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2020년 나란히 연임에 성공했는데 3년이 지난 올해에는 모두 회사를 떠난다. 

최근 들어 금융지주 회장에서 연임하는 사람이 많았던 만큼 두 회장이 동시에 물러나게 된 배경에도 많은 이목이 쏠리고 있다. 
 
18일 우리금융지주에 따르면 손태승 회장은 이날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차기 회장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날 손 회장을 제외하고 10명 안팎에서 다음 회장 1차 후보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까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 가운데 무려 2곳의 회장이 바뀌게 됐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12월 열린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조용병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고 진옥동 내정자가 다음 회장 최종후보로 결정됐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날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시작으로 다음 회장 선임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는데 늦어도 2월 중순까지는 회장 단독후보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2곳 금융지주 모두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기존 회장의 연임이 유력하게 점쳐졌으나 현실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금융권 전반의 분위기가 바뀐 탓도 크지만 결국 3년 전 나라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이번 금융권 인사 태풍을 일으켰다고 보는 시선도 금융권에 적지 않다.

조용병 회장과 손태승 회장의 공통분모가 바로 ‘라임펀드 사태’이기 때문이다. 

조용병 회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용퇴 의사를 밝힌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모펀드 사태’라는 뜻밖의 단어를 꺼냈다.

그는 “채용비리와 사모펀드 사태 등 신한은행장과 신한금융그룹 회장으로 있으면서 아쉬웠던 경영 실책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고 정리를 하는 게 조직에 더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는 데 금융당국의 압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던 점을 고려하면 조 회장의 이 발언은 사실상 그가 어떤 점에서 압박을 느꼈는지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당시 금융권에는 조 회장이 재연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워낙 강했고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열렸던 날 오전까지만 해도 조 회장이 연임에 의지를 보였던 만큼 신한금융지주 세대교체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보는 의견이 금융권에서 나왔다.

손태승 회장은 연임을 포기하는 이유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금융당국의 사퇴 압박에 손 회장이 백기를 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우리금융지주의 회장 선임 절차 개시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 중징계를 내리거나 사모펀드 사태 관련해서 최고경영자의 책임 있는 자세를 꾸준히 요구한 것 등은 손 회장과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2019년과 2020년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이른바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이유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 계열사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이와 별도로 조용병 회장은 지난해 4월 경징계인 ‘주의’ 조치를 받았고 손 회장은 지난해 11월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았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주의 △주의적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돼 3~5년 동안 금융회사 임원 선임이 제한된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