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웅제약이 해외 파트너사 에볼루스로부터 보툴리눔톡신제제 ‘나보타’의 러시아 판권을 돌려받았다.
러시아에 사업기반이 부족한 대웅제약으로서는 파트너사 없이 보툴리눔톡신사업을 전개하기 쉽지 않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새로운 동료를 찾아 러시아시장 공략에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대웅제약이 해외 파트너사 에볼루스로부터 보툴리눔톡신제제 러시아 판권을 돌려받았다. |
2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최근 에볼루스와 나보타 판권 계약을 수정해 러시아 판권을 다시 가져왔다.
에볼루스는 미국 공시를 통해 이번 계약 수정이 상호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에볼루스는 “러시아에서 제품을 유통할 모든 권리는 대웅제약에게 귀속된다”며 “규제 승인 및 판매 허가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이전하기 위해 대웅제약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앞서 2013년 에볼루스와 계약을 맺고 미국, 유럽, 캐나다, 호주,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일본, 독립국가연합(CIS)에 대한 나보타 상업화 권리를 넘긴 바 있다.
이후 대웅제약은 올해 9월 기준으로 세계 60여 개 국가에서 나보타 품목허가를 획득하고 80개 이상 국가와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러시아에는 아직 나보타를 선보이지 않았다. 에볼루스와 약 10년 동안 이어온 협력에도 러시아 공략이 미완으로 남은 셈이다.
이제 대웅제약은 에볼루스의 도움 없이 러시아에서 자체적으로 나보타 상업화를 추진해야 한다. 한국에서처럼 나보타를 직접 판매하거나 러시아 진출을 위한 파트너사와 따로 접촉하는 등의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생겼다는 뜻이다.
파트너사를 통한 판매는 안정적인 판로 확보가 가능하지만 성과를 나눠야 한다는 점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어렵다. 반면 직접 판매방식은 파트너사 등 중간다리를 거치는 것과 비교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지만 현지 영업망을 구축하는 부담을 져야 한다.
보다 가능성이 높은 쪽은 새로운 파트너사를 찾는 방법이다. 대웅제약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영업환경이 비교적 낯설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은 미국,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인도 등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지만 러시아에서는 법인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
대웅제약은 앞서 러시아에 의약품을 공급했을 때도 현지 기업과 협력했다.
2011년 러시아 제약사 알빌스와 컴퓨터단층촬영(CT) 조영제 ‘네오비스트’의 러시아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2012년에는 러시아 버텍스와 당뇨병성 족부궤양 치료제 ‘이지에프’ 수출 계약을 맺었다.
대웅제약은 에볼루스의 영업력이 미치지 않는 지역에서 이미 다른 파트너사와 손잡고 있기도 하다. 현재 프로바이오메드(멕시코), 모크샤8(브라질) 등이 대웅제약의 해외 보툴리눔톡신사업을 돕는 중이다.
러시아 보툴리눔톡신시장은 약 9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시장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충분한 수요를 내재하고 있는 셈이다.
다른 국내 보툴리눔톡신기업도 러시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휴젤은 2016년 말, 휴온스바이오파마는 올해 11월 러시아에서 보툴리눔톡신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대웅제약이 이번 판권 확보를 계기로 러시아 진출에 성공할 경우 보툴리눔톡신사업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웅제약은 해외시장을 바탕으로 매해 보툴리눔톡신사업 실적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는 가운데 유럽에서는 출시 국가를 점차 늘리는 중이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 나보타 매출은 404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93.3% 늘었다. 특히 수출 규모가 130.2% 성장해 326억 원에 이르렀다.
증권업계에서도 대웅제약 보툴리눔톡신사업의 성장 동력이 해외에 있다고 본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툴리늄톡신제제 나보타의 내수 판매는 정체됐으나 수출은 올해 1~3분기 누적 800억 원을 상회하며 고성장했다”며 “대웅제약은 2023년에도 나보타의 수출 증가로 매 분기 견조한 이익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