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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제로 히어로] 지난해 투자액 86조, 기후테크 기업의 시대가 시작됐다

이경숙 기자 ks.lee@businesspost.co.kr 2023-01-19 16:5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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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제로 히어로] 지난해 투자액 86조, 기후테크 기업의 시대가 시작됐다
▲ 에너지저장장치(ESS)용 흐름전지를 만드는 에이치투는 창업 후 2022년말까지 총 567억 원을 투자 받았다. 지난해엔 벤처 투자의 혹한기였는데도 230억 원의 투자를 유지했다. <에이치투>
 
[편집자주] 유사 이래 처음으로 인류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2050넷제로’. 2050년까지 전 인류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 ’0’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더 큰 기후재앙을 불러오지 않기 위해 인류는 달성해야 하는 최소한의 목표다.
하지만 유엔환경계획은 각 국가가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는 2030년에 1%도 줄이지 못할 것이며 이대로면 세기말 지구 평균 기온이 2.6도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기술로 뛰어넘는 기업들이 있다. 30년 전 IT기업들이 전 세계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냈듯, 이들은 기후위기 시대에 ‘넷제로 전환’을 이끌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이들을 탄소중립을 이끄는 영웅들, 즉 ‘넷제로 히어로’라 이름 붙이고 2023년 연중 기획으로 발굴해 소개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자본은 영리하다. 자신을 불려주는 쪽으로 흐른다. 그런데 최근 그 흐름이 달라졌다. 그 방향을 보여주는 장면 세 개가 여기 있다.

#1. 지난해 자본시장의 한파 속에 23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업체가 있었다. 그것도 창업한 지 12년이 지난 제조업체, 바로 에이치투(H2)다. 에너지저장장치(ESS)용 흐름전지를 만드는 이 업체는 창업 후 2022년말까지 총 567억 원을 투자 받았다.

#2. 한국인이 뉴욕에서 창업한 한 벤처기업의 시험이 성공했단 소식이 18일 국내외 매체에 일제히 실렸다. 세계 최초로 암모니아를 동력원으로 탄소배출 없이 대형트럭을 주행시킨 아모지(Amogy) 이야기다.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시스템을 전문 분야로 한 이 업체는 지난해 10월까지 국내외에서 900억여 원의 투자를 받았다.

#3.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현지시각 15일 10억 달러 자산을 운용하는 한 벤처캐피털리스트의 발언을 보도했다. 오비어스벤처스 상무인 앤드루 비브였다. 그는 “기후는 인터넷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이 그랬듯 기후는 세계 경제의 구석구석을 교란시킬 것”이라면서 그는 “정부가 가장 빨리 규제할 곳이 바로 벤처캐피털을 위한 최고의 타깃 ”이라고 덧붙였다.

기후테크 기업에 돈이 흘러들고 있다. 30여 년 전 IT열풍, 닷컴열풍을 연상하게 하는 기세다.

시장조사기관 홀론아이큐(HolonIQ)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후테크 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 규모는 700억 달러, 약 86조4800억여 원에 달했다. 국내 벤처 투자 총액(7조 원)의 12배가 넘는 규모다.

더 놀라운 건 증가율이다. 전 세계에서 달러 기반 벤처 투자 규모가 전년 대비 42% 감소하는 동안, 기후테크 벤처 투자는 89% 증가했다. 돈줄이 말라붙은 벤처 투자 판에서 오직 기후테크로만 돈이 흘러들어간 것이다.

기후테크에서 벤처투자자들은 ‘확실한 미래’를 본다. 임팩트투자사 소풍벤처스의 한상엽 대표는 “자본시장에서는 가장 큰 리스크가 불확실성”이라며 “기후테크 영역의 투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불확실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기후 위기로 인해 각국의 정책, 각종 글로벌스탠더드(세계표준)가 속속 수립되고 있다”며 “위기와 기회가 상존하나 기본적으로 기후테크를 중심으로 엄청난 시장과 기회가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할 만한 유망 기술이 는 것도 투자 증가의 한 요인이다. 임팩트투자사 한국사회투자의 이종익 대표는 “AI,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자율주행, 신소재, 순환경제 등 넷제로 즉 탄소중립 기술이 고도화하고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투자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기후테크 투자는 걸음마 단계다. 달러 기반 투자기관들은 이미 십수 년 전부터 ‘기후테크’를 별도로 분류해 통계를 내고 있는 반면, 한국에는 ‘기후테크 투자’를 종합하는 집계 자료조차 없다.

