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텔과 AMD가 새로 선보인 고성능 서버용 CPU가 지나친 전력 소모량을 갖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텔 '사파이어래피즈' 시리즈 서버용 프로세서 및 데이터서버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인텔과 AMD가 잇따라 데이터서버에 쓰이는 고성능 CPU(중앙처리장치) 신제품을 선보였지만 전력 소모량이 지나치게 높아 수요를 확보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텔과 AMD의 서버용 프로세서 출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 실적 방어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실제로 수혜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20일 IT전문지 더레지스터에 따르면 인텔과 AMD가 각각 공개한 최신형 서버용 프로세서가 데이터서버 관련업체들에 큰 고민을 안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텔은 10일 사파이어래피즈 CPU 시리즈를 공개했다. 이전 세대 제품인 아이스레이크 프로세서를 공개한 뒤 약 2년 만에 성능을 크게 높인 서버용 시스템반도체 신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사파이어래피즈 프로세스는 이전작 대비 종합연산 성능을 최대 53%, 인공지능 성능은 최대 10배로 끌어올렸으며 데이터 분석 성능은 3배에 이른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주로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 발전에 대응해 첨단 서버용 프로세서를 필요로 하던 대형 IT기업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데이터센터 투자 활성화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인텔의 경쟁사인 AMD가 지난해 말 선보인 ‘제노아’ 시리즈 서버용 프로세서도 이전 세대 제품보다 연산 성능이 크게 높아졌다.
장기간 인텔이 독점하고 있던 고성능 서버용 CPU시장에 AMD가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두 라이벌 사이 성능 향상을 위한 치열한 기술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더레지스터는 인텔과 AMD가 선보인 고성능 프로세서의 전력 사용량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단점을 지적했다. 두 회사가 선보인 최고 사양 프로세서는 각각 최대 350W, 400W 전력을 필요로 한다.
인텔과 AMD의 기존 서버용 프로세서 전력 사용량이 최대 280W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더레지스터는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인텔과 AMD의 새 서버용 프로세서 도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데이터서버 운영사에서 신형 프로세서를 도입해 전력 소모량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히 전기요금과 같은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다수의 데이터센터가 신형 프로세서를 도입해 운영할 수 있는 전력공급 등 인프라를 갖추지 않고 있다는 점으로 꼽힌다.
여러 개의 서버용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데이터서버에 신형 프로세서가 필요로 하는 막대한 수준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단기간에 갖춰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냉각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데이터서버를 가동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수준의 열이 발생한다. 따라서 서버 운영업체들은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때 이를 효과적으로 냉각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하는 데 공을 들인다.
그러나 전력 소모량이 대폭 늘어난 신형 CPU를 도입한다면 현재 갖춰진 냉각 설비로 이를 충분히 감당하기 어려울 공산이 크다.
원활한 냉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서버용 CPU의 최대 성능을 끌어내기도 어려운 만큼 이를 데이터서버에 적용할 필요성도 줄어든다.
현재 운영되는 여러 데이터센터가 이런 인프라 측면의 약점을 안고 있는 만큼 인텔과 AMD의 최고 성능 프로세서를 도입하는 데 물리적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된다.
▲ SK하이닉스의 서버용 DDR5 D램 이미지. |
인텔과 AMD는 전력 소모량과 성능이 다소 낮은 새 서버용 프로세서 라인업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서버업체들이 이를 도입하는 것은 기존의 프로세서를 계속 사용하는 것과 비교해 장점이 다소 적다.
신형 고사양 프로세서의 전력 수요와 발열을 감당할 수 있는 새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일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세계 대형 IT기업들이 최근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 등 가능성을 고려해 인력을 감축하는 등 비용 절감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에 대규모 투자를 벌이기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더레지스터는 전 세계적으로 전기요금이 크게 상승해 데이터서버 업체들에 더욱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고성능 CPU 수요에 약점이 되고 있다고 바라봤다.
결국 인텔과 AMD가 실제 수요와 IT업체들의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성능 경쟁에만 집중한 나머지 시장성이 낮은 서버용 프로세서를 출시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인텔과 AMD의 새 서버용 프로세서 출시는 올해 메모리반도체 업황 개선을 이끌 수 있는 중요한 동력으로 꼽혔다.
해당 제품들이 서버용 CPU 가운데 처음으로 DDR5 규격의 D램을 지원하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업이 고부가 D램 공급을 늘려 메모리반도체업황 악화를 극복할 활로로 꼽혔기 때문이다.
올해 메모리반도체업황은 스마트폰과 PC 등 주요 시장 침체로 큰 악재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서버시장의 고부가 메모리 수요는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인텔과 AMD의 서버용 프로세서가 실제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실적을 방어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더레지스터는 “데이터센터 건설 및 운영에 관련한 전 세계의 환경 규제도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에 있다”며 “서버 운영업체들이 여러 측면에서 우려를 안게 됐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