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이 일본 자위대 창립행사를 취소하면서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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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우리나라 여론을 감안해 행사를 취소했는데 일본에서 요란스럽게 반응하고 있다. 일부 일본 언론은 한일관계 악화까지 들먹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참으로 난처하게 됐다.
롯데호텔은 11일 개최될 일본 자위대 창설 60주년 기념식 행사를 취소했다. 롯데호텔은 “행사에 대해 정확한 사전정보와 확인없이 업무를 진행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쳤다”며 “앞으로 더욱 철저한 확인과 업무진행으로 물의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호텔이 호텔 내에서 행사를 하겠다고 신청한 것을 취소한 일은 1979년 개관 이래 처음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기념행사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질 경우 호텔 고객의 안전이 우려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주한 일본대사관은 11일 오후 6시30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층 사파이어볼룸에서 일본 자위대 창설 60주년 기념식을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행사 하루 전날 롯데호텔이 취소를 통보하자 대사관은 해당 행사를 일본대사관저에서 치르는 것으로 변경했다.
롯데호텔은 일본 대사관 특별행사라고 해 단순히 일본 대사관의 행사로만 알고 있었을 뿐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인지 몰랐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롯데호텔이 행사를 취소한 데 대한 일본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극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호텔에 항의했고 한국정부에도 우려를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기시다 후미오 외무장관도 기자회견에서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롯데호텔이 대사관 공식행사를 하루 전에 거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한일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일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곤혹스럽게 할 것으로 보인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1949년 일본에서 롯데를 먼저 세워 일본인들은 롯데를 사실상 일본기업으로 보는 측면이 강하다. 신 총괄회장은 1958년 껌 생산으로 한국에 진출했다. 현재 한국 롯데의 규모가 일본 롯데의 열 배가 넘지만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등을 놓고 보면 여전히 일본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런 만큼 이번 일이 한일 관계에 영향을 끼치는 등 골이 깊어질 경우 롯데는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반 롯데’ 감정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롯데그룹 사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당장 롯데호텔의 일본인 고객 비중만 해도 20~30% 수준이다.
롯데호텔을 운영하는 호텔롯데는 지배구조가 복잡한 한국 롯데그룹의 정점에 올라있는 계열사다. 롯데그룹은 공정위가 발표한 ‘2014년 대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에 대한 정보공개’에서 14단계의 출자단계로 가장 복잡한 출자구조를 보이고 있다. 호텔롯데는 이 출자고리의 정점에 올라있는데 이 호텔롯데 지분의 99.28%를 일본 롯데와 일본 투자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과 관계가 악화될 것을 우려해 이 행사에 최소한의 인사가 참석하기로 했다. 위용섭 국방부 부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실무 협력을 담당하는 과장급을 보내 최소한의 군사외교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대사관은 이 행사에 500여명의 우리나라 주요 인사들을 행사에 초청했지만 대부분이 불참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는 지난 2004년 6월 자위대 창설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한동안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