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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체제, 언제 공식출범할까

김희정 기자 mercuryse@businesspost.co.kr 2014-07-10 22: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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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체제, 언제 공식출범할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삼성그룹이 선장없는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두 달을 넘어서고 있다. 오너 경영자의 부재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2분기 잠정실적으로 7조 원대의 저조한 성적표를 내놓자 오너부재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건희 회장의 부재가 삼성전자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도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하는데 오너부재 상황에서 과연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던진 것이다.

이는 삼성그룹으로 하여금 조기 경영권 승계를 압박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곳이라고 하더라도 오너부재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시스템으로 극복할 수 없는 난제들이 더 크게 자리를 잡게 된다.

삼성그룹은 현재 사실상 이재용체제로 경영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넘어 삼성그룹을 대표하고 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대주주도 아니고 그렇다고 등기이사도 아니다. 단지 부회장 중의 한 명일 뿐이다.

그런데도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그룹을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것은 오히려 이재용 부회장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줄 수도 있다. 이른바 ‘그림자 경영’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 두 달째 누워있는 이건희 회장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이준 커뮤니케이션팀장은 9일 삼성 사장단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건희 회장이) 안정된 상태에서 서서히 회복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두 달째 이 회장이 회복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두 달째 병원에 입원중이다. 이 회장은 5월11일 심근경색 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손발을 조금씩 움직이고 말을 붙이면 눈을 맞추는 등 간단한 외부자극에 반응하고 있다고 삼성은 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지성 미래전략실 부회장은 지난 1일 미래전략실 조례에서 “이건희 회장은 당분간 병원에 더 계실 듯하다”고 말해 이 회장의 부재가 장기화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장조차 이 회장의 복귀를 확언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는 이 회장이 의식을 회복하더라도 나이와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경영복귀는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있다.

◆ 이재용 부회장은 언제 경영권을 승계하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삼성 전시관을 찾았을 때 직접 안내를 맡았다. 이를 두고 “이재용 부회장이 국가행사에 삼성전자 후계자로서 공식 데뷔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재용체제, 언제 공식출범할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 부회장은 오래 전부터 각종 행사에서 삼성의 ‘얼굴’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산시성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을 때도 이 부회장이 영접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을 대표하는 얼굴이 아니라 실질적 오너 경영자로서 언제 전면에 나설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부재중에도 별도의 경영대책이나 시스템전환 없이 평소와 다름없는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일상업무는 미래전략실과 계열사 경영진이 협의해 처리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은 최지성 부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2분기 실적을 놓고 외신들은 “삼성전자가 저성장기조에 들어갔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집중적으로 전했다. 이는 사실상 삼성그룹의 전략을 수정할 수 있는 의사결정권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나 마찬가지다.

이재용 부회장은 ‘부회장’이란 타이틀을 제외하고 삼성전자, 그리고 삼성그룹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형식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이 부회장은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도 아니다. 삼성전자 지분도 0.57%만 보유하고 있는 7번째 대주주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의 현안을 놓고 오너경영자처럼 의사결정을 계속하는 것은 오히려 이 부회장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현실 때문에 재계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발표된 뒤 경영승계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그동안 삼성그룹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지 않았지만 주요 계열사 인사나 상하반기 전략 등에 대해서 보고받고 지시해 왔다.

삼성그룹은 당장 오는 12월 정기 임원인사를 해야 한다. 또 내년도 경영전략을 짜야 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10월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에 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2분기 어닝쇼크를 딛고 3분기에 좋은 실적을 내놓을 경우 이를 계기로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한 뒤 12월 정기인사와 내년 전략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좋을 경우 이재용 부회장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상당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예상 외로 나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는 더 늦춰질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은 2000년 벤처회사 ‘e삼성’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평가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전력이다.

당시 이 부회장은 당시 e삼성의 성공을 통해 후계자의 능력을 인정받으며 화려하게 전면에 나설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1년 만에 173억 원의 적자를 내고 문을 닫으면서 그 계획이 무산됐다. 이런 악몽이 남아있는 이재용 부회장으로서 실적부진 상황에서 선뜻 경영전면에 나설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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