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우리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아랍에미리트(UAE)와도 대규모 경제협력을 약속하며 ‘제2의 중동 붐’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아랍에미리트와 투자협약의 핵심 분야로 원자력 발전과 수소 등 친환경에너지 분야가 첫 손에 꼽힌다.
 

이미 아랍에미리트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수행한 두산에너빌리티와 현지 국영석유회사와 협력하고 있는 GS에너지는 각각 원전과 수소 분야에서 사업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00억 달러(약 37조 원)에 이르는 아랍에미리트의 투자 약속이 원활히 성사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계획이 마련됐다.

산업부는 양국 정부 및 경제계 인사 3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아랍에미리트 현지에서 전날 개최된 ‘한-UAE 비즈니스 포럼’에서 61억 달러, 모두 24건의 양해각서 및 계약이 체결됐다고 밝혔다. 

특히 양국 기업지원을 위해 한국무역협회뿐 아니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이 아랍에미리트 관련 기관과 4건의 양해각서를 맺었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합심해 아랍에미리트의 투자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와 300억 달러 규모의 양해각서 체결에 이어 아랍에미리트와 협력관계를 통해 ‘제2의 중동 붐’이 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의 사업기회가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 대통령이 채택한 공동성명에 ‘핵심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이 담겼는데 특히 ‘평화적 원자력 에너지’와 ‘전통적 에너지 및 청정에너지’ 등 두 분야가 가장 앞에 위치했다.

양국은 원전과 관련해 ‘포괄적·전략적 에너지 파트너십(CSEP) 공동선언’을 통해 원전을 중심으로 한 넷제로(탄소중립) 가속화 프로그램 가동, 산업 탈탄소화, 에너지 금융·투자 촉진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아울러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수소협력 양해각서’를 맺고 △수소 전 주기에 걸친 정책·투자·연구개발(R&D) 협력 △청정수소 국제기준 공동개발 등을 진행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주요 재계 인사들은 ‘한-UAE 경제사절단’으로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해 국가 차원, 기업 차원에서 다양한 협력관계를 모색했다.

이 가운데 특히 원전과 수소 분야에서 두산에너빌리티와 GS에너지가 그간 쌓아온 신뢰를 토대로 앞으로 더 큰 사업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회장과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이 경제사절단으로 아랍에미리트를 직접 방문한 것은 물론 두산에너빌리티와 GS에너지는 이미 아랍에미리트에서 구체적으로 사업을 진행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제작기업으로 현재까지 한국형 대형원전인 ‘ARP 1400’의 주기기를 비롯해 모두 원자로 34기, 증기발생기 124기 등을 국내외에 공급했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2009년 한국이 처음으로 수출한 원전인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의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핵심 주기기 제작을 담당했다.

바라카 원전은 현재 1, 2호기가 상업가동하고 있다. 3호기는 완공돼 가동을 앞두고 있으며 4호기는 현재 건설되고 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성공적인 바라카 원전사업이 양국 사이 긴밀한 동반자 관계를 확인한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두산에너빌리티를 포함해 한국 원전 ‘팀코리아’가 아랍에미리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소형모듈원전 선도기업으로 꼽히는 뉴스케일파워의 초도원전 주기기 제작을 맡는 등 양국이 협력하기로 한 소형모듈원전 관련 역량도 이미 쌓고 있다.

GS에너지는 현재 아랍에미리트 국영석유회사와 암모니아 사업에서 협력하고 있는 만큼 향후 아랍에미리트에서 진행되는 수소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암모니아는 수소 저장 및 운반을 쉽게 하는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GS에너지는 2021년 11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가 진행하는 블루 암모니아 개발 사업의 지분 10%를 확보해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아부다비에 대규모 블루 암모니아 생산플랜트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2025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연간 블루 암모니아 100만 톤을 생산한다. 블루 암모니아는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한 친환경 암모니아를 말한다.

GS에너지는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해 향후 연간 20만 톤의 블루 암모니아를 국내에 도입한다.

GS에너지는 도입한 블루암모니아를 GS그룹 계열 발전소에서 발전용으로 사용하거나 암모니아 크래킹(분해) 공정으로 수소를 확보해 수소차 연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암모니아 20만 톤으로 만든 수소 3만 톤은 수소승용차인 현대자동차 ‘넥쏘’ 7만5천 대가 동시에 지구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GS에너지는 ‘청정수소 경제 인프라 재편 선도’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4대 경영전략’으로 꼽고 다양한 사업기회를 찾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 수소경제 중심으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가 중요한 사업처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직 아랍에미리트와의 여러 협력이 양해각서(MOU) 체결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화한 사업 진행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정부 차원에서 에너지사업에 힘을 싣고 긍정적 분위기를 형성한다는 것은 향후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