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3-01-27 15: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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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아빠가 생긴 느낌입니다. 안정감이 생겼어요."
동남아시아 기반 이커머스 기업 큐텐을 모회사로 두게 된 티몬의 한 직원의 말이다.
▲ 류광진 티몬 대표이사(사진) 취임 이후 티몬 구성원이 크게 느끼는 감정은 안정감이라고 한다. 큐텐이라는 든든한 뒷배의 역량을 활용해 류 대표는 조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있다.
류광진 티몬 대표이사는 수시로 매각설에 시달리며 사기가 꺾였던 티몬 임직원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27일 티몬에 따르면 류광진 대표이사가 회사의 새 수장에 오른 지 곧 100일이 된다.
류 대표는 2022년 10월25일 티몬의 새 대표이사에 올랐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큐텐이라는 생소한 회사에 인수된 뒤 약 두 달 만의 인사였다.
류 대표는 큐텐의 창립자인 구영배 대표와 G마켓을 함께 일군 장본인이다. 과거 큐텐 홍콩법인을 2년가량 이끈 경험이 있을 정도로 구 대표의 '복심'으로 꼽힌다.
구 대표가 류 대표를 수장에 앉힌 것은 티몬의 반등에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해석됐다.
그렇게 출범한 류 대표 체제에서 티몬 구성원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감정은 안정감이라고 한다.
티몬은 2017년 이후 주기적으로 매각설에 시달렸다. 매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소셜커머스 3인방' 가운데 하나인 쿠팡이 급성장하는 것을 보고 시장 관계자들은 더 이상 티몬의 설 자리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티몬은 수장이 수시로 바뀌기도 했다.
티몬 창업자인 신현성 의장이 2017년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 대표 자리를 거쳐간 인물만 5명에 이른다. 유한익 대표, 이재후 대표, 이진원 대표, 전인천 대표, 장윤석 대표 등인데 이들이 모두 2년을 버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점은 그만큼 티몬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티몬 내부에서도 '회사가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조직 곳곳에 번져 있어 임직원들의 사기가 높지 않았다.
하지만 큐텐을 새 주인으로 맞은 뒤 티몬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이제야 비로소 회사의 성장을 적극 지원해줄 수 있는 뒷배가 생겼다는 현실에 임직원 사이에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 티몬 관계자의 말이다.
큐텐은 사실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지극히 낮은 회사다. 티몬 인수에 나서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에서 큐텐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6개 나라에서 10년가량 사업을 펼쳐온 이커머스 기업이라는 점에서 영향력은 적지 않은 편이다. 실제로 일본법인 큐텐재팬은 라쿠텐과 아마존, 야후쇼핑에 이어 일본의 4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위치까지 오른 덕분에 이베이에 인수되기도 했다.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역량도 든든한 편이다. 큐익스프레스는 큐텐이 자체 물류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회사로 아마존과 이베이재팬 등을 고정 거래처로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이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을 정도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편이다.
류 대표는 이러한 든든한 뒷배를 바탕으로 티몬의 분위기를 조금씩 바꿔내고 있다.
류 대표가 직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낸 대표적 사례는 지난해 11월과 12월에 '깜짝 선물'을 준 것이다.
티몬은 매달 1일부터 일주일 동안 월간 최대 할인행사인 '몬스터세일위크'를 연다. 큐텐에 인수된 뒤 열린 2022년 11월 행사에서는 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썼는데 류 대표는 보상 차원에서 임직원들에게 성과금 명목으로 10만 원씩 지급했다.
이는 큐텐에서 운영되는 일종의 보상 프로그램을 티몬에 적용한 것인데 예상치 못했던 보너스에 임직원들은 회사에 적잖은 고마움을 느꼈다고 한다.
2022년 12월 행사에서도 월 기준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자 류 대표는 또다시 임직원들에게 10만 원씩 지급했다.
금액이 크진 않지만 성과에 합당한 보상을 지급하는 회사라는 점을 인지시켰다는 점에서 구성원들의 사기 진작 효과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 티몬 관계자의 설명이다.
회사의 배려 덕분인지 임직원 사이에서는 회사의 실적 반등을 위해 힘을 합쳐보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류 대표는 앞으로 큐텐의 역량을 티몬에 적극적으로 이식해 경쟁이 치열한 이커머스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류 대표는 큐익스프레스와 함께 통합물류 서비스인 'Qx프라임'을 내놨다. Qx프라임은 상품 등록부터 주문, 포장, 배송 등 물류의 모든 과정을 한 번에 제공하는 서비스로 서울권역에서는 당일 퀵 배송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배송 역량이 이커머스 플랫폼의 성패를 좌지우지한다는 점에서 류 대표가 티몬의 부족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보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