수와 거시경제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잘 헤쳐나가는 한 해를 만들자”며 “도전받을 때 더 강해지는 DNA를 기반으로 SK하이닉스 구성원이 모두 원팀이 돼 대외적 도전을 극복하고 한 단계 성장해 진정한 글로벌 초일류 반도체 회사를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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