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3-01-18 14: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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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중국 CATL이 북미 생산거점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내 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가 중장기적으로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 배터리3사는 중국 기업들과 벌어진 점유율 격차를 줄이기 위해 북미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완성차업계와 손잡고 올해에도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 향후 북미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단단히 굳힐지 주목된다.
▲ 중국 CATL이 북미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반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3사는 올해에도 완성차업계와 손잡고 북미 투자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CATL이 포드와 손잡고 추진해온 미국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이 암초에 부딪힌 것으로 파악된다.
CATL은 지난해 7월부터 포드와 협력관계를 맺고 미국에서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CATL과 포드는 미국 버지니아주와 미시간주를 배터리 합작공장 후보지로 검토해왔는데 두 곳 모두에서 공장 설립이 쉽지 않을 것이란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
현지 언론 블루버지니아 등에 따르면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는 최근 CATL이 버지니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세우려는 계획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블루버지니아는 영킨 주지사가 향후 공화당 대권 후보로 꼽히는 대표적 ‘잠룡’으로 꼽히는데 공화당 내부에서 반중 정서가 강해지자 이에 발맞춰 ‘정치적 목적’을 위해 CATL의 투자유치를 막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버지니아주 차원의 이번 결정은 미국에서 배터리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여전히 미국이 중국 배터리기업에 강력한 진입장벽을 치고 있다는 의미가 크다.
블룸버그도 최근 포드와 배터리 합작공장이 배터리 공급을 늘려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을 가속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중심축으로 미국이 배터리를 포함한 미래 핵심 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제외하려는 정서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CATL이 미시간주에서도 공장 설립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에 의문부호가 달려있다. CATL은 지난해 북미 진출을 위해 멕시코에 배터리 공장 건설계획을 세우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자 계획 발표를 철회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은 중국 기업들과 세계 배터리 시장 패권을 다투고 있는 국내 배터리3사에는 뚜렷한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배터리기업들은 가파른 자국 시장 성장에 힘입어 세계 배터리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3사로서는 중국 기업이 진출하기 쉽지 않고 미래 3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을 안마당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터리 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은 지난해 1~11월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탑재량 기준) 37.1%를 기록해 국내 배터리3사의 점유율 합계(23.2%)를 크게 웃돌고 있다. BYD는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처음으로 점유율 2위에 올랐다.
국내 배터리3사는 최근 2년 동안 북미 시장을 향한 투자를 집중해왔는데 올해에도 중국 기업들의 상황과 반대로 대규모 투자를 계속 진행할지 주목된다.
배터리업계와 완성차업계가 투자와 향후 공급 등 사업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합작공장 방식으로 배터리 투자에 나서는 경향이 큰 만큼 국내 배터리3사의 향후 북미 투자 역시 완성차업체와 합작방식으로 진행될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배터리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자동차그룹과의 배터리 협력이 첫 손에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5월 미국 조지아주에 연간 30만 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완성차 공장을 설립하는 데 6조3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인근에 ‘배터리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한 배터리셀 공장’ 설립계획을 내놨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지난해 11월 말 SK온과 북미 전기차 배터리 공급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두 회사는 구체적 협력 방식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합작공장 방식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생산 규모가 큰 만큼 SK온과 함께 LG에너지솔루션도 현대차그룹과 미국 배터리사업에서 힘을 모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인도네시아에서 현대차그룹과 합작법인을 통해 배터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텔란티스도 국내 배터리기업과 북미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세울 가능성 높은 완성차업체로 여겨진다.
스텔란티스는 2030년 북미 시장에서 전체 자동차 판매량 가운데 전기차 비중을 50% 이상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어 북미에 복수의 배터리 합작공장을 추진할 공산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스텔란티스와 배터리 합작 공장을 늘릴 파트너로 거론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삼성SDI는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각각 스텔란티스와 합작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이밖에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와 4번째 배터리 합작공장 추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확정된 2025년 기준 북미 투자계획을 기업별로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250GWh(기가와트시), SK온은 180GWh, 삼성SDI는 40GWh가량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3사의 미국 배터리시장 점유율은 2021년 27%에서 2025년 70%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이 북미에 진출하기 어려워진 것에 따른 배터리 물량이 모두 국내 기업들 몫이 된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기회 요인인 것은 분명하다”며 “배터리3사가 이미 대규모 투자계획을 확정했지만 인센티브 지급 등 현지 주 정부들의 투자유치 의지가 워낙 커 추가 투자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