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이은형, 강성묵 부회장과 함께 명실공히 그룹의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
박 부회장이 디지털 신사업 발굴 등에서 역량을 제대로 발휘한다면 앞으로 그룹 안에서 입지가 더욱 커지면서 하나은행장과 부회장을 거쳐 회장에 오른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닮은 길을 걸어갈 수도 있다.
▲ 박성호 부회장은 하나금융지주에서 기존 그룹전략부문(CSO), 그룹디지털부문(CDO)과 새로 신설되는 그룹미래성장전략부문(CGO) 등 3개 부문을 총괄하게 됐다. |
28일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박 부회장은 앞으로 1년 동안 디지털 신영역 개척 및 신성장 기회 발굴을 추진하게 된다.
하나금융지주의 기존 그룹전략부문(CSO), 그룹디지털부문(CDO)과 새로 신설되는 그룹미래성장전략부문(CGO) 등 3개 부문이 박 부회장의 지휘를 받는다.
하나금융그룹이 디지털 혁신을 위해 SK텔레콤과 대규모 지분교환을 동반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점 등에 비춰볼 때 함 회장이 박 부회장에게 중책을 맡겼다고도 볼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7월 SK텔레콤과 금융, ICT 혁신에 바탕한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약 4천억 원 규모의 지분교환을 포함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함 회장은 이때 협약식에 직접 참석하며 하나금융그룹에 디지털 혁신이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함 회장은 11월 SK텔레콤, SK스퀘어와 공동과제 추진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도 직접 참석했다. 그는 당시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 만나 디지털 금융 혁신을 선도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며 “새로운 동반성장 시대를 개척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하나금융지주 정보기술(IT) 자회사인 하나금융티아이 대표이사를 맡으며 디지털 사업을 주도한 경험을 지녔다.
하나은행에서는 미래 경쟁 기반인 디지털 플랫폼 고도화 작업을 꾸준히 추진하면서 모바일앱 ‘하나원큐’의 고객 수를 확대하는 성과를 내기도 있다.
하나금융그룹에 따르면 하나원큐 누적 가입자 수는 박 부회장이 취임하기 전인 2020년 말 1만1842명에서 2022년 3분기 말 기준 1만3577만 명으로 1735만 명 증가했다.
박 부회장은 디지털 신사업 발굴 등에서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향후 거취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박 부회장은 3명 부회장 가운데 유일하게 하나은행장을 지냈던 만큼 앞으로 부회장으로 그룹 경영에서도 성과를 보여준다면 단숨에 그룹 후계구도의 중심으로도 떠오를 수도 있다.
하나은행장이 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한 사례는
함영주 회장과 지성규 전 부회장 등 두 번 있었는데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다.
함영주 회장은 2015년 9월 초대 통합 하나은행장에 오른 뒤 한 차례 연임하고 2019년 3월 자리에서 내려왔다. 하나은행장으로 있으면서 동시에 2016년 3월 지주 부회장에 올라 6년 동안 그룹에서 일하다가 올해 3월 회장에 선임됐다.
지성규 전 부회장은 하나은행을 2년 이끌고 지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임기가 1년으로 길지 않았고 회장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적도 없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