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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라이벌] TSMC 미중 갈등의 중심에 놓여, 삼성전자에도 ‘경고장’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3-01-12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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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라이벌] TSMC 미중 갈등의 중심에 놓여, 삼성전자에도 ‘경고장’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12월6일 TSMC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장비 반입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EPA >
[비즈니스포스트]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시대는 이제 거의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시대가 돌아오기를 원하고 있겠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전 세계 반도체 산업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지정학적 상황도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TSMC의 장중머우 창업주는 2022년 12월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장비 반입식에서 다소 충격적 발언을 내놓았다.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가 대거 참석한 행사에서 내놓은 말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전 세계 국가들 사이 활발한 협력과 교역이 점차 축소되는 탈세계화 흐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본격화됐고, 바이든 정부에서 더욱 뚜렷해졌다. 미국의 반도체와 전기차 육성 정책, 중국을 상대로 한 수출규제 등이 순차적으로 시행되면서 탈세계화 흐름에 더욱 속도가 붙었다.

장중머우 창업주의 표현은 다소 거칠었지만, 그가 세계화 및 자유무역 시대의 ‘종말’을 선언한 배경은 미국 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TSMC의 미국 반도체공장 투자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다. 대만에 있는 공장에서 대부분의 반도체를 생산해 전 세계 수요처에 공급하는 지금의 사업 구조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기 때문이다.

TSMC는 현재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으며 반도체는 정치와 경제 측면에서 모두 가장 중요한 전략적 물자에 해당한다. 애리조나주 공장 건설은 미국과 동맹 관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대만 정부와 TSMC의 의지를 보여준다.

다만 TSMC는 여전히 중국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여러 곳의 반도체공장이 운영되고 있는 데다 중국 기업들이 고객사 기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중머우 창업주가 이런 민감한 시점에서 세계화 및 자유무역이 죽었다고 언급한 것은 TSMC의 위기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TSMC는 국제 정세 불안에 따른 고민에 더해 대만 국내의 정치적 갈등 상황에도 대응해야 한다. 미국에 대규모 투자 결정이 대만의 경제 성장 및 국가 경쟁력 강화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는 비판이 대만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어서다.

대만은 TSMC가 반드시 핵심 기술과 반도체 생산 설비를 대만에 두도록 유도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침공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TSMC를 비롯한 대만 내 반도체 생산시설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중국도 대만을 통해 반도체를 수급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TSMC가 해외에 핵심 연구개발 시설과 첨단 반도체 생산 설비를 중점적으로 구축한다면 중국이 대만에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는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

미국도 반도체 공급망과 기술을 자체적으로 충분히 확보하게 되면 적극적으로 대만을 중국의 침공에서 지켜내야 할 이유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TSMC는 대만의 국가 안보에 핵심으로 꼽힌다.

TSMC는 대만 정치권에서 논란이 커지자 국내에 미화 600억 달러에 이르는 첨단 반도체 생산 투자와 연구개발센터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에 들이는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을 대만에 투자하기로 약속해 정치적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는 목적이다.
 
[삼성의 라이벌] TSMC 미중 갈등의 중심에 놓여, 삼성전자에도 ‘경고장’
▲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연구개발센터.
이처럼 TSMC가 국내외 다양한 정치적 갈등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은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한국 또는 해외에 반도체 생산설비를 구축할 때 정치적 측면을 고려해 불필요한 투자를 벌이는 대신 실익을 더 우선순위로 고려한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도 미국과 중국 사이 갈등 국면에 완전히 자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운영하는 낸드플래시 생산공장 및 중국을 대상으로 한 반도체 수출과 관련해 리스크를 안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고립시키려 시도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중국에 생산 투자를 벌이기 어렵도록 하는 규제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또한 파운드리사업 역시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수록 TSMC와 같이 미국 정부의 간섭을 받을 여지가 커진다는 점에서 딜레마를 안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새 반도체공장에 어떤 미세공정 기술을 도입할 지 확정하지 않았고 고객사 수요에 따라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TSMC에 이어 삼성전자에도 첨단 반도체 생산라인 구축을 요구한다면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연히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한국 정치권에서도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와 관련해 비판하는 여론이 커질 수밖에 없고 TSMC가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결국 장중머우 창업주의 발언은 삼성전자도 중요한 교훈으로 삼아야만 하는 일종의 ‘경고’에 해당한다.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등 주요 사업에서 탈세계화 흐름에 맞춰 선제적으로 중장기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에 삼성전자의 대응이 늦어진다면 실제로 지정학적 리스크 등 여러 변수가발생했을 때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고 결국 한국의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와 TSMC의 반도체 경쟁은 이제 더 이상 기술력 등 사업 경쟁력만으로 승부를 가리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전 세계의 정치적 갈등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극복해 나가는지가 앞으로 두 회사의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용원 기자
 
[편집자주] 2023년, 글로벌 경기침체 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오며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및 국가 경쟁력에 냉정한 평가가 필요한 때다.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현재 전 세계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 파악하는 일은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경제팀에서 연재하는 [삼성의 라이벌] 기획은 삼성전자와 주요 라이벌 기업 사이의 경쟁 판도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예측해 삼성의 현 위치를 짚어보고 이러한 경쟁이 어떠한 방식으로 삼성의 위기 극복 능력을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 진단한다.

1부- 삼성 vs TSMC
(4) TSMC 창업주 장중머우, 미국 투자로 '오랜 꿈'까지 이뤄
(5) TSMC 미중 갈등의 중심에 놓여, 삼성전자에도 ‘경고장’
(6) 삼성전자 '고객과 경쟁' 딜레마, 파운드리 분사가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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