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과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발주 본격화 등이 기대되는 2023년 해외건설 시장에서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K-건설 대표주자 삼성가와 현대가가 2023년 ‘제2중동붐’ 주인공 자리를 두고 열띤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경쟁사들과 비교해 국내주택 성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만큼 해외건설 수주 1위 수성에 실적과 자존심이 걸려있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에게도 중동지역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기대되는 올해는 취임 뒤 줄곧 삼성에 내줬던 해외건설 선두를 다시 찾을 기회가 될 수 있다.
오세철 사장과
윤영준 사장은 둘 다 2021년 각 회사 대표에 선임돼 올해 이번 임기의 마지막 해를 맞이했다. 해외 수주에서 유종의미를 거두기 위해 전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5일 증권가 분석 등을 종합하면 2023년 국내 주택시장 침체로 대형 건설사들이 다시 해외 수주에 집중하는 경영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이미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네옴’ 프로젝트 관련 터널공사(약 7200억 원 규모로 추정)를 컨소시엄으로 수주하면서 시동을 걸었다.
이 수주 건에는 두 회사가 손을 잡고 참여했지만 삼성과 현대 건설계열사들이 그동안 해외건설 수주에서 꾸준히 1, 2위 다툼을 펼쳐왔던 점을 생각하면 올해 중동지역에서 벌어진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 실적경쟁에 눈길이 쏠린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둘 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 중동지역에서 사업수행경험과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초고층 빌딩, 도로, 터널 등 건축토목분야부터 신도시건설, 수소인프라, 소형모듈원전, 모듈러주택 등까지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오세철 사장과
윤영준 사장이 취임한 2021년부터 순위로 본다면 해외건설에서는 삼성물산이 승기를 잡고 있다.
오 사장은 삼성물산에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두바이 등 해외현장을 두루 거치고 글로벌조달실장까지 역임한 해외사업 전문가다.
오 사장은 실제 삼성물산 대표에 오른 뒤 2년의 임기 동안 해외건설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삼성물산은 앞서 2016년 해외건설 수주실적 51억1184만 달러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가 2017년에는 현대엔지니어링에 1위를 내주고 8위로 떨어졌다. 그 뒤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해외건설 수주실적이 3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오 사장이 키를 잡고 해외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면서 삼성물산은 2021년 5년 만에 해외건설 수주실적 1위를 되찾았다. 2020년보다 해외 수주실적이 53%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현대건설 수주실적(26억9500만 달러)의 2배 수준인 53억8200만 달러 규모 일감을 따내면서 선두를 지켰다.
오 사장은 올해까지 해외건설 수주실적 1위를 달성하게 되면 3년 임기 내내 해외 수주 ‘왕좌’를 차지하는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사우디 등 중동지역에서 대형 프로젝트 추가 수주 기대감도 높다.
삼성물산은 2022년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전력, 포스코 등과 컨소시엄으로 사우디 국부펀드와 그린수소암모니아 공장 건설 프로젝트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과 빈 살만 왕세자의 친분관계 등 그룹의 배경으로도 주목을 받는다.
이재용 회장은 빈 살만 왕세자 방한 때 차담회에 함께했고 지난해 12월 회장 취임 뒤 첫 해외현장 행보로 삼성물산의 아랍에미리트 원자력 발전소 건설현장을 찾기도 했다.
반면
윤영준 사장은 34년 동안 현대건설에 몸담으면서 주로 국내 주택과 교량, 철도, 도로건설현장에서 경력을 쌓았고 주택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윤 사장은 취임 뒤 ‘주택사업 전문가’로 강점을 발휘하면서 도시정비 등 국내 주택분야에서는 압도적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해외 실적 순위에서는 상대적으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그런 만큼 중동에서 초대형 프로젝트 수주기회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는 해외 수주실적에도 반등의 기회를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윤 사장은 3일 신년사에서 ‘글로벌 건설리더’를 2023년 경영방침으로 내걸었고 2022년 가장 의미 있는 성과로 소형모듈원전 등 차세대 원전기술과 해외시장 개척 등을 꼽았다.
2022년 12월28일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단장을 맡은 해외건설 수주지원단 출범식에도 참석하는 등 해외사업 관련 대외활동에서도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2019년 해외 수주실적 41억6162달러를 올리면서 업계 1위에 올랐다.
다만 2020년에는 삼성엔지니어링에 1위를 내주고 2위로 내려갔다. 윤 사장 취임 첫 해인 2021년에는 해외수주실적이 33억8927만 달러로 2020년보다 47.5% 감소하면서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2022년에는 해외 수주실적에서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을 앞세우고 4위로 순위가 한 계단 더 내려앉았다.
해외건설협회 글로벌사업지원실의 2023년 지역별 건설시장 동향 보고에 따르면 2023년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한국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텃밭인 중동·북아프리카(MENA)지역 건설시장은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재정여력을 확보한 산유국들을 중심으로 도시개발과 에너지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활발해질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은 세계 경기침체 우려에도 석유 소비량이 생산량을 초과하고 있어 올해도 국제유가가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바라봤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도 중동 건설시장이 2023년 16.9%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올해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친환경 신도시 ‘더라인’ 터널공사 수주 성과를 보인 사우디 네옴시티 발주가 본격화된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북서주 타북주 2만6500㎢ 부지에 건설하는 최첨단 미래도시로 인구 900만 명을 수용하는 직선도시 ‘더라인’과 최첨단 산업단지 ‘옥사곤’, 관광단지 ‘트로제나’로 구성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산업동향보고서에 따르면 네옴시티는 핵심사업인 더라인 건설에만 1조 달러 비용이 소요되는 등 사업규모가 처음 예산(5천억 달러)을 넘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옴시티는 아직 본격적 프로젝트 발주는 시작도 안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현재까지 발주된 199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 가운데 건설부문 프로젝트가 118억 달러를 차지한다.
김화랑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사우디 정부가 지난해 4분기 사우디 국부펀드를 통해 2030년까지 진행하는 1단계 공사 예산(4580억 달러)의 절반인 2290억 달러 조달 계획을 구체화하면서 공사재원 확보에 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앞으로 프로젝트 발주 때 촉박한 공사기간으로 설계, 시공을 병행한 사업추진이 예상되고 있어 풍부한 시공실적, 고도의 기술력, 경험 등을 보유한 글로벌 건설기업 참여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
[편집자주] 2023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지나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세계 경기침체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불안정한 시장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업에도 예측하기 어려운 위기가 다가오며 회사의 미래를 짊어진 CEO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 주요 CEO들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회사의 발전을 이끌어 한국 경제의 위기 극복에 해답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올해 이들이 대결하는 분야와 이뤄내야 할 목표를 통해 앞으로의 시장 흐름과 업계 판도를 예측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