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2023년 건설사들의 새로운 격전지는 리모델링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4400세대 규모 통합 리모델링 ‘우극신’단지부터 성남, 평촌 등 1기 신도시까지 리모델링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서울 동작구 사당동 우성2차·우성3차, 극동아파트, 신동아아파트 등 이른바 ‘우극신’ 통합리모델링 사업의 조합창립총회를 축하하는 포스코건설 현수막이 우성아파트 앞에 걸려있다. <우극신 리모델링조합설립 추진위원회>
14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사당동 우극신 단지에서 우성2차와 3차, 극동아파트 조합설립이 임박한 가운데 신동아4차아파트도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이 55% 육박해 통합 리모델링 진행에 속도가 붙고 있다.
신동아4차아파트 조합설립 추진위원회는 지난 13일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업무협약을 맺고 조합설립 동의율 확보를 위한 사업 홍보와 행정활동 등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우극신은 통합 리모델링을 위한 마지막 퍼즐인 신동아4차아파트도 조합설립에 속도를 내면서 추진위의 목표대로 2023년 상반기 안에 시공사 선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신동아4차아파트는 우성2·3차, 극동아파트와 필지가 분리돼 별도로 조합을 설립한 뒤 같은 시공사를 선정해 같은 브랜드 단지로 리모델링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우성2·3차, 극동아파트는 이미 지난 11월 총회를 통해 조합설립 안건을 의결했고 현재 설립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신이나 우극신 리모델링주택조합설립 추진위원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조합설립 인가 시점을 기점으로 6개월 안에 시공사 선정까지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당 우극신은 서울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아파트와 함께 서울 리모델링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사업지다.
이에 사업 추진 초기부터 GS건설,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건설 등이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다. 삼성물산과 국내 리모델링 준공실적 1위의 쌍용건설 등도 설명회에 참석하고 단지 내에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조합설립이 완료되면 건설사들의 물밑 수주전도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당 우극신은 서울 동작구 지하철 4호선 총신대입구역과 7호선 이수역·남성역 사이에 있는 사당우성2차(1080세대), 사당우성3차(855세대), 극동아파트(1550세대), 신동아4차(912세대)를 합친 것이다.
이들 단지는 모두 합하면 4397세대인데 함께 리모델링을 추진해 5056세대의 단지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사당 우극신은 리모델링 예상사업비가 약 1조5천억 원으로 사업규모 면에서 5150세대의 남산타운아파트와 견줘도 뒤처지지 않는다.
사당동은 입지 측면에서도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 ‘준강남’으로 평가받으며 성장 가능성이 높이 점쳐지고 있다.
우극신 단지와 인접한 이수역, 남상역 일대는 현재 개발사업들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수역 인근은 업무지구중심으로 상권개발이 추진되고 있고 7호선 남성역은 남성역세군지구단위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단지 규모와 입지 등 조건을 볼 때 건설사들이 리모델링분야 포트폴리오로 탐낼 만한 사업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더해 내년 수도권 도시정비시장에서는 1기 신도시들의 리모델링 일감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등 재정비계획에 큰 진척을 보이지 못하면서 재건축사업을 ‘저울질’하면서 기다리기보다 서둘러 리모델링 추진에 나서는 단지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1기 신도시 가운데 리모델링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분당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한솔마을5단지, 무지개마을4단지, 느티마을3·4단지, 매화마을1단지 등 5곳이 리모델링사업 계획 승인을 받았다.
안양 평촌에서도 이달 들어 목련마을2단지 대우선경아파트가 처음으로 리모델링 행위허가를 받으면서 평촌 리모델링사업 추진 단지들이 들뜬 분위기다.
평촌에서는 현재 리모델링 행위허가를 신청한 목련마을3단지 외에도 초원세경, 한가람신라, 초원한양, 향촌롯데, 향촌현대4차, 초원대림아파트 등이 리모델링사업을 위한 조합설립인가를 마쳤다.
국토교통부는 2024년까지 1기 신도시 재정비 밑그림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재건축 활성화 방안 등에 힘을 쏟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재건축사업의 큰 허들이었던 안전진단 규제를 크게 완화하는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1기 신도시의 노후 아파트 단지들은 여전히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규제도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은 대부분 용적률이 이미 높은 만큼 현실적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선호하는 주민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리모델링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1월 기준 전국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132개, 10만5765세대로 지난해(85개 단지, 6만4340세대)보다 55% 넘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아파트 리모델링 발주물량은 9조1천억 원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19조 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건축물 리모델링시장이 2025년에는 23조3210억 원, 2030년에는 29조3500억 원으로 30조 원에 가까운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혜린 기자