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의 핵심은 결국 보험료 인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금개혁은 역대 정부가 모두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용두사미'로 끝났다. 이해관계가 복잡해 '표를 잃는' 작업으로 여겨지면서 결국은 '폭탄 돌리기'를 하듯 다음 정권에 미뤄왔다.
1차 연금개혁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 실시됐다. 소득대체율은 70%에서 60%로 낮아졌고 연금수급 개시 연령은 기존 60세에서 2013년부터 2033년까지 5년마다 1세씩 늦춰 65세로 조정하도록 했다.
이후 노무현정부는 보험료율을 12.9%로 높이고 소득대체율을 50%로 내리는 2차 연금개혁을 추진했으나 국회에서 좌초됐다. 결국 보험료율은 9%로 그대로 놔두고 소득대체율만 2028년까지 40%까지 내리는 방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보험료율은 1988년 국민연금이 출범할 당시 3%에서 5년마다 3%포인트씩 9%까지 높이기로 돼 있었다. 1998년 이후 24년 동안 9%가 유지됐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각각 2010년과 2015년 공무원연금을 개혁했으나 국민연금은 국민 반발 등을 고려해 건드리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보험료율을 최대 13%까지 올리는 방안 등이 담긴 2018년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했지만 제도 개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번 연금개혁은 국민연금 제도의 뼈대를 유지하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등 모수개혁이 중심이다.
연금개혁의 방향성이 '더 내고 그대로 받기'와 '더 내고 더 받기'로 압축되면서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개혁 성공의 열쇠가 달렸다.
하지만 당장 보험료를 더 내고 싶어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넥스트리서치가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연금 개편 방향과 관련해 '현행 유지'라는 응답이 35.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수급 연령을 늦춘다(30.2%)'는 의견까지 더하면 돈을 더 내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 국민이 10명 중 6명가량인 셈이다. 그밖에 '납부액을 늘린다'는 13.6%, '수령액을 줄인다'는 10.5%였다.
저출생·고령화로 국민연금이 세대갈등을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 연금 수급이 얼마 남지 않은 세대와 연금 수급개시가 한참 남은 2030세대 사이 인식의 차이가 크다.
청년층 일각에선 원하는 사람만 연금을 내자는 극단적 의견마저 나온다. 세대간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청년 세대의 근로의욕을 감퇴시키고 노후에 대한 불신만 키우는 꼴이 될 수 있는 셈이다.
2018년 국민연금 재정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57년 적립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면 현행 제도상으로는 보험료율을 9%에서 30% 수준으로 인상해야만 그 당시 수급자에게 연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할 수 있다. 이즈음 연금을 받기 시작할 2030세대로선 불안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연금제도의 구조적 문제도 남아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기금은 사실상 없어진 상태로 현재 정부로부터 국고 지원을 받고 있다. 사학연금 역시 2049년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금 고갈 문제가 심각한 직역연금을 놔두고 국민연금만 손보겠다고 하면 일반 국민의 동의를 받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교사 공무원 등은 2015년 공무원연금 대타협 당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직역연금 개편 논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며 반발하고 있어 이들을 설득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