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첫 번째 사장단 인사에 숨은 키워드로 '책임경영'이 꼽힌다. |
[비즈니스포스트]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뒤 처음으로 실시한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와 하나금융지주 정기인사에서 ‘
함영주 색채’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번 임원인사에서 새 인물이 대거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을 포함해 지주 부회장과 은행 부행장 수가 늘고 은행 출신 영업전문가들이 중용된 점 등에 금융권은 주목하고 있다. 임원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부여하며 책임경영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27일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 사장단 인사에 이어 하나금융지주 경영진 인사, 하나은행 임원인사까지 나오면서
함영주 회장의 첫 번째 인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
이번 임원인사에서는 무엇보다 새 인물이 대거 등장했다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함 회장이 이제 임기 두 번째 해로 넘어가는 만큼 자신의 뚜렷한 전략방향을 잡기 위해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함 회장은 올해 3월 취임했다.
하나금융그룹 사장단 인사에서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 7곳 대표가 교체됐고 하나은행 부행장 인사에서도 조직개편과 함께 무려 10명의 부행장이 새로 탄생했다.
보통 은행 부행장 인사 권한은 은행장이 쥐는 게 일반적이지만 내년 3월 하나은행장 교체가 예고된 상황에서 이번 하나은행 부행장 인사에는 함 회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됐을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사장단 인사만 놓고 봤을 때 대폭의 물갈이 인사 속에서도 나이가 오히려 전과 비교해 많아졌다는 점에서 사장단 인사를 단순히 ‘세대교체’ 인사로 요약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융권에서 젊은 조직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점점 젊은 사장을 발탁하는 흐름과도 대조적이다.
하나카드와 하나생명 등 2곳 계열사를 빼고 하나은행, 하나증권,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하나벤처스, 핀드 등 5곳 계열사 대표 나이가 전보다 많게는 10살까지 많아졌다.
하나은행, 하나증권, 하나카드, 하나생명 등 7곳 계열사 대표가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새로운 인물들이 계열사 전면에 배치됐다.
하나생명 사장으로 있던 이승열 하나은행장 내정자나 하나증권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강성묵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 정도만 이전 계열사 사장으로 비교적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고 나머지 5곳 새 대표는 하나은행 부행장 출신이 대부분이다.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 내정자, 임영호 하나생명 사장 내정자, 안선종 하나벤처스 사장 내정자가 하나은행 부행장 출신이고 조현준 핀크 사장 내정자는 하나은행 셀장 출신이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을 이끌게 된 이후승 내정자는 하나금융지주 그룹재무총괄(CFO) 부사장으로 직전까지 근무했다.
함 회장의 첫 번째 임원인사에서 하나금융지주가 3인 부회장체제로 다시 돌아간 점이나 하나은행 부행장 수가 늘어난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여기서는 책임경영 강화로 조직을 단단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함 회장의 의지와 조직 장악에 대한 함 회장의 자신감이 동시에 읽힌다.
함 회장은 올해 3월 취임한 뒤 본인과 지성규 전 부회장의 공백으로 부회장 수가 2명이나 줄었는데도 별다른 충원 없이 1년 가까이 이은형 1인 부회장체제를 유지했다. 이번에 3인 부회장체제를 다시 구축하며 효율적 운영에 힘을 싣게 됐다.
이번 하나금융지주 경영진 인사를 통해 이은형 부회장이 임기를 연장하고 박성호 하나은행장과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 내정자가 부회장에 새로 위촉됐다.
함 회장이 임원 수 자체를 늘린 것이 조직 분위기에도 많은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처럼 덩치가 큰 조직에서는 인사 적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임원 자리가 늘게 되면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
하나은행 임원인사에서는 조직개편과 함께 부행장 수가 기존 12명에서 17명으로 무려 5명이나 늘었다. 지역 기반으로 영업조직 체계를 탈바꿈하면서 영업쪽 업무를 맡는 부행장 자리만 새로 2자리가 늘고 새로 ESG그룹과 HR지원그룹 등이 신설되면서 또 2자리가 늘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에 함 회장이 하나은행 영업조직을 강화하고 사장단 인사에 영업에 강한 인물을 중용한 점도 눈여겨 보고 있다.
함 회장 본인이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영업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던 만큼 내년 금융시장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영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영업전문가에 신뢰를 보여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에 부회장까지 맡게 되면서 그룹 내 존재감이 크게 부각된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 내정자 겸 부회장이나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 내정자 등이 영업전문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