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3-01-04 16: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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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KB금융그룹은 국내를 대표하는 리딩금융그룹이다.
KB금융의 최장수 CEO인 윤종규 회장의 신년사를 보면 KB금융뿐 아니라 국내 금융업계 전반의 굵직한 변화의 흐름을 함께 읽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일할 맛 나는 일터를 꺼내든 점이 주목된다.
윤 회장의 신년사를 보면 지난 9년 사이 국내 금융업계에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과 금융플랫폼 경쟁, 글로벌사업 확대 등이 주요 화두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4일 KB금융에 따르면 윤 회장은 2014년 11월 회장에 오른 뒤 2023년 1월까지 매년 신년사를 거르지 않아 이번까지 모두 9번의 신년사를 냈다.
윤 회장은 2015년 1월 편지글 형식으로 첫 번째 신년사를 낸 뒤 2016년부터는 2023년까지는 첫째, 둘째, 셋째 등 주요 과제를 열거하는 방식의 신년사를 발표했다.
금융지주뿐 아니라 국내 주요 기업집단 회장의 신년사에는 보통 전년도 성과를 돌아보고 격려하는 동시에 새해 주요 과제를 당부하는 메시지가 담긴다.
윤 회장 역시 매년 신년사를 통해 새해 주요 경영전략을 밝혔는데 이를 통해 KB금융의 주요사업 변화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금융권은 물론 재계의 주요 화두가 된 ESG라는 단어가 윤 회장 신년사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20년이다.
윤 회장은 2020년 1월 신년사에서 “ESG 경영 이니셔티브를 강화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ESG 체계 확립을 통해 사회적 변화와 미래가치 창출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SG 경영은 그 전까지는 ‘사회적 책임’ ‘포용금융’ ‘기업시민’ ‘사람 중심 경제’ 등의 단어로 표현됐다.
윤 회장은 2020년 신년사에서 ESG 경영을 강조한 뒤 그해 3월 KB금융 이사회에 ESG위원회를 만들었다.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이사회 안에 ESG를 전면으로 내건 위원회를 둔 건 KB금융이 처음이다.
윤 회장이 신년사에서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처음 쓴 것은 2017년이다.
윤 회장은 2017년 신년사에서 “모바일 금융플랫폼과 비대면 채널, 글로벌진출도 새로운 생각과 접근으로 KB만의 차별화된 이정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플랫폼은 2017년 신년사에서 한 번 언급되는데 그쳤다. 이후에도 핀테크, 디지털금융 등과 혼재돼 쓰였는데 2021년 신년사부터 본격적으로 강조되기 시작했다.
2022년 신년사에는 ‘인터넷 전문은행’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하며 플랫폼경쟁이 더 이상 금융권 밖의 일이 아님을 보여줬고 올해 신년사에서는 “‘금융플랫폼’을 넘어 ‘일상생활 플랫폼’으로 영향력을 확장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담겼다.
플랫폼 경쟁력 강화와 맞물려 업종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 금융밖의 영역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비금융사업’이라는 표현도 2021년 신년사에서 처음 등장했다.
KB금융은 2019년 10월 말 알뜰폰 서비스인 ‘리브모바일’을 공개하며 비금융사업을 본격화했는데 알뜰폰사업 성과가 비금융사업 확대 자신감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리브모바일은 출시 2년 만에 가입자 20만 명을 돌파했고 지난해 10월 말 기준 35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사업 확장도 2018년 신년사까지는 형식적으로 언급되는 데 그쳤지만 2019년부터는 동남아와 선진국시장에 대한 구체적 투트랙 전략이 제시되며 본격적으로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KB금융이 2018년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인수를 시작으로 KB국민카드, KB캐피탈, KB증권 등 주요 계열사가 동남아 금융사 인수에 속도를 내며 해외사업을 적극 확장했던 시기와 맞물린다.
윤 회장이 KB금융을 이끄는 9년 동안 핵심 추진과제가 변해왔다는 점은 매년 신년사를 통해 제시하는 핵심 전략방향을 통해서도 잘 나타난다.
윤 회장은 2017년 ‘C.O.D.E(코드)’, 2019년 ‘R.I.S.E(라이즈)’, 2020년 ‘L.E.A.D(리드)’ 등 주요 과제의 앞 글자를 따 영어단어를 만드는 방식을 신년사에 자주 사용했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는 3년 연속 ‘R.E.N.E.W(리뉴)’를 쓰고 있는데 이 가운데 글로벌 및 비금융사업 확장(E), 금융플랫폼 강화(N), ESG경영 확대(E) 등 3가지가 2021년 이후 그룹의 핵심 과제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평가된다.
R.E.N.E.W는 △Reinforce the Core & Resilience(핵심경쟁력 및 회복탄력성 강화) △Expansion of Global & New Biz(글로벌&신성장동력 확장) △No.1 Platform(금융플랫폼 혁신) △ESG Leadership(지속가능경영 선도) △World class Talents & Culture(인재양성 및 창의적 조직 구현) 등 5가지 핵심 경영전략을 뜻한다.
최근 10년 사이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데 윤 회장 신년사에도 KB금융의 주요 인수합병(M&A)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윤 회장은 2016년 신년사에서 “모두가 원했던 KB손해보험을 한 가족으로 맞이해 고객에 대한 금융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그룹의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도 구축했다”고 말했다.
2017년 신년사에서는 “증권업계의 명가인 현대증권을 KB의 한 가족으로 맞이해 그룹의 성장과 사업다각화를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2020년 신년사에서는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다양한 M&A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할 것이며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는데 그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를 확정하고 마무리했다.
‘1등 금융그룹’, ‘No.1 금융플랫폼 기업’ 등 리딩금융을 회복과 수성을 향한 목표도 매년 윤 회장의 신년사에 담겼다.
KB금융은 매년 신한금융과 치열한 리딩금융을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윤 회장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신한금융과 7번의 리딩금융 경쟁에서 4번을 이기고 3번을 졌다.
금융업계에서는 2022년에는 신한금융이 KB금융의 순이익을 제치고 3년 만에 리딩금융 지위를 되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B금융이 2022년 리딩금융 경쟁에서 밀린다면 윤 회장의 신한금융과 리딩금융 경쟁 전적은 4대4로 동률이 된다.
윤 회장이 2023년 신년사에서 9년 만에 ‘일 할 맛 나는 일터’ 구축을 다시 한 번 주요 당부로 꺼내든 점도 눈에 띈다.
윤 회장은 2015년 첫 신년사에서 ‘일 할 맛 나는 일터’를 가장 강조했다. 이후 매년 신년사에서 조직 역동성 강화, 조직 역량 구축, 개방적 조직, 창의적 조직 등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여러 당부를 했는데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일 할 맛 나는 KB를 강조한 것이다.
그만큼 국내 리딩금융그룹이라도 일 할 맛 나는 조직을 만드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윤 회장의 신년사 첫 인사말은 2019년부터 5년째 변함없이 ‘KB금융그룹 가족 여러분!’이 쓰이고 있다.
그 전에는 ‘KB금융그룹 임직원 여러분’ ‘존경하는 KB금융그룹 가족 여러분!’ 등이 다양한 인사말이 쓰였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