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경원 전 의원이 국민의힘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며 정치적 미래가 밝지 않다는 전망이 많아진다. 나경원 전 의원이 1월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불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나경원 전 의원이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나 전 의원은 보수정당에서 보기 드문 여성 4선 중진의원이자 원내대표까지 지내며 높은 인지도를 쌓은 ‘스타’ 정치인이다. 그런 이유로 나 전 의원의 당권 도전 여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 여겨지며 높은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은 이번 당대표 불출마에 이르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으며
윤석열 대통령과 멀어진 사실상 ‘비윤’이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한동안 그의 정치적 미래가 어두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진다.
나경원 전 의원은 25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며 “이제 선당후사(先黨後私) 인중유화(忍中有和) 정신으로 국민 모두와 당원 동지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과 비전을 찾아 새로운 미래와 연대의 긴 여정을 떠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설은 지난해 연말부터 제기됐다. 윤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 부위원장에 임명했지만 나 전 의원은 당대표와 겸직이 가능하다며 출마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은 김기현 의원을 당대표로 내세운 주류 ‘친윤’(친
윤석열)계로부터 거센 불출마 압박을 받았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나 전 의원의 저출산위 부위원장직 사의표명에 해임이라는 강수로 나 전 의원에 '윤심'이 없음을 공공연히 알렸다.
여기에 나 전 의원이 자신의 저출산위 부위원장직 해임에 관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를 직접 반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윤심'이 나 전 의원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나 전 의원이 ‘윤심’에서 멀어졌다는 징후가 나오자 당대표 지지도도 급락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당대표 선호도를 묻는 질문에 나 전 의원이 30.5%로 1위를 차지했다. 김기현 의원은 18.2%, 안철수 의원은 16.5%로 조사됐다.
반면 엠브레인퍼블릭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층 784명에게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물은 결과 나 전 의원은 16.9%에 그쳐 김기현 의원 25.4%, 안철수 의원 22.3%에 밀렸다.
‘친윤’을 자임했던 나 전 의원으로서는 대통령실과의 거듭된 갈등이 당대표 출마는 물론 향후 정치적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나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강조하며 ‘비윤’이나 ‘반윤’으로 비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 전 의원은 “정말 어렵게 이뤄낸 정권교체다”라며 “민생을 되찾고 법치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헛되이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
윤석열 정부의 진정한 성공을 기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이날 기자회견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불출마 선언문과 함께 지난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윤 대통령 지지연설을 하는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의 바람과 달리 그가 다시 ‘친윤’ 인사로서 임기가 4년이나 남은 대통령실과의 관계가 단기간 안에 회복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이날 KBS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서 “나 전 의원이 정당정치의 자유와 포용을 언급하며 정당민주주의를 해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 것은 윤 대통령에게 한 것”이라며 “(나 전 의원이)
윤석열정부의 성공이라는 말 앞에 ‘진정한’이라는 단어를 넣은 것도 (자신을 배제시킨 것에) 속이 상했다는 것이 아니겠나”라고 바라봤다.
나 전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스스로 접으면서 정치지도자로서의 위상에 타격을 입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출마를 강행하며 당내 주류와 맞서는 ‘결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결국 포기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사람들의 평가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 상임고문은 “이번 불출마로 사람들은 나 전 의원이 지도자로서 (친윤계의 압박 등) 험난한 길을 뚫고 나갈 의지나 용기는 없다고 볼 것”이라며 “그만두는 사람이 온갖 거룩한 말을 한다고 누가 나 전 의원의 말을 귀담아 듣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하는 사람이 꽃길만 걷나, (나 전 의원의) 문제는 결국 투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20여일 내게 주어진 소명은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또 물었다”며 “국민의힘이 더 잘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영원한 당원’으로서 사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