임팩트투자사 중 한 곳인 한국사회투자 자체 집계에 따르면 한국의 기후테크 스타트업 전용 펀드 규모는 2022년 기준으로 총 6098억 여원일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기술혁신펀드가 4200억 원, 클라이밋솔루션펀드가 768억 원, 경기도 탄소중립펀드1호가 1030억 원, 임팩트피크닉 투자조합이 100억 원이다.
 
[넷제로 히어로] 지난해 투자액 86조, 기후테크 기업의 시대가 시작됐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 ESG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ESG펀드는 2022년 1조6556억 원으로 급성장한 데에 비해 넷제로 테크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며 “그 필요성을 고려하면 기후테크 투자 규모가 더 성장할 것은 명백해 보인다”고 말했다.

‘넷제로’라는 인류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엔 아직 기후테크 투자는 크게 부족하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그렇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 넷제로로드맵 보고서(netzero by 2050)’에서 2050년까지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가 에너지 부문에서만 2조 달러, 약 2460조 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전 세계 GDP의 약 2.5%에 해당한다.

2030년에는 넷제로 투자가 거의 5조 달러, 세계 GDP의 약 4.5%가 필요하다. 이는 역으로 말하자면 그만큼 큰 투자가 넷제로 부문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넷제로 히어로] 지난해 투자액 86조, 기후테크 기업의 시대가 시작됐다
▲ 연 평균 넷제로 기술 자본 투자 수요. <국제에너지기구>
모든 국제기구와 국가, 다국적 기업들이 저마다 온실가스를 줄이거나 흡수하겠다는 목표 즉 넷제로 목표를 세우고 있는 이유는 뭘까.

기후재앙 때문이다. 눈이 사라진 유럽의 겨울, 아시아와 북미를 강타한 폭설과 한파, 남아시아와 아프리카를 휩쓴 폭우 등 이미 전 세계에서 기후재앙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과학자들은 2030년까지 45% 감축,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해 지구 온난화를 1.5도에서 막지 못하면 기후재앙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몰려들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유엔환경계획은 각 국가가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다 달성한다고 해도 세기말에는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2.6도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지난해 11월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도 넷제로를 이룰 만큼 각국의 목표를 끌어올리게 하지는 못했다.

기후학자인 김형준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COP27에서 15개국만 감축 목표를 상향했는데 이래선 지구 온난화를 1.5도 상승에서 저지하자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각국의 대응 상황을 '기말고사 100점 받겠다는 학생이 연말까지 공부 안하고 놀고 있는 꼴'에 비유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어쩌면 희망은 기후기술에서 나올 수 있다”며 “이미 배출된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기술,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 있는 기술, 그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기술의 발전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더 많은 투자를 이끌 수 있는 마중물과 함께 기후기술에 맞는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넷제로전문투자기관 BNZ파트너스 임대웅 대표는 크게 세 가지 지원책을 제안했다. 기후테크 기업을 키우는 액셀러레이팅(창업기획) 프로그램, 기후테크 모태펀드 확대, 해외 기후테크 생태계와의 협업.

임 대표는 “기후테크는 모든 생산과 소비활동에 깊이 관여되기 때문에 한 번 검증되면 스케일업(규모 확대), 글로벌화가 급속히 진전된다는 특징이 있다”며 “이를 뒷받침할 고속성장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30년 전 IT붐이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었듯 이제 막 시작된 기후테크 붐이 인류의 ‘넷제로 전환’을 이끌 수 있을까. 기후테크 기업과 투자자들 사이에선 IT붐 때와는 다른 긴장감이 흐른다. 디지털 전환과 달리, 넷제로 전환에는 인류의 생사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구를 공유하는 많은 생명체들의 운명과 함께. 이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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