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11월23일 폭스콘의 중국 정저우 아이폰 생산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주도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 AFP > |
[비즈니스포스트] 2022년 11월, 수백 명에 이르는 사람이 보호장구로 무장한 경찰과 대치하며 시위를 하고 있는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및 주요 외국언론을 통해 널리 퍼졌다. 시위대가 울타리를 무너뜨리거나 던지는 모습, 여럿이 한 사람을 둘러싸고 진압봉으로 구타하는 장면 등이 충격을 안겼다.
이는 전 세계 아이폰 물량을 최대 70%까지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폭스콘의 중국 정저우 공장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무력 충돌이 발생한 근본적 원인은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정책에 있었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되자 감염 지역의 공장 가동이나 출퇴근 등 이동을 금지하는 강경한 조치를 내렸는데 이에 따른 경제적 타격이 커지자 공장 운영을 허용하는 대신 근로자들이 내부에서 숙식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들이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 하거나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되는 등 사례가 발생했고 결국 일부 인력이 단체로 공장에서 탈출하거나 시위를 벌이기 시작하면서 사태가 격화됐다.
중국 내 다른 지역의 아이폰 생산공장도 정부의 가동 중단 명령이나 물류 이동 제한으로 운영에 차질을 겪은 일이 있었다. 이런 상황은 결국 애플의 사업에 큰 타격을 입혔다.
매년 4분기는 애플에게 중요한 시즌이다. 신형 아이폰이 출시되고 연말연시 쇼핑 성수기를 지나며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 때 아이폰 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생산과 공급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번 사건은 애플의 가장 큰 약점을 매우 뚜렷하게 보여준 사례 가운데 하나로 남았다. 중국에 위치한 공장에 아이폰 등 제품 위탁생산을 대부분 의존하고 있던 상황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최대 악재로 떠오른 것이다.
애플은 아이폰 판매에 매출과 영업이익을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전자업체다. 콘텐츠와 클라우드 등 서비스 매출도 결국 대부분 아이폰 사용자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애플은 이러한 생산 차질 리스크에 근본적으로 취약한 사업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아이폰을 직접 제조하는 대신 애플이 소수의 협력사에 위탁생산을 맡기고, 여기 활용되는 다양한 부품도 모두 외부 공급업체에 의존하면서 이들을 관리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업 구조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하드웨어 사업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카메라 등 거의 모든 핵심 부품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제조하거나 계열사를 통해 조달하고 완제품도 직접 생산해 판매하는 완전한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이런 장점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주목받았다. 애플 이외에도 다수의 글로벌 제조사가 반도체 공급부족 또는 물류난으로 생산 차질을 겪는 동안 삼성전자는 이런 상황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절반에 가까운 물량이 베트남에서 만들어고 있지만, 나머지는 한국 구미공장을 비롯해 인도와 중남미, 동남아시아의 다른 국가 등으로 생산 거점이 다변화되어 있다.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도 대부분 삼성전자의 자체 공급망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와 같은 변수에도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반면 애플은 대만 폭스콘과 페가트론, 럭스쉐어 등 위탁생산 업체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직접 공장을 건설하지 않는 한 생산기지를 여러 국가로 확대하는 일이 쉽지 않다. 위탁생산 및 부품 공급 협력사와 물량 및 단가 등을 두고 협상도 새로 진행해야 한다.
▲ 대만 타이페이에 위치한 폭스콘 본사 건물. |
애플의 이런 사업 구조는 지금과 같이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에 이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 늘어나고 있어 이런 약점은 더욱 뚜렷해져가고 있다.
TSMC와 같은 핵심 반도체 공급사가 중국의 대만 침공 등으로 영향을 받아 아이폰용 반도체를 원활하게 생산해 공급할 수 없게 된다면 애플이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전 세계 국가들 사이 교역이 축소되고 무역 장벽이 높아지는 탈세계화 흐름까지 본격화되며 애플의 사업 구조가 더 불안정해졌다. 공급 차질이나 인플레이션 등을 이유로 협력사들이 위탁생산 및 부품 단가를 높이거나 충분한 물량을 제공하기 어려워지면 애플은 상당한 위기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같은 경쟁사가 불확실한 환경에 놓일수록 공급망 수직계열화 구조의 장점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줄 수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 수급과 완제품 생산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고, 생산 투자에도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큰 중국이나 대만에 삼성전자가 부품 공급망을 거의 갖추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금의 시장 상황에서는 매우 주목할 만한 요소에 해당한다. 물론 삼성전자도 일부 제품은 중국 등에서 위탁생산 방식을 활용하지만 주력 상품은 대부분 직접 생산하고 있다.
더구나 글로벌 제조사들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수록 삼성전자는 부품 공급업체로서도 더욱 중요한 협력사로 자리를 잡아갈 수 있다. 당장 중국과 대만의 대립으로 TSMC의 반도체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거론되자 삼성전자 파운드리로 생산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글로벌 주요 고객사들에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예시로 들 수 있다.
삼성전자의 공급망 수직계열화에 따른 장점은 스마트폰과 같은 현재 주요 산업에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 사물인터넷 기기나 AR(증강현실) 및 VR(가상현실)기기, 스마트카용 전장부품과 같은 분야에서도 삼성전자는 확실한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춰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삼성전자에서 증강현실 헤드셋과 같은 제품을 내놓는다면 여기 사용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핵심 부품 역시 대부분 삼성전자의 자체 공급망을 활용할 공산이 크다. 반면 애플은 이런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 위탁생산 제조사와 부품 협력사 등을 모두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자체 브랜드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출시가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로 생산을 담당할 만한 기업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 꼽히기도 한다.
최근 애플이 자체적으로 미니LED 디스플레이와 같은 일부 부품 기술을 내재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도 외부 협력사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 공급망 측면의 여러 변수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볼 수 있다. 김용원 기자
[편집자주] 2023년, 글로벌 경기침체 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오며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및 국가 경쟁력에 냉정한 평가가 필요한 때다.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현재 전 세계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 파악하는 일은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경제팀에서 연재하는 [삼성의 라이벌] 기획은 삼성전자와 주요 라이벌 기업 사이의 경쟁 판도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예측해 삼성의 현 위치를 짚어보고 이러한 경쟁이 어떠한 방식으로 삼성의 위기 극복 능력을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 진단한다.
2부- 삼성 vs APPLE
(2) 갤럭시폴드 시행착오 뒤 결실, 애플과 전략 차이 보여줘
(3) 탈세계화 시대, 아이폰 생산 차질에 삼성전자 돋보인다
(4) 구글 MS 메타 삼성전자 동맹, 애플의 '닫힌 생태계' 맞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