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이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황금시간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데 이어 비자금을 조성해 재승인 로비에 활용해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홈쇼핑 사업권을 잃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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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 |
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이 비자금을 조성해 재승인 로비를 벌인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는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의 지시에 따라 롯데홈쇼핑에서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들이 대포폰 3~4대를 나눠 사용했다고 7일 밝혔다. 대포폰은 신분을 감추기 위해 다른 사람 명의로 등록해 사용하는 휴대전화를 말한다.
검찰은 대포폰을 사용한 직원들이 미래부 공무원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홈쇼핑이 직원들에게 급여를 부풀려 지급한 다음 일부를 되돌려 받거나 회삿돈으로 매입한 상품권을현금으로 바꾸는 이른바 ‘상품권깡’을 통해 자금을 모은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은 롯데홈쇼핑 직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특정 부서 주도로 지난해 4월 사업권 인허가 과정에 로비에 사용할 목적으로 자금을 조성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했다.
검찰은 강 사장이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이르면 다음주 초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롯데그룹 계열사 대표 가운데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강 사장이 처음이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4월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3년짜리 재승인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감사원의 감사 결과 이 과정에서 롯데홈쇼핑이 허위 서류를 제출해 심사를 통과한 사실이 밝혀졌다.
미래부 공무원들이 재승인 심사 때 세부 평가 항목과 배점 등이 담긴 대외비 자료를 롯데홈쇼핑으로 유출하고 일부 결격 사유가 있는 심사위원들이 심사에 참여한 사실도 드러났다.
박홍근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6월28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미래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홈쇼핑 재승인 심사의원 선정에도 문제가 있었고 심사에 제출된 롯데홈쇼핑 자료도 엉터리였다”며 “이런 불법적인 과정 속에서 이뤄진 재승인에 대해 취소를 검토해야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홈쇼핑이 미래부를 대상으로 로비를 벌인 정황이 모두 확인될 경우 부정한 방법으로 승인을 획득한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재승인 취소가 가능하다”며 “이미 허위로 서류를 제출한 혐의로 6개월 영업 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라 추가 조치가 어떻게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법 제 18조에 따르면 사업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재승인을 획득한 경우 미래창조과학부장관 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소관 업무에 따라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
롯데홈쇼핑은 재승인 때 허위로 서류를 제출한 것과 관련해 미래부로부터 9월28일부터 6개월 동안 황금시간대(오전·오후 8∼11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6개월 동안 황금시간대 방송 송출이 중지될 경우 취급액이 5500억 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취급액은 홈쇼핑업체가 실제 소비자에게 판매한 가격을 기준으로 집계한 실적이다.
롯데홈쇼핑은 6월에 영업정지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내겠다고 밝혔지만 현 상황에서 법적 대응을 강행하기는 부담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