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상남도지사에 가려졌지만 한때 신문 방송 지면을 떠들석하게 했던 주요 정치인들이 여럿이다. 대통령비서실장, 경제부총리, 문체부 장관, 국정원장, 경제·민정·정무수석 등 이번 사면대상자들로만 내각을 꾸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된 신년 특사 대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2023년 새해를 앞두고 28일자로 정치인, 공직자, 선거사범, 특별배려 수형자 등 1373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고 27일 밝혔다.
정부는 “지난 광복절 사면에서는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던 정치인, 주요 공직자를 엄선해 사면함으로써 국가 발전에 다시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국민 통합과 나라 발전의 계기를 마련한다”며 “잘못된 관행으로 직무상 불법행위에 이른 공직자들을 선별해 사면 대상에 포함함으로써 과거 경직된 공직문화를 청산하고자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번 특사에는 지난 광복절 특사 때와 비교해 경제인이나 기업인 사면은 배제되고 정치인 출신 공직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먼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추락했던 실세 공직자·정치인들의 복권이 눈에 띈다.
당시 보수단체 지원을 강요한 ‘화이트리스트’ 혐의로 징역 1년 실형이 내려졌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포함됐다. 같은 사건으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복권됐다.
김 전 실장은 박정희 정부에서 유신헌법의 밑그림을 그린 검사 출신으로 70대의 나이에 박근혜 정권에서 내각과 검찰 등 사정기관을 장악해 ‘왕실장’, ‘기춘대원군’ 등으로 불리며 정권 2인자로 군림했다.
조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정치계 ‘신데렐라’로 통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 변호사로 국회의원이 된 뒤 박근혜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장관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초 여성 정무수석을 역임했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잔형 면제·복권됐다. 그는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5년 형을 받았다. 최 전 부총리는 박근혜 정부 최대 수혜자로 꼽혔던 실세 중 실세였다. 관료 출신으로 국회에 입성해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내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올랐다.
국정원 특활비 사건에 연루된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도 복권됐다. 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잔형 면제·복권됐다. 박근혜 정부 ‘문고리 3인방’이라 불리며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에 관여한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도 복권됐다. CJ 강요미수로 유죄판결을 받은 조원동 전 경제수석 역시 복권 대상자에 포함됐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복권됐다. 그는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청와대 특별감찰관과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의 정보를 수집·보고하도록 했다는 불법사찰 혐의로 징역 1년 형을 받았다.
우 전 수석은 최연소 사법시험 합격한 검사 출신으로 김기춘 전 실장이 퇴임한 뒤 청와대에서 그를 대신해 사정기관을 장악하면서 ‘리틀 김기춘’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이명박 정부 고위 인사들도 특사에 포함됐다. 국정원에서 댓글조작으로 정치공작을 벌여 징역 13년이 내려진 원세훈 전 원장은 감형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실세 참모로 꼽히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형선고 실효를 받았다. 김 차장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이할 때 비밀문건을 개인적으로 유출해 군사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10월 대법원에서 벌금 300만 원 선고유예가 확정됐는데 두 달 만에 사면대상이 됐다.
여야 정치인들도 사면 명단에 포함됐다.
딸 KT 채용 비리로 유죄가 확정된 김성태 전 의원과 e스포츠협회를 통한 뇌물 혐의를 받은 전병헌 전 의원은 형선고 실효 및 복권됐다.
김 전 의원은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냈다. 정 전 수석은 문재인 정부 초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