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낸드플래시 업황이 긴 터널에 접어들며 야심차게 인수했던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사업부)이 되레 부담이 되고 있다.
낸드플래시 업황이 반등할 기미는 아직 나타나지 않는데 업계구도 재편에 따른 지배력 약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인수효과는 고사하고 영업손실만 늘어날 상황에 놓인 것이다.
▲ 낸드플래시 업황이 긴 터널에 접어들며 야심차게 인수했던 인텔 낸드사업(현 솔리다임)이 되레 실적에 부담이 되고 있다. 다만 솔리다임의 주력사업인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의 장기 전망이 밝은 만큼 와신상담의 시간이 SK하이닉스가 낸드사업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 사진은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다만 솔리다임의 주력사업인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의 장기 전망이 밝은 만큼 와신상담의 시간은 SK하이닉스가 낸드사업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
1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주요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은 업황 악화의 영향으로 감산 등 긴축경영 체제를 당분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세계 2위 입지를 확고히 한 D램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사업기반이 약한 낸드플래시에서 업황 악화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2022년 3분기부터 이어진 낸드플래시 영업적자 행진이 올해도 계속해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나증권은 SK하이닉스가 올해 영업손실 7204억 원을 볼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 가운데 낸드플래시 영업손실 전망치는 5973억 원에 이른다.
게다가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2·4위(2022년 3분기 기준) 기업인 일본 키오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합병 추진설도 SK하이닉스로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으로 여겨진다.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기업 사이 통합은 산업 전반의 경쟁 강도를 완화한다는 점에서 업황 회복에 긍정적 측면은 있다. 하지만 2·4위 기업의 통합은 3위 업체인 SK하이닉스의 시장 지배력이 낮아지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지난해 3분기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 31.4%, 키오시아 20.6%, SK하이닉스(솔리다임 합산) 18.5%, 웨스턴디지털 12.6%로 조사됐다.
SK하이닉스는 이미 키오시아에 낸드플래시 2위 자리를 내줬는데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합병하게 되면 SK하이닉스와 점유율 격차는 더 벌어진다.
낸드플래시 사업과 관련해 부정적 요인들이 겹치며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인수 역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문을 인수한 뒤 SSD사업을 운영할 자회사 솔리다임을 신설한 뒤부터 하필 낸드플래시 업황이 내리막길을 걸으며 인수에 따른 시너지효과가 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SK하이닉스 주주총회에서는 “솔리다임과 SK하이닉스의 SSD(대용량 저장장치)사업의 통합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해 글로벌 운영 체계를 강화하고 낸드사업을 더욱 성장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솔리다임의 실적만 보면 인수 시너지는 고사하고 SK하이닉스에게 골칫거리가 된 모양새다.
솔리다임을 거느린 SK하이닉스 미국 낸드법인은 지난해 줄곧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행진을 했다. 지난해 1분기(-1574억 원), 2분기(-1009억 원)에 이어 3분기에는 6133억 원의 손실을 보며 적자 폭은 더 커졌다. 낸드플래시 업황을 감안하면 올해까지 이런 적자행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물론 지난해 4월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이 협업해 개발한 기업용 SSD ‘P5530’이 출시되는 등 협업의 성과가 전혀 없진 않았다. 하지만 영업손실을 키워가는 SK하이닉스나 솔리다임의 낸드플래시 실적을 보면 인수 시너지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낸드플래시가 성장하는 시장인 만큼 장기적으로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인수가 SK하이닉스의 도약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것이란 시선도 만만치 않다.
특히 4차산업혁명의 필수 인프라가 될 초대형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솔리다임의 주력 품목인 기업용 SSD 수요는 장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
박 부회장은 SK그룹에서 인수합병과 신사업 발굴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점에서 솔리다임 인수 역시 와신상담 끝에 빛을 볼 거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박 부회장은 2012년 SK텔레콤이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를 인수할 때도 SK텔레콤 사업개발부문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SK하이닉스는 2012년 영업손실을 내며 시장에서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듬해부터 흑자를 내며 SK그룹의 간판 기업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